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주일에 한 번씩 우울증 약을 타러 정신과 병원을 다녔었다. 그러다가 한동안 약을 끊어 보기로 했던 날이 있었다. 아내의 첫 기일을 보낸 날이었다. 첫 기일을 보냈을 때 나는 그래도 1년 동안 아이들을 잘 돌보기도 했고, 목표로 정했었던 평일 술 안 마시기, 자격증 하나 따기,라는 목표를 정해서 퇴근 후 집안일도 하며 공부까지 하며, 슬퍼할 시간이 없도록 했다. 그런데 기일을 지내고 난 후, ‘그래, 이렇게 잘 지냈으니, 조금은 나에게도 휴식처럼 나태함을 줘볼까..’라는 생각이 상태를 매우 악화시켰다.
퇴근후 하는 ‘그래, 오늘 수고했어.’라면서 하면서 나에게 주는 상이라면서 배달 음식과 술로 몸을 망가트리기 시작했고, 주말 시간이 많이 날 때면 괜히 슬픈 드라마를 보면서 아내와의 추억을 그리워하며 술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3달 정도를 보내면서, 몸은 말할 것도 없이 망가져 가기 시작했고, 위경련과 위산 과다로 인한 속병을 앓기까지 시작했다. 더 나쁜 일은 술을 마시면 아이들에게 언성을 높이게 되고 아이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그치게 되어 버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란 답답한 놈은 ‘이러면, 안돼, 이러면 아이들에게 상처만 주게 된다.’라고 수없이 외쳐 보았지만 습관이 되어버려 고치기 힘들어서 나 자신이 너무나 싫었다.
그러다 연말 지인들과 조카들이 있는데서 술에 취해서 엄청난 술주정과 난동을 부리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 인생에 최고의 요즘 말로 말하면 ”이불 킥!!?? “ 할 어마어마한 일이었다. 이 일로 며칠을 괴로워하다가 다시 정신과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기 위해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했다. 그런데 상담 중 의사 선생님의 말씀 중 나는 이미 알고 있었고 그렇게 실행하자라고 다짐했었던 뼈를 녹여버리는 말씀을 하셨다. “보이는 것만 느끼고 생각하세요.”라는 말..
순간 머릿속에서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멍청한 놈이 그걸 잊고 있었다니, 하고 말이다. <단순함의 미학>이라는 책이 있다. 그 책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단순함은 고요함을, 고요함은 평안함을, 평안함은 무엇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을 가져온다. “
쓸데없이 이런저런 이유와 의미를 부여하면서 나 자신을 오히려 망치고 있었다는 것을, 굳이 똑똑한 머리를 가지고 있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약을 타서 집으로 오는 길에 일부러 항상 출근할 때 조금 돌아서 가는 아산의 신정호 호수길로 돌아오면서 나 자신의 지금 상태와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갈지에 대해 생각했다.
이런저런 의미, 이유 필요 없다. 지금 바로 눈앞에 보이는 나의 아이들과 나를 위해서 다시 단순하게 작년처럼 살아가자. 다시는 무너지지 말자. 나는 단순히 행복하게 두 아이와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엄빠다.
오늘의 이 글은 숨기고 싶은 엄청 창피한 나의 일기 같은 이야기이다. 그런데 분명히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잠시나마 나처럼 무너져,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했었던 적이 있었으리라고, 그랬던 분들과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 모든 사라들에게 진심을 담은 단순한 한마디로 끝내고 훌훌 털어 버리자고...
”죄송합니다! 앞으로 잘하겠습니다! “
눈에 보이는 것만 생각하자, 보이지 않는,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것을 생각하면서 의미와 이유를 만들어가며, 자신을 괴롭히는 일 따위는 하지 말자. 단순하게 올해 할 일, 이번달 할 일, 이번주 할 일, 오늘 할 일만 생각하면서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