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부: 얽힌 사슬, 어둠의 심연으로

6. 비공식 수사, 위험한 동행

by 끄적쟁이

6. 비공식 수사, 위험한 동행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오후, 서서히 붉게 물드는 노을이 민성의 낡은 승용차 안으로 길게 스며들었다. 운전대를 잡은 민성의 옆모습은 여전히 굳건했지만, 그의 눈빛에는 복잡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뒷좌석에는 중학생 딸 미나와 초등학생 아들 호연이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세 사람은 평택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경찰서에서 손정길 이사장과의 대화는 표면적으로 아무것도 얻지 못한 실패였지만, 민성은 단순한 좌절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직감적으로 손 이사장이 여러 번에 걸쳐 불법적인 밀항을 시도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 모든 흔적은 평택항 어딘가에 남아 있을 것이라 믿었다.


민성은 김 반장에게 형식적으로 '집에서 쉬겠다'라고 보고한 후였다. 손 이사장에게 압력이 가해진 시점에서, 그들의 움직임에 경찰 조직 윗선의 개입이 분명할 터였다. 내부의 감시와 방해를 피하려면, 이 '비공식적인' 조사가 가장 현명한 방법이었다. 노을이 점점 짙어지며 하루의 끝을 알리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들이 붉고 쓸쓸한 색감으로 변해갔다. 그들의 대화는 아까보다는 훨씬 차분하고 느린 템포로 이어졌다.


정적 속에서, 미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차분하고, 알 수 없는 깊이를 담고 있었다.

"아빠… 제가 장군신과 접신했을 때, 손 이사장의 뒤에서 본 악귀에 대해 자세히 들었어요."


민성은 묵묵히 운전대를 잡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은 차분했지만, 귀는 온전히 미나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가 새벽 부두에서 검은 사내들과 혈투를 벌였을 때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인간의 상식을 벗어난 그들의 비정상적인 힘과 고통을 모르는 육체. 그들과의 싸움은 단순한 범죄자와의 대결이 아니었다. 미나의 말이 자신이 겪었던 기이한 경험의 설명이라는 것을, 민성은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초자연적인 현상을 목도했고, 자신의 육체 또한 비범한 변화를 겪고 있는 터였다. 템포가 조절되며, 민성의 뇌리에는 그 기이한 변화들이 다시금 생생하게 떠올랐다. 빨라진 스피드, 전신에 흐르는 폭발적인 힘, 밤에도 대낮처럼 선명한 시야, 저 멀리서 들리는 미세한 속삭임까지 잡아내는 청각,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맡기 어려운 역겨운 피 냄새마저 선명하게 느껴지는 후각… 이 모든 것이 그를 예전과는 다른 존재로 만들고 있었다. 그 변화의 이면에 악귀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장군신의 경고가 불현듯 떠올라 민성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의 안전이 최우선이었다. 이토록 위험한 존재와 맞서 싸우기 위해 어린 두 아이를 이끌고 가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죄책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그의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파였다. 하지만 동시에, 미나의 영적인 능력과 호연의 도술이 이 비상식적인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냉정한 현실 또한 직시하고 있었다. 미안한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그는 오직 눈앞의 진실만을 좇기로 했다.


그때, 뒷좌석에서 호연이가 민성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의 작은 눈은 의심과 불안을 숨기지 못했다.

"아빠 맞죠? 아빠도 혹시… 그 악귀한테 홀리거나 그런 건 아니죠?"

민성은 호연이의 엉뚱한 질문에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들의 눈에는 자신이 어떻게 비치고 있을까 하는 자조적인 미소가 섞여 있었다. 그 웃음은 잠시나마 차 안에 드리워진 무거운 분위기를 걷어내는 듯했다. 옆자리에 앉은 미나도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피식" 거리며 안심하는 미소를 지었다.


민성은 잠시 피식 웃던 표정을 거두고, 백미러 너머로 미나의 눈을 응시하며 손 이사장 뒤의 악귀에 대해 좀 더 상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미나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그 악귀는 단순한 최면과는 달라요. 마치 사람의 뇌 속에 직접 환영을 심어 조종하고, 과거의 상처나 욕망을 현실처럼 느끼게 해서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어요. 장군님 말씀으로는, 특히 지도층이나 권력 있는 사람들의 마음속 어둠을 파고들어서 그들의 탐욕을 더욱 증폭시키고,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도구로 여기게 만든다고 했어요. 그렇게 세뇌된 사람들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악귀의 꼭두각시가 되는 거죠. 마치 '영혼 없는 인형'처럼…" 그녀의 목소리가 점차 낮아졌다.


미나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악귀는 단순히 정신을 조종하는 것을 넘어, 환각으로 자신을 위협하는 대상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믿게 하거나, 역으로 자신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게 만드는 '망상'을 심기도 한대요. 그래서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한 번 정신이 잠식당하면 그 악귀의 명령 외에는 아무것도 믿지 않고 따르지 않는다고 했어요. 과거 임진왜란 때, 왜인 주술사들이 영혼을 잠식시킨 병사들을 이용해 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고 했어요. 이 병사들은 아군도 적군도 구분하지 못하고, 오직 주술사의 명령에 따라 무자비하게 살육을 벌였다고 해요. 그들은 인간성을 완전히 상실한 채, 고통도 두려움도 느끼지 못하는 완벽한 전투 도구로 변해버렸대요. 마치 오늘 새벽에 우리가 만났던 검은 사내들처럼요. 장군님께서는 그들에게서 그 오래된 악귀의 흔적이 강하게 느껴진다고 하셨어요."

미나는 과거의 참혹한 비전을 떠올리는 듯,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아빠도 조심해야 해요. 장군님 말씀으로는, 아빠도 이미 그 기운에 어느 정도 잠식당했다고 했어요. 아빠의 능력은 어쩌면 그 악귀가 심어놓은 미끼일 수도 있대요. 영혼을 노리는 덫일 수도 있다고…" 미나의 말에 민성은 자신도 모르게 운전대를 꽉 움켜쥐었다. 자신의 능력이 자신을 위협하는 것이었나 하는 섬뜩한 질문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그때, 무거워진 차 안의 적막을 깬 것은 호연이었다. 그의 입에서 엉뚱한 질문이 튀어나왔다. "그럼 그 영화 '엑스맨'에 나오는 매그니토 헬멧 같은 거 구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거 쓰면 정신 조종 안 당한다던데!" 호연이의 천진난만한 발상에 민성과 미나는 동시에 '빵' 터져 버렸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밤거리를 가르며 달리는 차 안을 잠시나마 환하게 만들었다. 그 순간만큼은 평범한 가족의 드라이브 같았다. 서로의 긴장을 풀어주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평택항에 도착하자, 항구의 밤은 짙은 해무와 함께 스산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바다 내음과 쇠 비린내가 섞여 코끝을 자극했다. 민성은 항만 관리 사무소로 향했다. 김영준 원장이 이전에 밀항을 시도했을 때 이용했던 구역의 CCTV 기록을 요청했지만, 담당 직원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역력했다.

"최근 기록밖에는… 남아있지 않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네요. 시스템 오류 같습니다."

직원의 말에 민성은 즉시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누가 봐도 고의적인 삭제였다.

민성은 담당 직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직접 컴퓨터 본체를 확인했다. 그의 전보다 훨씬 날카로워진 시야가 모니터와 본체 내부를 빠르게 스캔했다. 메인 하드디스크가 통째로 교체된 것을 확인한 순간, 그의 직감은 확신으로 변했다. 이 모든 것은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은폐되고 있었다.


"누가 이 구역 CCTV 관리를 담당하죠? 그리고 누가 교체했습니까?"

민성의 목소리에는 차가운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담당 직원은 당황한 얼굴로 허둥지둥 해당 구역의 직원 명단을 읊었다. 민성은 그들의 인적 사항을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인신공희… 고아….' 그의 뇌리에는 손 이사장이 노리는 제물들의 조건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직원들 중 미혼이고, 고아원이나 보육원 출신인 사람은 없습니까?"

민성은 망설임 없이 물었다. 담당 직원은 명단을 다시 살펴보더니, 한 사람의 이름을 짚어냈다.

"네, 조태오라는 직원인데, 마침 딱 그 조건에 맞습니다. 딱 보아도 집안 환경이 좋지 않아 보이긴 했죠. 그런데 며칠 전부터 연락이 잘 안 되기는 했습니다만…"

'딱 보아도 컨테이너에 실려 갈 조건.' 민성의 뇌리에 그 말이 섬뜩하게 박혔다. 조태오는 이미 과거의 희생자들처럼 이용당하다 버려질 운명에 처해 있을 터였다. 민성은 즉시 조태오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연결음 없는 차가운 침묵뿐이었다.


그동안 따라온 호연과 미나는 민성에게 제지당하기 전까지는 수많은 CCTV 화면에 매료되어 있었다. 거대한 모니터에 분할된 수십 개의 화면들이 항구의 다양한 각도를 보여주는 것이 신기한지, 이리저리 눈을 움직이며 구경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아직도 며칠 전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던 곳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만이 담겼다. 크레인들은 거대한 컨테이너 박스들을 마치 장난감처럼 들어 올리고 내리기를 반복했고, 지게차들은 분주히 짐을 옮겼다. 그 속에서 무언가라도 찾으려는 듯, 둘은 어린아이답지 않게 매우 집중하고 있었다. 그 둘 사이에 민성이 갑자기 얼굴을 들이밀며 툭 던졌다.

"경찰 놀이는 그만하고, 이제 따라와." 그의 목소리에는 재촉과 함께 미안함이 섞여 있었다.


민성은 조태오 직원의 주소를 살펴보니 그리 멀지 않았다. '미혼인 경우 직장과 가까운 곳에 집을 구하는 것이 당연한 법.'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추리였다.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개발이 더뎌 시간이 멈춘 듯한 오래된 빌라촌 동네였다. 낡고 색 바랜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고, 좁은 골목길에는 을씨년스러운 바람만이 맴돌았다. 도시의 화려한 불빛은 이미 이곳에 닿지 않는 듯했다.


조태오 직원의 집 앞에 다다르자, 불 꺼진 집의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것이 민성의 눈에 포착되었다. 불길한 예감이 민성의 온몸을 감쌌다. '누군가 다녀간 것일지도 모른다. 혹여 지금 이 안에 있을 수도…' 민성은 긴장하며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섰다. 안은 아수라장이었다. 가구는 뒤집히고, 물건들은 산산조각 난 채 널브러져 있었다. '그럼 그렇지. 분명 꼬리 자르는 수습을 하러 왔을 것이다.' 민성은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했다. 손 이사장의 세력이 조태오를 이용해 증거를 없애고 사람들을 밀항시켜 왔으며, 이제 모든 것이 들킬 위험에 처하자 처리하려 온 것이 틀림없었다.


민성은 흐트러진 집안에서 혹시라도 증거가 될 만한 하드디스크를 찾아보려 했지만, 미혼의 혼자 사는 남자의 집은 텅 비어 있었다. 무엇이 있어야 찾을 것이 있지 않겠는가. 냉장고 안은 텅 비어 있었고, 옷가지도 몇 벌 걸려 있지 않았다.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완벽하게 '정리'된 모습이었다. 허탈함에 민성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호연과 미나도 함께 빈집을 둘러보며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눅눅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때였다. 민성의 귀에 희미하게 '퉁! 퉁!' 하는 낮은 울림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의 전투적으로 발달한 오감이 본능적으로 경고를 보냈다.

"미나, 이 소리 안 들리냐?"

민성이 물었지만, 미나와 호연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깨를 으쓱해 보일 뿐이었다.

"무슨 소리요, 아빠?"

"아무 소리도 안 나는데…."

민성은 두 아이가 듣지 못하는 그 소리에 더 깊이 집중했다. 전보다 훨씬 좋아진 오감을 본능적으로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소리의 근원, 미세한 진동, 그리고 그 진동이 시작되는 방향을 찾았다. 마치 숨겨진 보물을 찾듯, 그의 발걸음이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 '옥상이다!'


민성은 빠르게 빌라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낡은 철문을 열자, 차가운 밤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옥상에는 거대한 물탱크가 어둠 속에 거대하게 서 있었다. 녹슬고 낡은 외벽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민성은 망설임 없이 물탱크로 향했다. 그리고 그 물탱크 안에는 민성이 찾던 조태오 직원이 작은 방수 가방을 꼭 안은 채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극심한 공포와 배신감, 그리고 절망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민성의 차 안, 조태오 직원은 뒷좌석 중앙에 앉아 있었다. 양옆에는 미나와 호연이가 그의 도주를 막듯이 앉아 있는 모양새였다. 차는 다시 어둠 속을 달리고 있었다. 민성은 조태오를 재빨리 빌라에서 끌고 내려와 차에 태웠고, 일단은 안전한 곳을 벗어나기 위해 출발을 했다. 밤의 평택항을 벗어나 인적이 드문 한적한 국도를 달리는 차 안에서, 민성의 취조 심문 같은 질문이 시작되었다. 그는 백미러로 조태오의 떨리는 눈동자를 확인하며 심리적인 압박을 가했다.


"솔직히 말해 봐, 왜 하드디스크를 교체했지? 당신은 손 이사장의 지시에 놀아난 거야? 아니면 당신도 한패인 건가?"

민성의 목소리에는 형사의 냉철함과 동시에 복잡한 감정이 묻어 있었다.


조태오 직원은 온몸을 덜덜 떨면서 말을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는 죄책감과 후회, 그리고 삶의 바닥을 경험한 자의 체념이 뒤섞여 있었다.

"사건이 터진 직후, 그러니까 김영준 원장에게서 연락이 끊기자 저도 위험해질 것을 직감했습니다. 늘 저희 같은 사람들은 '보험' 같은 존재였거든요. 저보다 먼저 손 이사장과 엮였던 형님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걸 수없이 봐왔습니다…."

그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래서 보험용으로 교체한 하드디스크를 몰래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손 이사장이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을 밀항시키고 해외로 빼돌렸는지에 대한 증거가 담겨 있어요. 누가 이 항구를 이용했고, 어떤 방식으로 컨테이너에 사람들을 은밀하게 실었는지… 그 모든 수법에 대한…."

조태오의 말을 들을수록 민성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다. 그가 아는 정보는 예상대로 밀항의 수법에 한정되어 있었지만, 그 또한 사건 해결의 중요한 단서가 될 터였다. "저는 이 하드디스크를 이용해서 손 이사장과 거래를 하려 했습니다. 돈만 받으면… 저는 다른 나라로 떠나서 새 삶을 살려고 했어요. 마지막 몸부림이었죠." 그의 목소리에는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왜 도망치지 않고 물탱크에 숨어 있었습니까?"

;민성이 묻자, 조태오는 몸을 더욱 움츠렸다.

"만나기로 한 날짜 하루 전 새벽, 제가 설치한 빌라 주위의 CCTV에서 검은 정장의 수상한 사람이 나타난 것을 봤습니다. 제 직감은 저 사람이 저를 '처리'하러 왔다는 것을 경고했어요. 마치 유령처럼 나타나 주변을 배회하는 것을 보고… 그 길로 물탱크에 숨어들었습니다. 설마 여기까지 찾을까 싶었죠. 저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행동한 겁니다."

그의 눈동자에는 여전히 그날 새벽의 공포가 서려 있었다. 조태오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 "저도 처음엔 단순한 밀수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돈만 벌면 되는 줄 알았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이상했어요. 제가 직접 보거나 전해 들은 바로는, 그들은 주로 가족도 없는 고아나 사회에 잊힌 사람들, 심지어는 정신병원에서 실려 오는 이들을 밀항시켰습니다. 그런 불법적인 일을 알면서도 저는 돈 때문에 모른 척 눈을 감았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되는지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죠. 하지만 한번 컨테이너에 실려간 사람들은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어요. 저는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잠을 잘 수가 없었죠. 하지만, 발을 빼려 해도 이미 너무 깊이 엮여 있었어요. 도망칠 수도, 모든 걸 폭로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들은 모든 것을 감시하고 있었거든요. 저처럼 돈에 눈이 멀어 죄를 지은 인간은, 이 세상 어디에도 안전한 곳이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절망으로 물들어 있었다.


민성은 조태오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집 주위에 CCTV라…'이 직원의 성격이 보통 꼼꼼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손 이사장의 사주를 받는 자들을 먼저 발견하고 숨는 기민함까지. 그렇다면 그가 말한 가방 안에는 단순한 하드디스크가 아닌, 모든 것을 증명할 '영상'이 있을 게 분명했다. 민성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 가방 안에 영상이 있습니까?" 조태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술을 깨물었다.

"네… 원본 영상들이 다 들어있고… 제가 밤새워 불필요한 부분은 편집해서 정리도 해놓았습니다. 누가 봐도 손 이사장이 혐의를 벗을 수 없는 확실한 증거들입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제 체념과 함께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는 안도감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가방을 품에서 떼어내 민성에게 건넸다. 민성은 묵직한 가방을 받아 들었다. 이 안에 수많은 희생자들의 절규와 진실이 담겨 있을 것이다.


호연은 조태오 직원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와, 똑똑하다!'는 듯한 기특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의 작은 손은 무심코 주머니 속 쇠구슬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조태오는 그런 호연이의 시선을 느끼고는 민망한 듯 머쓱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둘의 모습을 본 민성은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야! 당신은 그런 범죄를 숨겨주고, 묵인한 것도 죄야! 이 모든 희생에 대한 책임에서 당신도 자유롭지 못해!"

민성의 목소리에는 격렬한 분노와 함께, 수많은 무고한 희생자들에 대한 슬픔이 배어 있었다. 그는 진실을 밝히려는 집념과 동시에, 조태오처럼 시스템에 이용당하다 버려지는 개인에 대한 연민 또한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정의를 향한 그의 발걸음은 멈출 수 없었다.


민성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지금 이 증거물과 증인을 경찰서로 데려가야 할까? 하지만 경찰서로 가면 김 반장이 경고했던 대로 윗선의 압력으로 인해 이 증거물을 모두 빼앗길 수도 있었다. '다른 팀에게 수사 인계하라'는 둥, '특별팀을 꾸릴 테니 증인, 증거물 다 내놓으라'는 둥 갖가지 명목으로 핵심 증거를 강탈당할 위험이 컸다. 그렇다면 어디로 이동해야 안전할까? 민성은 다음 수를 고민하는 동안에도, 그의 전보다 좋아진 오감이 끊임없이 주변을 탐지하고 있었다. 그의 등골을 타고 서늘한 기운이 흘러내렸다. 밤의 어둠이 점점 더 깊어져 가는 시각, 도시는 마치 살아있는 거대한 그림자처럼 그들을 집어삼킬 듯 웅크리고 있었다.


그때 민성의 눈이 백미러에 스치는 한 대의 검은색 승용차에 멈췄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거리, 그러나 그 움직임에는 섬뜩한 규칙성이 있었다. 그들은 그림자처럼 따라붙고 있었다. 위험을 감지한 민성의 눈이 번개처럼 호연이를 향했다.

"호연아, 혹시 구슬 챙겼어? … 미행이다. 차가 따라붙었어."

민성의 목소리는 낮게 깔렸지만, 그 속에는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밤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민성의 차는 이제 거대한 그림자의 추격을 받고 있었다. 어디로도 피할 수 없는, 마치 운명처럼 얽힌 '고리' 속으로.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