9장. 창원으로 향한 버스

– 직업훈련원에서 피어난 두 번째 확신

by 콩가루두스푼

창원.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혼자서 부산을 벗어나 가본 도시였다.
버스 창밖으로 보이던 익숙하지 않은 풍경.
좌석에 앉아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창원 공장 안에 위치한 직업훈련원은 생각보다 넓었고, 정갈했다.
20명의 인원이 모였고, 모두가 나름의 절실함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어떤 이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온 30대 중반의 가장이었고,
어떤 이는 지방에서 올라온 고졸 청년이었고 그리고 나는,
기름때 묻은 손을 감추지 못한, 가난한 집 장남출신의 이제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려는 초년생이었다.

훈련 첫날, 작업복을 입고 정비 작업장을 둘러봤을 때
나는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여기가… 진짜 기술자들이 되는 곳이구나.”

공구마다 번호가 붙어 있었고,
모든 장비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그곳에 존재하고 있는 모든 것은 그냥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에겐 모든것이 ‘배움’이었다.


첫 수업.
분해된 엔진이 눈앞에 놓였고,
강사님은 우리에게 물었다.
“이 안에 뭐가 잘못됐는지 알겠나?”
다들 고개를 갸웃거릴 때,
나는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피스톤 링이 부러져 있는 것 같습니다.”
강사님은 나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어디서 일해봤나?”
“네, 오토바이 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그 말에 강사님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눈썰미가 있구먼.” 그때 느꼈다.


이곳에서라면, 나는 가능하겠구나. 도전해볼만 한것 같아.
이곳에서는, 내가 진짜 ‘될 수 있겠구나.’

3개월 간의 훈련.
나는 누구보다 일찍 작업장에 들어왔고,
가장 늦게 나갔다.
점심시간에도 남아 교재를 들여다봤고,
같이 공부하는 경험있는 선배의 손놀림을 눈에 담기 위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시험이 있는 날이면 전날 밤을 새워 연습했다.


볼트 하나, 너트 하나의 감각을 손끝에 익히기 위해
손가락 마디가 뻣뻣해지도록 조이고 또 조였다.

그리고 수료일.
20명 중 상위권.
내 이름이 수료증과 함께 불렸고,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그리고 마침내, 최연소 정직원 입사.

그 순간, 나는 내 두 손으로 남의 도움 없이 스스로 개척한 첫

사회생활로 내 인생을 바꿨다는 걸, 처음으로 믿게 되었다.

이건 운이 아니었다.
정말로 내가 해낸 거였다.


그렇게 나는 오토바이 회사의 정직원으로서 AS 정비사 업무를 맡아 제대로된 회사에서의

첫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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