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상에서는 핸드폰은 없어서는 안 되는 아주 중요한 물건이다. 그 조그만 물건으로 보고 싶은 이들과 대화를 하기도 하고, 또는 인터넷으로 검색 또는 돈을 창출하는 일도 가능한 세상. 더 나아가서는 카드를 들고 다니지 않도록 까지 해주고 있다. 참으로 얼마나 많은 기능을 하고 있는가 말이다. 그래도 제일 중요한 기능은 바로 가족 간의 통화가 아닐까 싶다.
오늘 같이 눈이 많이 오는 날이면 출근 후 가끔 울리지 않는 전화를 쳐다보곤 한다. 이런 날에는 항상 아내의 확인 전화가 왔었기 때문이었다. 사고 없이 잘 도착했는지 하는 전화, 이제는 받지 못하는 전화인걸 알지만 습관처럼 아직도 나는 휴대폰을 들여다보곤 한다. 그리고 이내 다른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바로 우리 아이들.
등교하면서 넘어져 다치지는 않았는지,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사이좋게 보냈는지, 또는 학원은 잘 갔는지 등의 하루 종일 아이들의 하루 일과를 잘 보내고 있는지 궁금해하면서 일을 한다. 아내가 있었다면 “ 아이들 걱정 말고 일 다치지 않게 조심히 하세요.”라고 해줬을 텐데 그럴 사람이 없으니 온전히 내가 챙겨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아내가 떠나고 나서 바로 아이들 휴대폰부터 만들었다. 일 하면서 아이들을 챙겨야 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물건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런 아이들과 휴대폰으로 연락을 하면서 대화 내용이 점차 변해가는 것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자기의 학교에서 이런 일이 있었고, 친구 누구랑 다퉈서 속상하다는 이야기 등의 사적인 이야기들도 하고는 했는데, 점차 어느샌가 군대에서 무전기로 보고를 받고 있는 듯한 전화 내용만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 아빠 학교 끝났어요. 이제 학원 갈게요.” , “ 아빠 저녁 먹었고, 씻고 설거지도 해놨어요.”
“ 아빠 등교했어요.” , “ 아빠 학원차에서 내려서 집에 가는 중이에요.” 등의 보고 형식의 대화. 물론 아이들의 이런 전화는 나를 걱정시키지 않기 위함인걸 잘 알고 있다. 또 나아가 하루 일과의 시간표대로 잘 움직이고 있다는 보고 전화이지만, 그래도 받을 때는 상냥하게 받아주며 다른 특별함이 없는지 물어보곤 한다.
아마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그런 전화라도 받는 게 어디냐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테지만 아직 초등학생 둘이 성장하면서 엄빠인 나를 대하는 모습이 변해가는 것을 겪는 나에게는 참으로 글자로 표현하기 힘든 미묘한 감정들이 생긴다. 고마움도 있고, 약간의 섭섭함도 있고, 그렇다. 어느 날 밤 이리저리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면서 사진첩을 보다가 내가 원하는 전화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무전기 보고 형식의 전화 통화가 아닌, 엄빠인 아빠에게도 안부를 물어보는 전화를 받고 싶어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나아가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는 지금 잘 살아가고 있고, 아이들 잘 키우고 있다는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전화를 말이다.
여러분들도 용건만의 전화가 아닌 힘이 되고 위안을 줄 수 있는 전화를 할 수 있는 용기 있는 분들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