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빠는 아프면 안 된다.

by 끄적쟁이

나는 금속 관련된 철강회사에서 근무를 한다. 아주 쉽게 설명하자면 현대판 대장간이라고 말하는 편이 쉬울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일하는 공정은 압연이라고 하는, 쉽게 말하면 철판의 두께를 얇게 만드는 공정이라고 생각하면 쉽겠다. 이런 철강업종의 특징이 열과 마찰 때문에 여러 가지의 기름성분을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바닥에 뭍은 기름을 조심해야 한다. 미끄럽기 때문에 혼자 넘어져 다치는 건 문제가 아니지만 작동 중 기계 쪽으로 넘어진다면? 상상에 맡기겠다.


그렇기에 항상 청소와 청결에 신경 쓰고 걸음걸이도 절대 뛰지 않는다. 급하게 작업을 서두르지 않는다는 뜻인데... 바보같이 성격이 급한 나란 녀석은 조심치 못하게 급하게 움직이다 미끄러져서 발목의 인대를 부분적으로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처음에는 그냥 발목 좀 접질렸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집에 도착하고 따듯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서 큰일이 발생했다,


바로 4발로 기어 다닐 수밖에 없을 만큼 발목이 부어오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마도 따뜻한 물로 인한 혈류량이 많아지면서 부어오르기 시작한 것 같았다. 발목이 반대쪽 발목에 비해 코끼리만큼 부어오르기 시작했고, 다친 다리를 땅에 디디지도 못할 정도로 고통이 심해서 진짜 기어 다녀야 할 정도였다. 아니면 한 발로 뛰어서 움직이거나...


그런 모습을 아이들이 보더니 달려와 발목을 쳐다보면서 “아빠! 다쳤어요? 발목이 왜 이렇게 부었어요?” 하면서 둘 다 토끼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진짜 부어 오기 시작하니 극심한 고통이 밀려와 대답도 하기 힘들어서 팔로 얼굴을 가리면서 매트리스에 그냥 누워 버렸다. 두 아이는 아무 말 없이 잠시 있다가, 딸은 “아빠, 지금 많이 아픈가 봐 좀 있다가 오자.” 하면서 동생을 끌고 거실로 나갔다.


잠시 쉬고 있는데 아들 녀석이 빼꼼히 문을 열고 들어와서 “아빠, 괜찮아요?? 아빠 다리 어떻게 해??” 하면서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는데 그냥 일하다가 다쳤다고 쉽게 설명을 해주었는데도 거실 정수기 물 마시러 가는데도 한 발로 뛰어서 다니는 나를 보며 매우 불안해하는 눈빛들이 느껴졌다. 우리 아이들의 저 특유의 눈빛과 표정... 나는 알고 있다.


하늘의 별이 된 내 아내는 1년 중 2달 정도는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고, 응급상황에 실려간 적도 많을 만큼 몸이 아팠다. 그래서 아빠와 엄마의 부재에 따른 어린 자신들 둘이서 지내면서 일상을 보내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면 아이들은 엄마에 대한 걱정과 자신들만 집에서 지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느껴지는 그 말로 표현하기 힘든 표정과 눈빛을 봐야 했고, 실제로 그 어린 나이에 둘이서 알아서 밥을 챙겨 먹고, 딸은 등교를 아들은 유치원 버스를 타야 했었다. 그래서 저런 눈빛을 보내는 것일 것이다. 만약 아빠의 다리가 너무 크게 다쳐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자기 둘이서만 지내야 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


잠시 두 아이의 그런 눈에서 그때의 눈빛과 표정이 느껴졌다. 잠시 두 아이를 바라보다가 억지로 미소와 웃음이 섞인 소리 질렀다. “괜찮아! 아빠 내일 병원 다녀오면 금세 괜찮아져.” 하고는 서랍에서 진통제를 찾아서 맥주 한 캔과 함께 들이켰다. ‘빨리 잠들어 버려야겠다.. 발목 자르고 싶네 아오!!!’ 속으로 생각하면서..


오랜만에 보는 그 불안감 가득한 아이들의 눈빛은, 내가 다치거나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다시 상기시켜 주었다. 지금 내가 크게 다치면 우리 애들을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두 남매가 서로만을 의지하면서 생활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직 둘 다 초등학생인 두 녀석이 말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다시는 그때의 아빠, 엄마 부재로 인한 불안감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지금 두 아이에게 세상의 전부인 엄빠는 절대 아파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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