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것만 다 닮았어!
딸과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을 때 있었던 일이다. 이거 보고, 저거 보고 하면서 결정을 못하고 있는 딸을 보고 있다가, 못 참고 한마디 했다.
“빨리 결정을 해. 지 엄마 닮아서 결정 장애야 하여간... 어이구.”
그런데 갑자기 옆에서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입을 손으로 막으며 웃으며 지나가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아마도 자신의 남편이나 혹은 많은 나와 같은 성격이 급한 남자들과 장을 보는 아내들의 모습이 비쳐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 아주머니를 보고 딸아이는 인상을 쓰면서 나를 째려보았다 아마도 조금 창피했는지 주먹질을 하려는 포즈를 취하면서, 나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말없는 대답을 해주었다.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아내의 닮은 점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이건 아주 중요한 것인데 바로 음식 취향이다. 아내는 항상 해산물을 좋아했고, 나는 육류를 좋아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도 엄마를 닮아서 인지 항상 해산물 요리를 좋아한다. 초등학생이라면 당연히 좋아해야 할 피자, 햄버거, 돈가스를 사달라고 해야 정상 아닌가? 우리 아이들은 해물찜, 회, 낚지, 주꾸미, 알탕, 이런 음식이다. 참고로 어제도 알탕을 먹었다. 물론 나는 아이들에게 다 빼앗기는 바람에 치킨을 따로 시켜서 먹어야 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이거 식비가 많많치가 않아진다는 게 실감이 된다.
특히, 우리 딸은 생긴 건 나를 많이 닮았지만, 완전 아내를 똑 닮았다. 지나간 자리에 허물 벗듯 흔적을 남기는 것은 물론이고, 아침잠이 많아서 항상 깨우는데 고생을 해야 한다. 또 요리한다고 주방에서 요리하는 걸 보면 왜 만들기만 하고 조리 시간의 남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치울 줄을 모르는 건지. 절대 두 가지 일을 함께 못하는 것도 똑같다. 그리고 제일 닮았다고 생각하는 건 바로 정수리 냄새! 아우! 이건 어떻게 해야 닮는 건지 대체 모르겠다. 아내에게 미안하지만, 나의 코는 이미 썩었어서 괜찮다.
갑자기 아내와 나의 딸의 흉을 보는 글을 쓰게 되었는데, 그래도 사랑했고, 사랑한다. 아내와 내가 잘 안 맞는 것도 수없이 많았지만, 서로 어긋난 톱니바퀴가 굴러가듯 서로 맞춰가며 사랑해서 우리 아이들이 태어난 것이니까. 그리고 그런 아내를 닮은 딸아이도 가끔 너무 닮아서 밉지만, 매우 매우 사랑한다. 퇴근하면 아빠를 꼭 안아주는 우리 딸. 아이들에게서 아내의 모습이 보여 슬퍼지는 것도 그리워지는 것도 아니다.
요즘 웃을 일이 없는 나에게 엄마를 닮은 행동을 하는 딸 때문에 미소 짓게 되어 기분이 나아졌다.
그래도 나쁜 습관은 좀 고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