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라는 전쟁터에서 살아남다
정직원이라는 명찰을 처음 목에 걸었을 때,
솔직히 벅찼다.
남들보다 어린 나이에,
나는 그 회사에서 가장 빠르게 정식 채용된 사람이었다.
내 손으로 얻은 자리였고, 내가 자랑스러웠다.
처음 출근하던 날, 작업복에 명찰을 다는 순간
“내가 이제 진짜 사회인이 됐구나” 싶었다.
한 발, 세상 속으로 들어섰다는 감각.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현실은 달랐다.
훈련생일 땐 나를 예뻐하던 선배들이
이제는 ‘동료’가 아닌 ‘경쟁자’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너무 어린 놈이 벌써 정직원이래.”
“빽도 없는데, 뭘로 붙은 거야?”
작업 지시를 받아 일을 하러 가면
일부러 나에게 더 무거운 부품 더 더러운 기름 작업이 몰렸다.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웃으며, 묵묵히 해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다.
가끔은 억울했다.
나는 누구보다 진지했고, 누구보다 열심이었지만
출신과 나이 때문에 ‘기회’조차 밀려나는 현실은
늘 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일찍 출근했다.
작업장 정리, 공구 세척, 소모품 재고 확인…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회사에 나를 ‘필요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
그리고 작은 변화가 생겼다.
한 선배가, 작업이 끝난 후 조용히 말했다.
“야, 너 손 잘 쓰더라. 정비도 열심히 잘하고 있어.”
또 다른 선배가 커피를 건넸다.
“수고했다. 몸은 괜찮냐?”
작은 인정.
그건 나에게 월급보다 더 큰 보상이었다.
이후로는 직장의 선배, 형들과 더욱 친해져 행복한
회사생활을 해나갈 수 있었다.
알고보니 처음에 차갑게 굴었던 사람들은 정말 좋은 사람들이었고
어린나를 제대로 가르치고 멘탈을 강하게 해주려는 의도였다는 것도
나중에서야 알게되었다.
내가 회사에서 배운 가장 큰 기술은
기계를 고치는 법이 아니라,
사람 사이에서 살아남는 법이었다.
그리고,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이
단순히 기름 묻은 손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그 즈음부터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