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람, 다른 시간
첫째, 엄마가 이용하는 미용실 가서 커트하기.
둘째, 투썸 플레이스 카페 가서 생일 때 받은 기프티콘으로 텀블러 사기.
이 두 가지 계획으로 하루를 계획하고 지내보았다. 나는 부랴부랴 아침을 먹고, 교회 근처 엄마가 애용하는 정겨운 미용실에 도착했다. 그곳은 사장님이 엄마랑 친하고 미용실 파마도 3만 원으로 아주 저렴한 미용실이었다. 나는 아토피로 인해서 펌을 보류한 상황인데, 머리만 기를 수 없어 만 원으로 커트를 하러 간 상황이었다.
사실, 예전부터 그 사장님한테 ‘저, 장발 파마 하고 싶어요’라고 2번 정도 말했었다. 그때마다, “어~그래~ 머리 길러서 오렴~”이라고 든든하게 화답해 주셨다. 그런데, 아쉽게도 아토피치료에 방해되는 펌 약재를 못 사용하니, 커트를 할 수밖에.
근데 사장님이 내가 우리 엄마 아들인 것을 모르고 계셨다! 그래서, 사진을 보여주니 “아~아들이었어~?!!”라며 놀라셨다.ㅎㅎ 사장님은 연신 우리 엄마의 밝은 성격과 귀여움을 칭찬하며 엄마에 대해 좋은 말들을 많이 해주셨다. 아들로서 엄마가 자랑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나도 우리 엄마가 귀엽다고 생각한다. 귀여운(?) 엄마가 또 좋아하는 백반집이 바로 옆에 있길래, 카페 가기 전 잠깐 들렀다. 그곳은 백반 7000원에 무한리필이 되는 집인데, 오늘은 편육이 반찬으로 나왔다!
“사장님, 저 이거 좋아하는데 맛있어요~!”
사장님은, “맨날 편육 안 나와~ 나올 때 온 게 축복이지~!”라고 하며 나는 운이 좋다며 웃고 같이 웃었다.ㅎㅎ
이렇게 부모님이 좋아하는 공간을 같이 공유하고 혼자서 가보니 재미있는 순간들이 더하여졌다.
그리고 나는 밥을 다 먹고 사장님께 한 가지 부탁을 했다.
“ 사장님, 저 방금 옆에서 머리 했는데, 뒷모습이 안 보여서 뒷모습 한 번 찍어주실 수 있나요?”
사장님은, “아~ 머리 잘 됐는지 보려고~?ㅎ”라고 흔쾌히 찍어 주셨다.
만족스러운 뒷 머리를 이내 확인할 수 있었고, 기쁜 마음으로 식당을 나왔다.
그다음으로는 마지막 행선지인 투썸플레이스를 가서 텀블러를 교환받고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재밌는 글을 쓰는 중이었다. 글을 어느 정도 쓰다 보니 버스로 30분이면 가는 엄마의 지역아동센터에 놀러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는 그곳 얘기들이랑 친하기 때문이다. 엄마한테 전화해 보니, 좀 있다 밥 먹으러 오라고 해서 글을 좀 더 쓰다가 바로 출발했다.
지역아동센터에 가보니, 낯이 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중학생 친구에게 수학을 잠깐 가르쳐주고, 밥을 먹고, 약간의 책을 옮기는 일을 아이들과 같이 했다. 오랜만에 순수한 아이들을 보니 덩달아 힘이 났다. 이곳에 오는 것은 계획에 없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완벽한 결론으로서 오늘 하루가 마무리된 것 같았다. 나는 엄마와 함께 집에 와서 오늘 있었던 나의 스토리를 나누며 즐거운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오늘 하루도 여러분의 삶에 가득한 행복과 축복이 동행하길 바랍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