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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쟁이 Oct 17. 2023

노을이 멋진 어느 오후.

처음 보는 멋진 노을에 두려움이 앞선 두 아이의 전화.

 회사에서 저녁식사 후, 잠시 나무가 많이 있는 휴게실 공간의 벤치에 앉아 여름이 가고 가을이 다가오는 저녁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녁을 먹고 나도 해가 쨍쨍하던 여름은 가고 선선한 바람과 함께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은 가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가을을 타는 남자로서 이 순간을 좀 더 즐기고 싶어서 벤치에 그냥 누워버렸다. 하늘 색깔이 오렌지 색이라고 표현할 만큼 노라면서 빨갛게 물든 멋진 노을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얼굴을 간지럽히는 선선한 바람, 그야말로 눈과 피부로 가을이 다가오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이제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 시간, 저녁식사 후 2시간의 잔업 근무는 기본급보다 더 많이 받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시간이다. 비록 끝나고 나면 세상이 깜깜해진 오후 8시라는 너무 늦은 시간에 퇴근하기에, 아이들에게 저녁 식사를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다. 하지만 엄빠로서 혼자 우리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다.      


 한참 일하고 있는데 전화기가 울렸다. 작업 중 전화 통화는 위험하기 때문에 잠시 주위 동료에게 전화받는다는 동작을 하고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전화는 우리 딸에게서 온 전화였다. 무슨 일 인가 하고 전화를 받으니, 

“아빠! 아빠! 살아있어? 괜찮아?” 

이건 무슨 소린가? 하는 생각을 잠시 하는데 우리 딸은 말을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갔다.

“하늘이 너무 빨갛고, 노랗고, 이상해~~~~”

“아~ 아빠도 봤어. 이쁘던데?”

통화를 하면서 잠시 창밖으로 멋진 노을을 바라보며 대답을 했다. 

“그게 아니라! 그 중국에서 미세먼지! 그거 때문이래. 마스크 꼭 쓰고! 집에 올 때 조심해.”

라고 무슨 긴박한 속보를 전하듯 말을 한다. 나는 그 말에 웃음이 나왔지만 괜히 걱정을 엄청 하는듯한 딸의 말투에 씩씩하게 대답을 했다.

“응... 알겠어.. 걱정 말고, 아빠 금방 갈게..”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대체 무얼 조심하라는 거지? 퇴근할 때 미세먼지가 내 차 타이어라도 펑크를 낼까 봐 그런 건가? 아니면 창문 열고 미세 먼지 마시면서 운전하지 말라는 것인가? 하는 아리송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아빠가 걱정이 되어서 전화를 해주니 가분은 좋았다. 집에 올 때 이거, 저거 사다 달라고 하는 전화가 아닌 순순하게 나의 안부를 물어보는 전화.     


 또 전화가 왔다. 이번에 둘째 아들 녀석. 

“아빠 이제 하늘이 빨간색이야!! 괜찮은 건가? 아빠! 집에 올 때 조심히 와~! 알겠지??” 

걱정과 안부를 묻는 전화. 이놈들이 무슨 노을을 처음 보는 건가. 왜들 이래~??라는 생각을 잠시 할 때쯤. 

‘아!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이쁜 노을을 처음 봤구나. 그래서 아름 다움보다 두려움이 앞섰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 세상에 자신들이 기댈 수 있는 존재는 이제 나 하나인 엄빠뿐이라서, 걱정의 전화와 함께 안부를 묻고 자신들이 안심을 하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나니, 아이들의 전화 속에 묻어 있던 두려움, 안도, 퇴근할 때의 나에 대한 걱정, 모두가 이해가 되었다.      



 엄마가 떠난 후 이제는, 세상에 자신들이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나 하나뿐이다. 그리고 나 또한, 나의 두 아이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이렇게 우리들은 서로서로 기대고, 의지하고, 힘을 얻고,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우리 셋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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