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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쟁이 Sep 04. 2024

꿈보다는 해몽.

섬뜩하고 기이한 꿈을 꾸었다.

주말 오랜만에 새벽 2시까지 좋아하던 음악을 찾아서 듣다가 잠이 들었다. 원래부터 깊게 잠을 들지 못했는데, 그날따라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서 자동으로 눈이 감겼다. 


 꿈속에의 장면을 전부 기억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아내를 보고 만날 수 있어서 너무나 반가웠을 뿐이다. 아내와 나는 처음 보는 복도식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듯했다. 그곳에서 나는 퇴근을 한 것인지, 출근을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를 시간대에 집안 거실에서 서있는 모습으로 기억된다. 아내가 밖에서 아기새들을 둥지채 집으로 데리고 왔다고 이야기를 한다. 거실의 베란다 쪽에 있는 어른 가슴높이의 책장 위에 나뭇가지로 만들어진 작은 둥지가 보였다. 아내는 둥지를 손으로 가리키며, 짹! 짹! 소리 내어 울고 있는 아기새들을 귀엽지 않냐며 신이 나서 나에게 자랑을 하고 있었다. 여전히 소녀같이 작은 동물들을 보며 소리 내어 기분 좋은 미소와 웃음소리를 내는 아내를 보며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아내가 책장으로 다가가 고개 숙여 아기새들을 구경하고 있는 모습을 뒤로하고 장면이 바뀌었다. 


 엘리베이터 앞. 문이 열리고 나는 엘리 베이터로 들어섰다. 들어가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정면에 있어야 할 거울이 없다. 그리고 뒤를 돌아서 보니 엘리베이터 안이, 세 사람이면 꽉 찰 정도로 작다는 것. 그리고 엘리베이터 안은 장식이 하나도 되어있지 않았다. 도색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잔뜩 여기저기 긁힌 자국이 가득했다. 그리고 긁힌 자국의 깊이로 보아 두께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층수를 선택하는 버튼도 하나 없었다. 그저 엘리베이터 문에 붙어있는 두껍고 작은 유리창이 전부였다. 움직이기 시작하자, 나는 온몸으로 엘리베이터 안에서 온기가 아닌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손으로 엘리베이터의 도금이 안된 앞에 문을 만져 보았다. 얼마 식지 않은 열기가 느껴졌고, 그 순간 머릿속에서 이 장소에 대한 기억이 생각났다. 


 말도 안 되는 설정이었다. 이곳은 아파트와 화장터가 공존하는 장소. 그리고 나는 관을 세워서 통째로 태우는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것이었다.  (관을 세워서 태운다는 설정부터가 이해할 수 없는 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공포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엘레 베이터는 멈춰야 할 곳에 거의 도착했는지 거친 기계음과 함께 움직임이 서서히 멈추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소리를 질러야 할지, 두들겨서 밖으로 신호를 내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임을 멈추며 정지했다. 그 순간 나는 그 작은 창으로 얼굴을 가져다 데고 누구라도 살아 있는 사람이 있으니 제발 쳐다보길 바라며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렇게 고개를 좌우로 2번 정도 움직였을 때, 영화에 항상 등장하는 복도식 아파트의 중요한 인물. 경비 아저씨가 나타났다. 엘리베이터 안의 나를 발견하고는 밖에 있을법한 버튼을 눌러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는 영화에서 나오는 그 놀란 듯 하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하는 얼굴. 그리고 무언가를 감춘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게 머에요? 왜 이 엘리베이터를 내가 타게 된 거예요?" 

(관을 화장하는 엘레 베이터를 일반 사람이 타게 되었는가 하는 의문에 질문이었다. 사람은 못 타게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뜻이었다. 꿈속에서 모든 상황 설정을 알고 있었다.)

"그게........... 어쩌다... 이렇게 된.... 거........ 지......?" 

영화 속과 어찌 이리 똑같을까. 경비 아저씨는 혼자서 구시렁거리듯 들리지 않게 그리고 어눌하며 작은 말투로 대답을 했다. 나는 순간 잘못했으면 산채로 태워질 뻔했다는 공포감에 일단 아파트 로비를 벗어나 현관을 뛰쳐나왔다. 아주 짧았지만, 강력한 공포. 그 속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도 잠시였다. 아내의 목소리가 크게 아파트 단지에 울려 퍼졌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3,4층 정도 높이의 열린 베란다에 아내가 밖으로 무언가를 잡으려는 듯 손을 뻗은 채 바라보고 있었다.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 나도 고개를 돌렸다. 보이는 장면은 5,6 마리 정도의 아기새들이 철새가 이동하듯 단체로 날아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직 작아 보이는 새들인데 어떻게 저렇게 잘 날아가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내는 아쉬운듯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힝~좀 더 같이 있고 싶은데~!!" 

아내의 말은 그저 혼자의 독백일 뿐. 아기새들은 빠르게 저 멀리로 보이지 않을 만큼 날아가 버렸다. 이 장면을 끝으로 나는 꿈속에서 현실로 돌아왔다. 잠을 깨고 잠시 옆으로 돌아 누웠다. 꿈속의 장면들이 너무나 선명하기 때문에 여운이 남은 듯했다. 호흡이 일정하지 못하고 약간 거칠었다. 꿈속에서의 일이 현실감이 얼마나 느껴지면 이럴까. 하는 생각을 했다.  


꿈이 섬뜩하고 기이할 때, 그리고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에 남을 때는 꼭 해몽을 하는 편이다. 어떻게? 무조건 긍정적으로 바꾼다. 만약 조금이라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순간 내일 꿈에 얽매여서, 작은 사소한 것 까지도 하루 종일 부정적인 생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었다. 


 꿈속에 나온 아내는 나에게 나타날 복(福). 산채로 죽을 뻔했다가 살아 나온 것은 안 좋은 일에서 잘 헤어 나온다는 뜻. 하늘로 멀리 날아가는 작은 아기새들은 내가 지금 꿈꾸고 있는 목표가 작게나마 잘 뻗어 나가고 있다는 뜻. 이렇게 긍정적 사고방식으로 해몽을 해버렸다. 긍정적으로 해몽을 하고 나니, 내일이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긍정과 부정적인 생각, 두 가지는 항상 공존한다. 부정적인 생각과 긍정적인 생각은 불현듯 갑자기 내 머릿속을 파고들어 온다. 그리고 감정을 조종하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나는 오늘 부정적인 생각이 오면 접어두고 긍정적 생각만을 하면서 살아가기로 한다. 긍정적으로 해몽을 하고 나니, 내일이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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