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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진석 Aug 05. 2024

껍데기는 가라.

지금 당장 쇼핑을 끊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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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옷을 좋아하는 21살 대학생이다. 작년부터, 대학에 들어온 나는 나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옷을 선택하였고, 그 결과 옷 잘 입는다는 소리를 들으며 나름 만족하며 살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마음 한편에는 채워지지 않은 공허함과 어떨 때는 옷을 산 이후에 바로 그 옷에 대한 관심이

식어 버리는 경험도 적지 않게 겪어왔다.


 게다가 청소년 때는 어머니께 허락받고 옷을 구매하거나 직접 아울렛에서 구매했다면, 대학생이 되니, 나의 카드로 온라인에서 버튼 하나면 바로 결제가 되니 옷에 대한 관심에서 결제까지의 쇼핑회로가 더

견고하고 빠르게 작동했다.


 그렇게 1년의 대학생활을 보내고, 그다음 해가 찾아왔다. 모처럼, 대학교 2학년이 된 나는 수업을 듣고, 작년 여느 때처럼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점점, 나의 피부에 이상 증세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완화됐던 아토피가 다시금 심하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찾은 학교 근처 한의원에서 정밀하게 진단을 받아보니 2차 감염, 태선화, 색소침착, 발진, 가려움증을 동반한 중증 아토피라는 청천벽력 같은 결과가 나왔다. 그 즉시, 휴학을 권하는 한의사 원장님의 말씀을 애써 외면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질병휴학을 한 나는 고향인 수원으로 돌아와 집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며칠이 채 안 돼서 한약의 약효로 피부가 뒤집어지고, 진물과 가려움이 동반되어 나는 집 밖에 나갈 수 없었고, 심지어 집 안에서도 몸을 거누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그때 한의사 원장님이 왜 휴학을

권했는지 뼈저리게 느꼈고 정말 감사했다.


 그렇게 집에서만 지내다 보니 무엇을 할 게 있겠는가. 그저 핸드폰으로 아토피 치유에 도움이 되는 생로병사의 비밀 영상 두어 개 보고, 밖을 쳐다보며 엄마가 차려주신 점심을 먹거나,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단 하나도 없었다.

(사실 위 활동들도 치료 초기 일주일간은 전혀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진물이 굳고 몸자체가 굳어서 팔도 잘 안 펴졌기 때문이다.)


 진물이 굳은 딱지 때문에 입이 안 벌어져 음식도 잘 먹지 못하는 나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것 중 하나가 쇼핑이었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옷으로 말이다. 옷을 무신사 같은 온라인 앱으로 구경하니 눈이 즐겁고, 왠지 아토피가 치유될 때의 나를 상상하며

낙관적인 그림을 그리곤 했다.


그래서, 어느 날은 정말 심사숙고해서 반팔 티를 하나 구입을 했는데, 그 반팔티가 오자마자 옷장에 넣어놓은 다음, 아토피가 치유되면 입어야지 하는 심정으로 기분이 좋았었다. 근데, 며칠이 안 돼서 나는 얇고 슬림한 벨트를 사고 싶은 생각이 또 들었다. 그리고 이것을 샀을 때 마찬가지로 아토피 치유 뒤에 코디한다면 예쁠 것이라는 생각으로 눈여겨보고 있던 중 이번에는 모자에 관심이 생겨 또 사고 싶은 모자들을 서핑하며 미래의 나의 모습을 상상했다.


이때, 어?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과 함께 아차 싶었다.


 왜냐면, 나는 그저 옷을 사고 싶은 욕망을 따랐을 뿐인데, 그 행위가 나의 마음을 채우지 못하고 계속해서 끊임없는 공허한 갈망을 일으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을 깨닫고 난 후, 여러 영상을 참고하고 생각한 결과, 피할 수 없는 아토피라는 현실을 마주하기 싫어서 옷이라는 껍데기를

씌우려는 내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옷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 다른 사람에게 칭찬받고 싶은 마음,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들도 함께 있었다. 이런 마음들을 이해하고 나니, 작년에 내가 왜 옷에 대해 공허한 마음이 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옷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옷을 통해 나를 포장하고, 옷으로 사람들과 연결되고자 하는 관계 욕구를 잘못된 방법으로 배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부터는 어떻게 나의 생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 조금 생각해 보니 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나를 알고, 나에게 맞는 옷을 입혀주면 되는 것이었다. 나를 포장하기 위한 유명브랜드, 나는 이런 스타일도 입을 줄 알아, 나는 이런 브랜드도 입는걸? 어때 멋지지?라는 원초적인 욕구, 리뷰가 엄청나게 많고 딱 봐도 멋지고 저렴한 옷들을 무작정 사 입는 것보다는 먼저 나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요즘시대는 쇼핑시스템이 워낙 잘 발달되어있다 보니, 정말 저렴해도 멋진  옷들을 누구나 쉽게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다. 그래서, 굳이 나에 대해 생각하고 정체성을 알지 못해도 나름 멋있게 입을 수 있고, SNS, 광고들을 통해 내가 원치 않은 제품을 충동구매 했을 때도 만족스러운 코디를 완성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걸 다 해본 나로서는 이건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당연히 누군가에겐 해당되지 않은 이야기 일 수 있다. 어떤 이는 코디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 사람들이 추천한 대로

입는 것이 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상황을 제외하고 만약 내가 쇼핑에 몰두되어 있다면 한 번쯤은 질문해 보았으면 한다. 내가 왜 이 옷을 사고 싶어 할까? 이 옷을 입는 것이 나의 정체성과

맞을까?


사실, 옷을 입는 행위가 정체성과 관련이 없어 보일 순 있겠지만, 내 생각은 반대이다. 옷은 나의 정체성에 맞게 입었을 때, 비로소 오래 입을 수 있고, 나에게 만족감을 더 줄 수 있으며, 더 이상 쇼핑에 매달리지 않고 나를 더 돌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옷보다 훨씬 중요한 사람들이다. 이 부분을 간과하지 말자. 껍데기로는 가릴 수 없는 고귀한 내면의 나를 더 가치 있게 여기는 삶을 살아보자. 우리가 이 사실을 중요하게 여겨 내면을 가꾸고 살아간다면, 그 빛이 속을 뚫고 나와 옷 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고귀한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장식해 줄 것이다.


 또한, 그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때 우리는 정말 소중했던 것이 내면에 있음을 깨닫고 옷에 집착하기보다는 내면을 더욱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선순환에 이룩할 것이다.


당신의 정체성, 삶의 가치관에 맞게 내면을 가꾸어나가며 살아갈 때, 그저 누구나 구매하는 옷과는 비교할 수 없는 내면이 나의 코디를
완성해 줄 것이다.





다음 편 예고: 정체성의 본질과 찾는 방법

자아 인생


Behind Story


위 글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를 추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 이야기는 '껍데기로 가리는 것이 마냥 안좋은 것만은 아님'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글에서 껍데기를 조심하라는 말을 했었는데, 생각해보면 우린 껍데기로 가리면서 남의 유익을 구할 수도 있다. 예를들어, 화장실에서 볼일볼 때 문을 닫는 것, 노인들이 허약한 몸이지만 단정히 차려입은 모습, 신도시에서 흙바닥이 아니라 아스팔트와 보도블럭으로 걸어다니기 쉽게 흙바닥을 가린것, 화장하는 것등등 다 가리는 행위이지만, 남을 위한 행동이다. 


 그러니, 내가 껍데기 자체를 간판으로서 나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다면 조금 경계할 필요가 있지만,


  껍데기로 가리는 행위가 '남을 위한 행동'이 된다면 아름다운 모습이 되는 것이다.


 기억하자. 무엇이든지 가능하지만 모든 것이 유익하지 않고, 행위보다 내 마음의 중심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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