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도 부모가 자신들을 사랑하는지 알고 있을까?
일요일 오후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노트북을 붙잡고 열심히 게임 속의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각자 하는 게임은 다르지만 거실 베란다 위치에 큰 책상과 의자들을 놓고 다 같이 모여서 모니터에 집중하며 보내는 날들이 있다.
특히 9살의 아들 녀석은 집중력이 꽤 좋은 편이라 게임을 시작하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멈추질 않는다. 그래도 ‘머, 어때?!, 휴일이니까,’ 하는 생각으로 즐길 수 있도록 잔소리를 안 한다. 그런데 언제나 게임할 때는 자신이 그 속의 주인공인 것 마냥 입으로 떠들면서 게임을 하는데 이상하게 조용한 것이다. 그러더니 갑자기 소파에 가서 누우면서 하는 말이 “아빠, 머리가 아파요.” 그러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그렇게 집중해서 게임을 하는데 머리가 안 아프면 그게 사람이냐? 기계지?’라는 생각을 했지만, 입으로는 “조금 쉬면서 해야지. 낮잠 한숨자.” 하고 아들 녀석 방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런데 왠지 기운이 쫙 빠진 모습으로 “그냥 여기서 잘게요..” 하면서 소파에 눕더니 담요를 덮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도 몰랐다. 단지 너무 게임에 집중해서 두통을 호소하는 거라고만 생각했지, 독감으로 인해 나를 밤새 간호하게 만들지를..
누웠다가, 일어나서 휘청거리다가, 하면서 잠을 설치듯이 하는 아들을 보니 조금 걱정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머리만 아프다고 했는데, 점점 몸에 기운이 빠지는 모습이 ‘이거 한숨 잔다고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온도계로 온도체크를 해보았는데 정상 온도여서 안심을 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편의점으로 달려가 코로나 검사키트와 타이레놀을 사 왔다. 코로나는 음성이 나와서 한숨 쉬었고, 타이레놀을 먹이고 다시 상태를 보았다. 그런데 왜!? 대체 열이 더욱더 오르기 시작하더니 온몸이 불덩이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엄빠인 나! 한두 번 아이들의 고열 때문에 응급실 다녀본 경험자 아니던가, 일단 아들 녀석을 눕히고 머리에 물수건 그리고 빤스만 입히고 물수건으로 열이 내리도록 닦아주며 나 또한 출근을 위해 옆에 누워서 지켜보았다. 아들 녀석 입에서는 “하....” 또는 “흐... 으....” 하는 신음을 내면서 잠을 뒤척이고 있었고, 그럴 때마다 나는 다시 한 번 더 머리의 물수건을 뒤집고 목과 겨드랑이, 배 순서로 물수건으로 닦아주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렇게 밤을 보내고 있을 때, 새벽 3시에서 4시 사이쯤 아들 녀석 입에서 “아빠, 사랑해요...”라고 입을 열었다. 그 순간 입으로는 “응.. 아빠도.. 아들.. 얼른 잠들어야지..”라고 했지만 속으로는 ‘아프니까, 아빠한테 그런 말이 나오는구먼? , 이제야 살만한가 보고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같이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그 순간의 아들의 “아빠 사랑해요..”라는 말은 아마도 옆에서 자신을 걱정하며 간호해 주는 엄빠의 모습에 고마움을 최고의 표현일 것이다, 너무나 오랜만에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서 인지 기분은 좋지만, 고열로 인해 우리 둘 모두 고생한 긴 밤이었다.
가끔 의심이 들 때가 있다. 나의 두 아이가 내가 얼마큼 자신들을 사랑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그런데 아이들은 분명히 알고 있는 듯하다. 단지 그걸 당연시 여기고 있는 것이 아닌지.. ‘아파서 고생을 해봐야 아는 걸 보면.. 이놈의 새끼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