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눈길 운전 중 사고라는 단어에 대한 생각

by 끄적쟁이

올해에는 눈이 유독 많이 내리는 듯하다. 내가 사는 이곳은 도심은 아니라서 눈이 오는 날이면 새하얀 세상을 눈에 담을 수 있는 좋은 곳이어서 우리 집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 눈이 쌓여있으면 매우 좋아한다. “와!! 아빠! 밖에 봐봐요! 눈이 오고 있어요!, 쌓인 것 좀 봐~!! 와~!!” 하고는 입에서 그냥 기쁨은 탄성이 쏟아져 나오면서 아침을 맞이한다. 그러나 엄빠인 나는 출근할 때 길이 막힐 것에 대한 걱정이 한가득일 뿐이다.


다행히 어제저녁에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해서 미리 시동을 걸어 놓거나 눈을 치워야 하는 걱정은 없다. 그러나 나에게는 항상 걱정인 부분은 바로 교통사고이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유독 겨울이면 눈길에서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그럴 때면 진짜 점집이라도 찾아가 봐야 하는가 싶기도 하다. 사주가 무슨 이놈의 눈 하고 원수를 졌는지 말이다.


일단 걱정은 접어두고 차문을 열고 들어가 시동을 걸고 2분 정도 앉아서 시트가 따뜻해지게 버튼을 누른 후 휴대폰으로 운전 중 들을 음악을 선곡을 한다. 물론 당연히 운전대 예열 버튼 누르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다. 2분 후 천천히 ’오늘 사고 나지 마라 ‘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온다.


천천히 운전을 하면서 눈 내리는 새하얀 하늘과 도로와 산에 쌓인 눈들이 하얀 세상을 만들어 내는 것을 감상하면서 잠시 ’ 사고‘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예상치 못하게 다가오는 불행한 일”이라고 사전적 의미가 적혀있는데 생각해 보면 정말 그렇긴 하다. 작년의 눈길사고는 정말 어이없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신호대기 중인데 앞에서 차가 미끄러져 와서 나에게 정면충돌을 하는 일 같은 것 말이다. 정말 출근 중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런데 잠시 사고라는 것을 꼭 자동차가 아닌 나의 삶 속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해 보니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그때는 갑자기 찾아온 불행이라고 생각한 일들이 내가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하거나, 혹은 나의 심장질환의 건강문제 같은 것들 말이다. 사기 친 사람에 대한 원망과 심장질환을 만들게 한 스트레스를 주는 것들에 대한 미움, 원망, 불평으로 부정적인 생각들로 나를 더욱 괴롭혔었다.


지금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 보면 내가 사람을 잘못 알아본 탓이고, 내가 스트레스를 조절 못해 건강을 챙기지 못한 것, 내 탓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40대에 들어서는 나이가 되어가면서 되돌아보는 내가 불행한 일이었다는 것은, 이제 보니 나의 미숙함과 젊음이라는 혈기 때문에 발생했던 건 아니었나 싶다.


이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회사 주차장에 들어서는데 경비분들이 입구부터 주차장까지 염화칼슘을 뿌리고 있으셨다. 회사 입구가 약간 언덕이 있어서인 것도 있지만 주차 중 발생하는 접촉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분주히 뿌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렇게 경비분들이 뿌렸는데도 사고가 난다면? 일찍 뿌리지 못했다고 경비분들을 탓할 것인가? 운전을 제대로 못한 나를 탓할 것인가? 아니면 눈이 내린 오늘의 날씨를 탓할 것인가?..'


사고는 어느 순간 어떻게 다가올 것을 예상하지 못하지만, 사고가 일어난 그 순간 보다, 그 후의 내가 어떤 시선과 생각으로 해석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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