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8월 15일 광복절. 달력에 빨간색으로 숫자가 적혀있는 휴일이다. 그러나 나는 회사에 출근을 해서 작업복을 입고 후끈 달아오른 현장에서 땀을 흘리며 일을 해야 했다. 가끔 휴일에 출근을 할 때면 평소 아파트 입구 신호등에서부터 자동차가 평소보다 적다. 차가 적은 휴일의 도로를 보면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왠지 나만 세상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 듯한 기분? 회사까지 오는 길에도 평소보다 적은 차량 숫자를 보면 더욱 그렇다. 회사 주차장에 도착해서야 출근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위안을 삼는다. 나만 왕따 당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인가?
휴일에도 일을 하면 평소 금액보다 더 많이 받는다. 그래서 나와 같은 제조업 종사자들은 되도록이면 이런 휴일의 근무를 포기할 수 없다. 돈 때문에 내가 선택해서 하는 근무이지만, 기분은 좋지 않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서, 또는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나는 돈을 벌기 위해 휴일인데도 일을 해야 한다. 돈이 필요한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잠시 정신을 다른 곳에 두면 위험한 현장이기에 약간의 긴장을 하고 집중해야 하는데, 한번 투정하듯 생겨난 생각이 머릿속에 스며들어 슬슬 짜증까지 생기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놈의 날씨는 불난 곳에 기름을 부어 버린 듯이 더 괴롭힌다. 출근한 지 30분 만에 팬티까지 점점 젖어 가고 있었다.
저 멀리서 나보다 2살 어린 관리직 친구가 웃으며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는 다가왔다. 가까이 다가와서 할 말이 있는 듯 옆에 서서 어슬렁 거렸다. 가뜩이나 땀이 잔뜩 나고 짜증이 몰려오고 있었기에 입에서 고운 말이 나오지 않았다.
"머야?! 할 말 있음 빨리 하고 가. 머가 좋아서 실실거리는 거야?"
약간 목소리 톤은 높고 힘이 들어간 말투로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한마디 했다. 그 말 한마디를 듣고는 내가 아침부터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것이 창피했다. 하루 종일 부정적인 생각으로 짜증 내며 보낼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가 했던 한마디는 바로 이 말이었다.
바보 같은 나였다. 세상은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하는가에 따라서 다르게 보이는 것인데. 투덜거리기만 했다니, 오늘 특근해서 조금 더 많은 수입이 들어오면 생각지 못한 지출에 대비할 수 있다. 더 쉽게 생각하면 우리 아이들 먹고 싶은 피자, 치킨은 고민도 없이 사줄 수가 있다는 것. 그저 아침 출근부터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짜증이 생기고 투덜거리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은 나 자신이 만든 것이었다. 순간 나의 잘못된 생각들을 속으로 창피해했다. 나를 바라보며 웃으며 말을 했던 그 친구에게 똑같이 웃어주면서 대답했다.
"너의 말이 맞는구나."
나는 강하게 위아래로 머리를 세차게 끄덕였다. 마치 너의 말에 강하게 동의한다.라는 것을 표현하듯이.
세상은 모두 내 안에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의 해석은 쉽게 말해서 똑같은 상황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다른 세상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지금 상황이 모두 나에게 불행하게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아도 나 자신에게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색안경을 끼고 살았으면 합니다. 우리 모두, 나 자신이 괴롭히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