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고대의 문양, 미지의 가설들
희미한 아침 햇살이 창문을 가로질러 주방을 비추는 시간. 미나는 고소한 김치볶음밥 냄새를 풍기며 주걱을 든 채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프라이팬 위에서 김치와 밥알이 지글거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고, 호연은 옆에서 재료를 나르며 조용히 미나를 도왔다. 그들의 얼굴에는 피곤함 속에서도 모처럼의 평온함이 깃들어 있었다. 오랜만에 두 아이가 함께하는 평범한 아침은 어색하면서도 작은 행복이 보였다. 어제 새벽의 악몽 같은 기억들은 잠시 저편으로 물러나 있는 듯했다.
한편, 거실에서는 호연이 작은 테이블에 엎드린 채 노트북 화면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의 작은 어깨는 긴장감에 살짝 들썩이고 있었고, 시선은 화면에서 단 한순간도 떨어질 줄 몰랐다. 어제 새벽, 스마트폰으로 몰래 찍어두었던 검은 사내들의 목 뒤 문신 사진을 띄워놓고 씨름하는 중이었다. 쇠구슬로도 통하지 않던 그 기이한 사내들의 정체를 기필코 알아내고 싶었다. 민성 아빠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호연의 작은 두뇌는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에 흥분과 몰입으로 가득 차 있었다.
"호연아, 밥 먹자! 김치볶음밥 다 됐어!"
미나의 목소리가 주방에서 들려왔다. 미나의 말에 잠시 정신을 놓았던 호연은 순간 퍼뜩 정신을 차리며 무언가를 찾았다는 듯 번개처럼 상체를 일으켰다. 그의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기쁨과 흥분이 교차하고 있었다. 작은 몸이 콩콩 뛰는 듯했다.
"누나! 찾았어! 찾았다고!" 호연은 다급하게 미나를 불렀다. 목소리가 상기되어 떨렸다. 그의 눈은 노트북 화면에서 빛을 뿜어내는 듯했다.
놀란 미나가 주걱을 든 채 거실로 뛰어나왔다. 그녀의 얼굴에는 작은 웃음기가 스쳐 지나갔다.
"뭘 찾았는데? 그렇게 호들갑을 떨어? 밥도 다 식겠다!"
호연은 노트북 화면을 미나에게 들이밀었다. 화면에는 자신이 새벽에 스마트폰으로 몰래 촬영했던 검은 사내들의 목 뒤 문신 사진과 함께, 어떤 웹페이지의 검색 결과가 선명하게 띄워져 있었다. 호연이 씩 웃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어때? 이걸 어떻게 찾았게? 챗GPT에 사진으로 검색해서 물어보았지요! 대단하지?" 그의 눈은 마치 해커라도 된 양 자부심으로 빛났다.
미나는 호연의 해맑은 표정에는 아랑곳없이, 노트북 화면에 집중했다. 그녀의 시선이 화면에 띄워진 문신 이미지와 검색 내용을 따라 빠르게 움직였다. 한 줄 한 줄 내용을 읽어 내려갈수록 그녀의 미간이 서서히 찌푸려졌다. 그리고 마침내 숨을 멈추는 듯했다.
[웹 검색 결과 발췌]
검색어: 고대 일본 문신, 인신공양, 영혼 제물, 죽음의 표식, 저주받은 문양
주요 내용: 고대 일본, 특히 야요이 시대에서 고훈 시대(기원전 300년~서기 600년경)에 걸쳐, 일부 지역에서는 신이 나 자연령을 진정시키고 풍요를 기원하며, 나아가 부족의 강력한 전사를 만들거나 적대 부족의 기운을 꺾기 위해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인신공희(人身供犧)' 풍습이 존재했다는 기록이 전해집니다. 이는 당대 사회의 극단적인 믿음과 공포, 그리고 권력을 유지하려는 지배 계층의 욕망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대표적인 사례들 및 해석:
스사노오노미코토(須佐之男命) 설화: 폭풍과 재난의 신으로 알려진 스사노오노미코토는 출세(세상에 처음 나타날 때) 전 '인신공희'를 요구한 전승이 일부 지역에 전해집니다. 이즈모(出雲) 지역에서는 '인신공희를 막은 신'으로도 불리며, 처녀를 제물로 바치려는 마을을 구했다는 '야마타노오로치(八岐大蛇) 설화'는 유명합니다. 그러나 이 설화는 동시에 고대 이즈모 지역에 인신공희 풍습이 뿌리내려져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중요한 흔적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즉, 사람을 제물로 요구하는 '신'에 대한 개념이 고대 일본 사회에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 과정에서 바쳐진 영혼들은 특정 문양에 갇히거나 육체에 강제 주입되어 영원히 묶였다고 전해집니다.
전사의 각인 및 주술적 통제: 고대 사회의 일부 부족에서는 죽은 전사의 혼을 다른 육체에 깃들게 하거나, 살아있는 자에게 특정한 맹세를 강요하는 의식의 일환으로 신체에 문신을 새겼다는 기록도 전해집니다. 이는 주술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집단의 소속감을 강화하고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강압적인 표시로도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을 주입하기 위한 주술적 장치로도 활용된 것으로 보이며, 특정 문양이 육체와 정신을 외부의 의지에 종속시키는 주술적 '인증서' 역할을 했다고 해석하는 연구자들도 있습니다. 문신이 사라지거나 손상될 경우, 육체가 기능을 상실하거나 '혼을 잃은' 상태가 된다는 기록도 남아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고대 일본의 특정 시기와 지역에서는 인간의 영혼과 육체를 신이 나 특정 존재에게 바치는 제물 의식이 엄연히 존재했으며, 이는 강력한 주술적 의미를 지니거나 사회 통제 수단, 혹은 궁극적인 전사를 만들기 위한 인체 변형 과정으로도 활용되었을 것입니다.
호연이 가리키는 이미지에는 고대 일본식 제단의 모습으로 보이는 유물 사진과 함께 여러 문양들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문양들 중 하나는, 어제 새벽 검은 사내들의 목 뒤에 새겨져 있던 문신과 소름 돋을 정도로 정확하게 일치했다. 그 문양은 마치 살아있는 피가 응고된 듯한 붉은색을 띠고,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꿈틀거리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미나와 호연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그들의 눈빛 속에는 소름 돋는 발견에 대한 경악과 함께, 이 모든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안감이 뒤섞여 있었다. 둘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지금 당장 아빠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했다. 호연은 망설임 없이 민성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민성은 김 반장의 긴급한 전화를 끊자마자, 호연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 오자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아침의 고요함이 깨지고 다시 사건의 한가운데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민성은 황급히 집으로 돌아왔고, 호연의 노트북 화면 속 '인신공희'라는 단어와 핏빛 문신의 사진, 그리고 미나의 진지한 설명을 들었다.
민성은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그는 노트북 화면을 노려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이런 이야기는 보통 고대 전설이나 민속 설화 속에나 등장하는 건데… 이게 지금 이 시대에 말이 되는 소리냐?"
민성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불신과 함께 현실적인 판단이 묻어 있었다. 그런 민성 아빠의 반응에 미나도 '설마, 진짜 그럴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듯했다. 아무리 자신에게 신기가 있다고 해도, 고대 전설이 현재에 실현되었다는 것은 믿기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민성은 이내 자신의 말을 스스로 되씹었다. '말이 되는 소리냐니….' 그 자신은 이미 장산범이라는 기이한 존재를 직접 마주했고, 이후 그의 몸은 설명할 수 없는 변화를 겪고 있었다. 평소보다 경이로운 빠른 스피드, 상식을 뛰어넘는 비정상적인 힘, 그리고 예민하게 발달한 오감은 그를 때로는 불안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사건 현장에서 생존하고 싸우는 데 필수적인 능력이 되어주고 있었다. 미나는 신내림 이후 영적인 투시 능력을 갖게 되었고, 호연은 상식 밖의 도술력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것을 그는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사실상, 그들이 지금 겪고 있는 모든 일들이 이미 상식을 한참 벗어나 있었다.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민성의 뇌리에는 그 '불사신' 같은 사내들의 죽은 듯한 눈빛과,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기이한 육체가 다시금 떠올랐다. 이들은 정말로 인신공희의 제물이 되어 버려진 육체에 다른 존재가 깃든 것일까?
그때, 민성의 스마트폰이 다시 한번 요란하게 울렸다. 강력반 김 반장의 전화였다. 민성은 침음을 삼키며 전화를 받았다. 김 반장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더욱 다급하고 절박했다.
"민성아! 난리 났다! 방금 그 두 검은 정장 사내들, 유치된 지 몇 시간도 안 돼서 갑자기 정신을 놔버렸다! 정확히는… 김 원장 자백 때의 범죄자들처럼, 영혼이 빠진 인형 껍데기처럼 그렇게 됐어! 말 그대로 '인형'이 돼버렸다고!"
그의 목소리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대한 경악과 분노로 뒤섞여 있었다.
민성의 얼굴은 삽시간에 하얗게 질렸다. 김 반장이 말하는 '인형'의 의미는 그가 구치소에서 목격했던, 충격적인 그 모습과 정확히 일치했다. 김 반장은 거친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더 밝혀낸 사실이 있다. 그 두 놈 몸수색을 하다 보니, 그 문신 바로 뒤에서 작은 흉터가 발견됐어. 마치 굵은 송곳이 깊이 후벼 판 듯한 흉터야… 지금 당장 부검을 실시해봐야 하겠지만, 다들 신원 불명의 유령 같은 사람이라 절차상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더 알아보고 다시 전화 주겠다."
김 반장의 목소리 끝에는 주체할 수 없는 불길함과 혼란이 묻어 있었다.
전화 통화를 끊은 민성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 호연의 발견과 김 반장의 전화 내용이 섬뜩하리만큼 정확하게 연결되고 있었다. 그의 등줄기에는 차가운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제는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이 그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민성에게 다가온 미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녀의 눈빛은 불안했지만, 진실을 향한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아빠, 호연이가 찾은 이 고대 기록처럼 '자연의 신을 진정시키고, 자신의 출세를 위해 바친다'는 인신공양… 어느 나라나 다 있을 법한 이야기지만… 만약 고대의 그런 풍습이 현재 시대까지 이어지면서 변질되었다면, 어떤 식으로 제일 가능성이 클까요?"
그녀의 질문은 민성의 이성적인 사고를 깊은 혼란 속으로 밀어 넣었다.
민성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호연의 발견과 김 반장의 전화는 그에게 외면할 수 없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기심과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대 사회. 공동체 의식은 사라지고 오직 '자신의 이익'만이 최고의 가치가 된 세상. 민성의 입술 사이로 혼잣말 같은 대답이 흘러나왔다.
"글쎄… 단순히 신을 위한 제물은 아닐 거야. 지금 시대에는 인간의 욕망이 신의 자리까지 차지했으니까. 아마 자신의 이익, 자신의 일이나 기업체의 이익을 위한 제물… 아니겠는가? 그들의 번영과 불멸을 위한 지극히 이기적인 의식. 더 나아가, 그 이익을 사회에 공헌하는 것처럼 포장한다면… 더욱 눈가림하기 좋을 것이고…."
민성은 '선우그룹'이라는 이름과 '일본'이라는 키워드가 더욱 선명하게 뇌리에 박히는 것을 느꼈다.
민성은 뇌리에 스친 또 다른 가설에 잠시 말을 멈췄다. 김 반장이 말했던 '인형 껍데기'. 그리고 문신 뒤의 흉터. 어쩌면 그들이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존재가 된 것은 단순히 이익을 위한 제물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신들의 손발이 되어줄 도구'를 만들기 위함이었을 수도 있었다. 고대 문명의 '전사 각인' 기록처럼, 특정 목표를 위해 고통을 모르는 완벽한 병기를 만들기 위한 인체 개조. 혹은 문신을 통한 외부 의지의 영구적인 각인, 더 나아가 영혼을 제물 삼아 얻어낸 힘을 다른 육체에 강제로 주입하여 통제하는 것. 이 모든 가능성들이 끔찍하게 얽혀 민성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단순한 살인과 장기 매매가 아닌, 인간의 존엄성과 영혼 자체를 유린하는 거대한 악의 그림자가 그를 압도하는 듯했다.
그는 망설일 틈도 없이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이제 단순한 추적이나 조사가 아닌, 거대한 어둠의 본거지를 찾아 나설 때였다. 그는 직접 병원 이사장을 만나야 했다. 민성이 코트를 걸치자, 반사적으로 미나와 호연도 외투를 찾아들며 함께 나설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민성은 어쩌면 이 아이들의 상식을 벗어난 능력이 이 비상식적인 사건의 결정적인 실마리라도 잡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 결국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함께 집을 나섰다.
미나의 얼굴에는 여전히 깊은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굳게 이 악문 입술에서는 포기하지 않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녀의 눈은 진실을 꿰뚫어 보려는 듯 빛났다. 호연의 눈빛은 강한 호기심으로 빛났지만, 그 속에 숨겨진 작은 두려움 또한 여전했다. 그의 작은 손은 무언가를 지켜내려는 듯 주머니 속 쇠구슬을 움켜쥐었다. 민성은 자신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을 향한 미안함과, 그들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에 대한 복잡한 걱정으로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그들은 각자의 복잡한 마음을 갖고서도, 진실을 알아내려는 강한 의지로 똘똘 뭉쳐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이 끔찍한 여정을 함께 헤쳐나가며, 산산조각 났던 그들의 가족 사이가 더욱 단단하고 끈끈한 '고리'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는 희미한 희망을 품고서, 그들은 비장한 다음 걸음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