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어쩌면 어른보다 강할 수도 있다.

by 끄적쟁이

오늘은 우리 9살짜리 아들에 대한 이야기가 좀 많을 듯싶다. 어제저녁에 아들 녀석이 나에게 와서 ”아빠 이빨을 빼야 할 것 같아요. “ 하면서 피가 흐르며 흔들리는 송곳니가 나와야 할 곳의 유치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손가락으로 살살 흔들어 보니 아직 빠질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이 녀석이 자꾸 손으로 만져서 피가 흐르는 게 신경이 쓰여서 그러는 것 같았다.


엄빠로서 이럴 땐 참 애매하다. 일을 하다가 외출로 다녀오기도 왔다 갔다 하면 3시간일 것이고, 조퇴를 하자니 시간제 임금자로서 잔업까지 버려지는 시간이 너무 크기 때문에 아깝고, 그래서 이야기했다. ”내일 그럼 혼자 저번에 다녀왔던 치과 가서 빼달라고 해. 할 수 있지? “라고 말하니 ”네, 알았어요. 돈은 어떻게 해요? “ 대답을 한다. 그럼 나는 익숙한 듯 ”아빠 번호로 계좌 번호랑 금액 보내라고 하면 돼.”라고 말을 했고, 아들은 쿨하게 “아하! 알았어요.”라고 대답을 한다.


솔직히 9살인 아들을 혼자 치과 보내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마 우리 어른들도 어렸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 보자. 여기저기서 울어 대는 친구들의 울음소리들과 그걸 달래는 부모들 그리고 간호사 선생님의 목소리, 제일 무서웠던 그 특유의 “윙~!!!!” 거리면서 이빨을 갈아 버리는 그 기구와 송곳 같은 기구. 생각만 해도 공포의 치과가 아니었던가.


다음날 일하는 중 아들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아빠 치과 왔어요. 바꿔드릴게요.” 하고는 전화를 건네는 소리가 들렸고, 아마 접수안내 하시는 선생님인듯한 분이 받으셨다. 그리곤 말씀하셨다. “아드님이 설명을 너무 잘해줘서, 이빨 잘 뽑고 문자로 연락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을 하셨다. 입가에 미소가 번지면서 아들의 씩씩함이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조금 후 자신의 빠진 이빨 사진을 찍어서 보내왔다.


아들 자랑을 좀 하자면 담력도 크고 처음 시도하는 것에 대한 용기가 엄청 강하다. 6살 때는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두, 세 블록을 넘어가 놀다 보니 동생이 없어진 것을 뒤늦게 알게 된 누나가 엄마랑 둘이 울면서 자기를 찾아다녔는데, 이 녀석은 근처 편의점 가서 아르바이트하는 학생형 한테 휴대전화를 빌려서 나한테 전화해서 데리러 오라고 할 정도였다. 근데 옆에서 우는 녀석이 있길래 옆에 누가 그렇게 우냐고 하니까 자기랑 같이 놀던 친구인데 길 읽어버렸다고 운다는 것이다. 근데 이 녀석은 태연하게 아르바이트생에게 “여기 어디예요? 아빠한테 이야기 좀 해주세요.”라고 덤덤하게 말을 할 정도다. 그때 아내가 내 전화로 위치를 전해 듣고 이 녀석을 찾았을 때는 그냥 유치원 다녀왔다는 듯 “엄마~” 하고 손을 흔들어서 어이가 없었다고 한다. 자기랑 누나는 울면서 2시간을 넘게 찾아다녔는데 말이다, 그리고 이 녀석을 찾은 시각이 해가 떨어진 저녁 8시였다...


또 한 번은 집에서 키우던 새끼 강아지와 놀다가 입술 부위가 찢어져서 대학병원 성형외과 외 갔을 때는 마취하고 6 바늘을 꿰매는데도 소리 한번 내지도 않았다. 그리고... 아들이 8살에 아이 엄마가 하늘에 별이 되고 나서의 일이다. 갑자기 주말에도 일이 많아져서 아들 머리 이발을 할 시기를 지나서 아주 더벅머리 일 때가 있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아침에 돈을 주면서 “학교 앞의 미용실 가서 머리 좀 자르고 전화해. “라고 하니 ”응. 거기 말하는 거죠? 알았어요. 그런데 어떻게 머리 잘라 달라고 해요? “라고 씩씩하게 말을 하는 것이다. ”이태원 클래스의 박새로이로 깎아주세요. “ 라고해. 그날 저녁에 퇴근하고 조그만 박새로이 머리를 한 아들 볼에다가 기특하다고 얼마나 뽀뽀를 해줬는지 모른다. 이렇게 내 자식 자랑 같지만 우리 아들은 처음 하는 일도 씩씩하고, 무서운 것도 아무렇지 않게 해낸다.


오늘 혼자 씩씩하게 이빨도 빼고 온 아들 녀석을 생각하니, 요즘 우리 어른들이 더 겁쟁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인가 새로운 걸 시작하려 할 때 이것, 저것 준비할 것도 많고, 해야 할 이유와 의미도 부여해서 대단하게 시작하려 한다. 그냥 시작하면 되는 것인데 말이다. 그리고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 고통에 대한 두려움,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는 두려움, 같은 많은 이유로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를 하기도 한다.


나는 오늘 우리 아들을 보고 한 가지를 배웠다. 아이처럼 순수한 목적과 목표만 생각하고 단순하게 시작하는 것이 어쩌면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을, 그리고 어쩌면 수많은 변명으로 겁부터 내는 어른보다도 어린아이가 더 강할 수도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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