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미나의 촉, 호연의 비상

5. 피 맺힌 눈, 악신(惡神)과의 조우

by 끄적쟁이

오후 3시, 아산 경찰서의 수사과는 한낮의 소란스러움으로 가득했다. 전화벨이 쉴 새 없이 울리고, 서류가 뒹구는 책상 위에서는 커피 잔들이 위태롭게 놓여 있었다. 미나와 호연, 그리고 그들의 '왕 구슬사탕'에 기절했었던 세 명의 남자 간호사들과 선우 정신병원의 여러 관계자들이 함께 뒤섞여 조사를 받고 있었다. 노란빛 형광등만이 위태롭게 깜빡이는 좁고 답답한 취조실 안, 호연은 마주 앉은 형사, 조 형사의 날카로운 눈초리를 태연하게 받아내고 있었다. 조 형사는 큼지막한 몸집에 목에 힘을 주고 어깨를 펴고 있는 모습이 거들먹거리는 인상을 주었다. 입가에는 미심쩍음과 함께 귀찮음이 역력했다.


"그러니까, 네가 그 왕 구슬사탕? 하하. 그걸로 저기 멀쩡한 성인 남자 셋을 한꺼번에 기절시켰다고?"

조 형사의 목소리에는 조롱 섞인 허풍이 가득했다. 초등학생 아이의 허황된 이야기에 대한 비웃음이 묻어났다.


호연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는 평소처럼 시원하고 무심한 빛을 띠었다.

"그냥 던지니까 맞고 쓰러지던데요?"

그의 대답은 지극히 건조하고 담담했다. 마치 당연한 이치를 설명하듯 그는 아무렇게나 어깨를 한 번 으쓱해 보였다. 대화는 벽에 부딪힌 듯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듯했다. 그런 호연의 반응에 조 형사는 픽, 헛웃음을 지으며 펜을 탁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허세를 부리던 그의 얼굴에는 미심쩍음과 함께 귀찮음이 역력했다. 이내 그는 시선을 돌려 미나를 쳐다보며 다음 질문을 이어갔다.


"네가 신고한 거라며? 장기를 적출당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면서. 그리고 또 복부에 똑같은 흉터를 가진 사람들이 앰뷸런스 같은 차에 실려 오는 모습도 봤다고?"

조 형사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회의적인 기색이 묻어났다. 중학생 소녀의 과장된 상상일 수도 있다는, 은연중의 무시가 깔려 있었다.


미나는 살짝 흥분한 목소리로 반박했다.

"네, 맞아요! 똑같은 수술 자국! 그리고 제가 그 이야기를 꺼내니까, 저 남자 간호사가 저를 당장 쫓아냈다니까요? 형사님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미나는 반대편 취조실에서 눈치를 보고 있는 덩치 큰 남자 간호사 중 한 명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녀의 눈빛은 확신으로 가득했다.


조 형사는 미나의 손짓을 따라 힐끗 그 간호사를 쳐다봤지만, 이내 별 관심 없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그건 우리가 할 일이니까, 학생들은 신경 끄시고. 얘네 부모들한테는 연락했어?"

그는 옆에 서 있던 젊은 경찰에게 나른한 듯 물었다. 아무리 작은 범죄 수사라 해도 어린아이들이 연루되면 뒷감당이 복잡해지는 법이다. 더군다나 초능력 소동까지 벌였으니 학부모들의 항의가 뻔했다.


바로 그때였다. 수사과 문이 쾅, 하고 열리더니 민성이 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의 얼굴에는 걱정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그는 들어서자마자 주변을 둘러보며 아이들을 찾았다. 그리고 곧 미나와 호연을 발견하고는 안도와 함께 격앙된 표정을 지었다.


"아빠!" "아빠!"


미나와 호연이 동시에 반가워하며 손을 흔들었다. 아이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자, 민성은 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조사를 받던 아이들이 경찰관을 보고 반색하는 모습에 조 형사는 약간 놀란 듯했다. 그는 민성을 알아보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민성이 달려온 아이들을 품에 안는 것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 민성을 향해 몸을 돌렸다.


"선배님? 이 아이들 아세요?"

조 형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로 물었다.

민성은 아이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조 형사를 돌아보았다.

"응. 내 아이들이야."

그의 목소리에는 아이들을 향한 애정과 동시에 사건의 복잡한 기류를 읽어내는 형사의 직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민성은 아이들 조사 담당 형사, 조 형사와 함께 앉아 미나와 호연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들었다. 아이들이 번갈아 가며 쏟아내는 정신병원의 수상한 상황과 호연의 '왕 구슬사탕' 활약 담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조 형사는 이야기를 듣는 내내 눈썹을 치켜세우거나 픽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허세와 함께 불신이 가득했다. 그러나 민성은 아이들의 이야기에 한마디 한마디 집중하며 귀 기울였다. 그의 형사로서의 오랜 경험이 아이들의 황당한 주장 속에 숨겨진 실체를 감지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마친 두 아이는 걱정스럽게 아빠와 조 형사를 번갈아 바라봤다.


민성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조 형사를 향해 눈을 마주했다. 조 형사는 민성의 침묵을 긍정의 신호로 받아들인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선배, 그런데 약간 의심이 가기는 해요."

조 형사의 표정은 비로소 사뭇 진지해졌다. 거만함 대신 직업의식이 엿보였다.

"그 환자들 지문 조회를 해보니까, 저번에 형님에게 찾아왔던 그 중고차 파는 사람 있죠? 실종되었다던. 그 사람들이 여기 병원 환자로 포함되어 있더라고요."

조 형사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리고 복부에 흉터 있는 환자들이 전부 똑같은 증상이에요. 약물 중독으로 보이는 강한 진정제 증상. 지금 다른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민성의 눈썹이 꿈틀 했다. 조 형사의 보고는 아이들의 말이 헛소리가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민성은 턱을 만지작거리며 기억을 더듬었다.

"그래? 나도 저번에 장기 적출 현장에서 그놈들 휴대폰을 잠깐 봤는데, 선우 메디컬 전화번호를 봤거든? 근데 워낙 현장이 정신이 없어서 그 휴대폰을 못 챙겼어."

민성의 목소리에는 아쉬움과 분노가 섞여 있었다. 장기 적출 사건 현장에서 우연히 본 단서가 이렇게 다시 나타날 줄이야.

"선배, 이거 서로 연결 고리가 있는데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사건 같아요."

조 형사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의 허풍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날카로운 직업의식이 그의 눈에 깃들었다. 그는 곧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제가 이 사건 좀 더 깊이 파볼게요."

그는 흥분된 표정으로 수사과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 형사가 사라지자, 민성은 두 아이를 향해 엄한 표정을 지었다.

"너희, 염동술 같은 특별한 능력이 생겼다고 해서 사람들 많은 정신병원 로비에서 그렇게 대놓고 쓰고 다니면 어떡해! 큰일 날 뻔했어, 알아?!" 그

의 목소리에는 걱정과 동시에 꾸짖음이 섞여 있었다.

"세상에, 일반 사람들이 보면 어떻게 되겠어. 자칫하면 너희는 평생 연구 대상이 될 수도 있단 말이야! 너희 때문에 아빠 속이 타들어 간다."

그의 눈은 아이들의 안전과 그들의 미래에 대한 깊은 염려로 흔들렸다.


그러나 호연은 아빠의 훈계 따위에는 전혀 관심 없다는 듯 자신의 염동력 실력을 자랑하느라 신이 나 있었다. "아빠, 제가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던졌는지 알아요? 눈 깜짝할 사이에 턱이랑 관자놀이를!"

그는 손짓으로 당시의 상황을 재연하며 열변을 토했다. 그의 입가에는 마치 큰일을 해낸 영웅이라도 된 듯 으스대려는 장난기가 맴돌았다.


그 옆에서 미나는 팔짱을 끼고 투덜거렸다.

"아빠가 전화만 제대로 받았으면 이런 일도 없었잖아요! 제가 얼마나 무서웠는데! 저기 환자들 배에 다 이상한 흉터도 있고, 저 나쁜 간호사들이 저를 밀치고!"

미나의 얼굴에는 억울함과 동시에, 여전히 진실을 파헤치지 못한 답답함이 뒤섞여 있었다. 영락없는 현실 남매의 모습이었다. 민성은 아이들의 말을 들으면서도, 내면으로는 자신의 직감이 틀리지 않았음에 불안감을 느꼈다.


그때, 멀리서 조사를 받던 남자 간호사 중 한 명이 갑자기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CCTV 영상을 보면 알 것 아니냐고! 저놈!"

그는 호연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억울하다는 듯 울부짖었다.

"저 초등학생 꼬마 놈이 구슬사탕이 빠르게 붕붕 날아다니면서 저랑 제 동료들을 공격했어요!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사실이라고요! 나는 피해자라고!"

그의 절규는 경찰서 안을 시끄럽게 울렸다.


호연은 그의 말에 콧방귀를 뀌었다. '하긴, 내가 능력을 썼다는 걸 저런 식으로 증명하긴 힘들지.' 그러나 CCTV는 그 작은 구슬사탕을 제대로 포착할 리 없었다. 영상 속에는 그저 호연이 손짓 몇 번에 성인 남성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지는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호연은 틈바구니 속에서 잠시 CCTV 영상을 흘끗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영특한 머릿속에 또 한 가지 중요한 생각이 스쳤다. '오호라, 다음부터는 CCTV부터 정리해야겠구나!' 그의 입가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피어올랐다.


한편, 경찰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선우 정신병원 측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병원 대표로 나온 간호부장은 "환자들을 돌보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며 적반하장 격으로 나왔다.

"정신병원이지만, 외상을 입은 환자도 치료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니냐"라고 뻔뻔하게 둘러댔다.

그는 복부의 흉터가 환자들 스스로의 자해나 다른 환자와의 싸움 때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그럼 이 환자들은 어디서 데려온 것이냐"라고 물었지만, 간호부장은 고개를 저으며

"우리는 어디서 오는지 모르고 그저 병원 원장님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고만 대답했다.


사건의 핵심 인물인 병원 원장만이 종적을 감춘 채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민성은 간호부장의 무책임한 태도에 격분했다.

"이런 상황에 제일 먼저 와서 조사를 받아야 할 사람이 원장 아니냐! 당장 병원 원장부터 찾아내야 한다!"

민성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수사과를 갈랐다. 그의 직감은 이 병원 원장이야말로 모든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민성 곁에 앉아 있던 미나가 갑자기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그녀의 두 눈은 허공을 응시했지만, 실상은 마치 뼛속까지 스며드는 극한의 한기에 지배당한 듯 온몸이 걷잡을 수 없이 덜덜 떨렸다. 쨍한 오후 햇살이 무색하게, 그녀의 시야는 순식간에 암전 된 듯 흐려졌고, 주변의 웅성거리는 모든 소음마저 저 멀리 아득하게 웅웅 거리는 먹먹한 소리로 변했다. 의식의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던 그녀의 눈은 마치 영적 발작이라도 일으킨 듯 흰자위만 드러낸 채 뒤집어졌다. 그 모습은 마치 영적인 강풍에 휩쓸린 작은 돛단배처럼 위태로웠다.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차가움, 그리고 온몸의 피가 거꾸로 역류하는 듯한 섬뜩한 감각이 그녀의 모든 신경을 휘감았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그녀의 영혼을 강하게 붙잡고 깊은 심연으로 끌어당기는 듯한 아찔함에 미나의 얼굴은 파랗게 질렸다. 이것은 단순한 감지나 환상이 아니었다. 그녀의 영혼이 현실의 장막을 뚫고 지독한 진실과 직접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무언가 일이 터지고 있구나!' 그녀의 영적 직감이 섬뜩하게 경고했다.


5초가 흘렀을까. 길고 고통스러웠던 떨림이 마침내 멈추고, 미나는 숨을 크게 들이켜며 눈을 번쩍 떴다. 온몸을 휘감았던 극심한 한기 때문인지, 그녀의 숨결은 뿌연 김을 뿜어냈다. 그리고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민성에게로 달려가 그의 경찰복 소매 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가느다란 손가락은 공포로 인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애써 침착하려 했지만, 결국 터져 나오는 목소리의 떨림은 숨길 수 없었다. 그녀는 민성의 귀에 바싹 속삭였다.


"아빠, 이상해… 이곳에 마치 저승사자가 나타난 듯해. 그 장례식장 가면 나타나는 그분들… 아니, 훨씬 더 오래되고, 거대하고… 악귀보다 더 지독한 존재가… 느껴져. 영혼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어. 마치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바로 저곳에서…"


미나의 목소리에는 극한의 공포와 동시에 깊은 호기심, 그리고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뒤섞여 있었다. 그녀의 파리해진 손가락은 정확히 경찰서 지하로 향하는 복도, 곧 유치장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민성은 미나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순간, 형사의 직감이 날카롭게 곤두섰다. 자신의 피부에 느껴지는 서늘한 위화감. 왠지 모를 한기, 그리고 음습하고 끈적거리는 듯한 기운이 그곳에서부터 시시각각 밀려오는 듯했다. 이곳은 평범한 경찰서 유치장이 아니었다.


"유치장! 유치장이다!"

민성은 무언가 직감한 듯 빠르게 소리를 질렀다. 그의 얼굴에는 일순 긴박함이 감돌았다. 그는 망설일 틈도 없이 유치장 방향으로 몸을 돌려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뒤이어 그의 외침에 놀란 경찰 몇 명이 총을 움켜쥐고 민성의 뒤를 따랐다. 미나도 민성의 손을 놓지 않고 필사적으로 그의 뒤를 쫓았다.


그곳에는 이전에 민성이 장기 적출 현장에서 잡아온 범인들이 수감되어 있는 유치장이 있었다. 쇠창살 안은 한낮의 빛조차 제대로 닿지 않는 듯 어둡고 습했으며, 이상하리만치 차갑고 정체 모를 불쾌한 악취가 맴돌았다. 그러나 유치장 안의 광경은 그 어떤 어둠보다도 음산하고 끔찍했다. 범인들 중 신분이 조회가 되지 않아 그저 '미등록 신원'으로 분류된 이들은 마치 거친 물결에 밀려온 해초처럼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아 멍하니 침을 흘리고 있었다. 그들의 눈은 초점을 잃은 채 허공을 응시했고, 그들에게서는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살아있는 존재라기보다는 그저 육체의 껍데기만 남아있는 듯했다.


그러나 유일하게 한 명이, 이 광경 속에서도 격렬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바로 면허 정지 당한 의사였다. 그는 마치 심연의 밑바닥에서 기어 올라온 무엇인가 끔찍하고 거대한 존재를 본 것처럼, 정신착란을 일으키며 쇠창살에 머리를 짓찧고 있었다.

"가까이 오지 마! 물러가! 날 잡아먹지 마! 영혼을 빼앗아 가지 마!"

그의 비명은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순수한 공포에 절규하는 소리였다.


민성은 유치장 안으로 다가가 쇠창살 너머로 범인들을 흔들며 반응을 살폈다.

"이봐! 정신 차려! 대답해!"

그러나 그 '인형들'에게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마치 영혼이 통째로 뽑혀 나간 듯, 그들은 텅 비어 있었다. 의사는 미쳐 버린 것인지 구석에 처박혀 끊임없이

"살려줘…! 영혼이 사라지고 있어…!"를 외치며 부들부들 떨고 있을 뿐이었다.

형사의 오랜 직감은 이들이 겪은 일이 단순한 정신 착란이 아님을, 상상을 초월하는 초자연적인 존재에 의한 것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민성의 곁에서 그 끔찍한 광경을 지켜보던 미나는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이 지독한 한기와 섬뜩한 기운의 근원. 그녀는 이내 눈을 감았다. 주변의 모든 잡음과 시각적 자극을 차단하며, 오직 영적 감각만을 곤두세웠다. 폐 속까지 차가운 공기가 스며들어 심장이 더욱 빠르게 뛰었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두려움을 억눌렀다. 귓가에는 마치 수백, 수천 개의 영혼들이 동시에 흐느끼는 듯한, 알 수 없는 웅얼거림이 희미하게 들려왔고, 코끝에는 비릿한 철 냄새와 눅눅한 곰팡이 냄새, 그리고 마치 썩어가는 시체 같은 불쾌하고 지독한 악취가 진동했다. 그녀의 영혼은 마치 거대한 파도에 휩쓸린 조약돌처럼 강렬하게 진동하며, 이 좁은 공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그 당시의 생생한 영적 잔상들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미나의 눈꺼풀 안쪽으로, 마치 망가진 영화 필름처럼 빠르게, 그리고 단편적으로 이미지들이 강렬하게 스쳐 지나갔다.


어둠 속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더니, 그 스산한 그림자들은 마치 살아있는 검은 먹구름처럼 형체를 갖췄다. 그것은 단순히 연기가 아니었다. 형태를 알 수 없는 뒤틀리고 몽롱한 그림자, 차가운 증기와 함께 압도적인 악의를 뿜어내는 존재. 마치 심연의 가장 깊은 곳에서 태어난, 악귀보다 더 지독한 '무언가' 그 자체였다. 그 존재가 유치장에 나타나자, 마치 모든 빛과 희망을 한순간에 집어삼킨 듯, 좁은 공간은 순식간에 압도적인 암흑으로 뒤덮였다. 악귀보다 더 지독한 그 존재는 쇠창살 안의 범인들에게 지독히 차가운 공기처럼 스며들 듯 천천히,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위압감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텅 빈 눈동자를 마주하는 순간, 마치 보이지 않는 강력한 끈으로 영혼을 잡아당기듯, 그들의 몸은 힘없이 축 늘어져 바닥에 쓰러졌다. 생명의 빛을 잃은 인형처럼 주저앉는 모습. 미나의 눈앞에는 지금 눈으로 보고 있는 유치장의 모습과 완벽히 일치하는, 섬뜩하고 소름 끼치는 영상이 펼쳐졌다. 그런 끔찍한 광경을 지켜본 의사는 마치 무언가 다른, 더욱 잔혹한 '실체'를 본 것인지, 미쳐 날뛰며 구석에 머리를 처박고 "살려달라! 내 영혼을 빼앗지 마!"라고 고통스럽게 소리 지르는 이미지가 겹쳐 보였다. 의사의 절규는 귀를 찢을 듯 생생하게 미나의 의식에 박혔다.


미나는 이를 악물며 더욱 깊이 집중했다. 영상과 이미지를 더욱 선명하게 보기 위해 온몸의 감각을 곤두세웠다. 강렬한 영적 에너지가 그녀의 정신을 짓누르는 듯했지만, 그녀는 밀려오는 공포를 이겨내고 더 깊은 곳을 보려 했다. 그러나 바로 그때였다. 영상 속의 악귀보다 더 지독한 검은 아지랑이 같은 존재가 마치 모든 어둠을 응축한 심연의 일부처럼 천천히, 그리고 섬뜩하게 뒤를 돌아보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던 암흑 속의 아지랑이에서, 불현듯 피 색깔과 같은 두 개의 핏빛 눈이, 모든 것을 꿰뚫어 볼 듯 번뜩이며 부릅떠지더니, 영적 감각으로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는 미나를 향해 그대로 경고를 날리듯, 압도적인 기세로 덮쳐 들었다. 섬뜩한 한기와 함께 인간의 영혼을 얼어붙게 하는 강렬하고 원초적인 악의가 미나의 영혼을 꿰뚫는 듯했다. 그것은 단순한 잔상이 아니었다. 존재 그 자체의 위협이었다. 마치 "나를 감히 들여다보려 하지 마라"라고 경고하는 듯한 차가운 음성이 영혼에 새겨졌다.


미나는 화들짝 놀라며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눈을 번쩍 떴다. 온몸에서는 얼음물이라도 뒤집어쓴 듯 차가운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그녀의 입술은 파르르 떨렸고,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애써 참고 있던 심장이 갈비뼈를 뚫고 나올 듯 미친 듯이 날뛰었다. 그녀는 몸을 한껏 웅크린 채, 떨리는 목소리로 민성에게 속삭였다.

"아빠, 이 사람들… 빈껍데기야… 육체만 남아버린 거라고… 악귀보다 더 지독한 존재가… 영혼을… 영혼을 모두 가져갔어…."


미나는 그 검은 구슬 모양의 아지랑이, 즉 '악귀보다 더 지독한 존재'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두려움 때문인지, 민성의 경찰복 소매 자락을 필사적으로 움켜쥐었다. 그녀의 손은 아직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눈에는 방금 본 끔찍한 잔상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유치장 안에서 터져 나오는 의사의 광기 어린 절규와, 영혼을 잃은 듯 멍한 범인들의 모습이 미나의 떨림에 섬뜩한 현실감을 더했다. 민성의 얼굴에도 미나의 이야기가 불러온 불안감이 그대로 번져 있었다. 그는 이제 그저 평범한 범죄 수사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인간의 상식을 뛰어넘는, 그리고 훨씬 더 거대하고 강력한 초자연적인 존재와 마주하게 되었음을 직감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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