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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쟁이 Oct 17. 2023

아들이 자꾸 전화를 한다.

자신의 현황 보고 전화이지만, 사실 나의 안부를 묻는 전화.

일을 하고 있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아들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아빠, 저 집이에요. 아까 2시에 왔는데 이제 전화해요.”

“그래, 재밌었어? 조금만 쉬다가 학원 다녀와.”

“네 알겠어요.”

평범한 대화의 내용이다. 그런데 평소에 안 하던 전화를 자꾸 하는 것이다. 학교 다녀왔다는 보고 전화와 학원차를 타고 가는 중이라는 등. 학원 다녀와서 집에 도착해서 지금 샤워했다는 이야기 등. 시시 꼴꼴한 이야기를 하려고 자꾸 전화를 한다. 그런데 아들 녀석이 이렇게 전화를 자주 하는 이유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보다 내가 잘 있는지 하는 확인전화이다. 그 일이 일어난 이후부터..     


 회사에 출근할 때부터 몸이 이상한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운전을 하면서 왜 이리 졸린지 자꾸 자동으로 눈이 감기는 현상이 발생했고, 작업 현장에 들어가기 전에는 머리가 핑! 하고 잠시 어지러움 까지 느껴지는 것이었다. 숨도 제대로 쉬기가 힘들었다. 나는 그냥 또 우울증 때문에 잠시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인가 하는 생각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작업 중 도저히 처음 느끼는 이상 증세에 잠시 휴게실에 가서 쉬겠다고 하고 빠져나왔다.    

  

 휴게실의 의자에 앉아서 숨을 고르고 싶은데 머리가 어지럽고 몸을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증상까지, 이거 안 되겠다 싶어서 휴게실에 있는 혈압 측정기에 혈압을 측정해 보았다. 결과는 3번을 실시했는데 최저 혈압이 50 수준이었다. 이거 큰일 나겠다는 생각에 안전 관리자에게 연락해 바로 응급실로 향했다. 자꾸 몸을 못 가누어 쓰러지려 할 때마다 속으로 외쳤다.

‘안돼, 우리 아이들.. 쓰러지면 못 일어난다. 안된다. 아이들 생각해..’ 

안전 관리자는 비상등을 켜고 레이서처럼 달려서 응급실에 도착해 나 대신 수속절차를 밟고 나는 바로 병원 침대에 누웠다.   

   

 응급실로 이동해 심전도 검사등 여러 가지 검사를 했는데 천천히 혈압도 돌아왔고, 어지러움증은 사라지고 몸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아마도 수액과 함께 투여된 진통제 역할이 클 것이다. 특별한 지병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의사 선생님께서는 스트레스로 인한 과호흡 증상으로 혈압이 이상증세를 보인 것 같다고 말씀하셨고, 또다시 발생할 수 있으니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병원에서 2시간 정도 누워있다가 나와서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 식은땀을 흘려서 그런지 샤워를 하고 싶어 윗옷을 벗었는데, 심전도 검사 할 때 왼쪽 가슴에 붙어있던 동그란 스티커 같은 것들을 아들이 보고 말았다.

“아빠, 그게 머에요?”

“그냥, 아빠 아파서 검사받았는데 안 떼고 왔네..”

그러나 요즘 애들이 보통 인가? 어디서 본건 있어서 그런지 매우 심각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에게 자세한 대답을 원하는 눈빛으로 한숨 쉬며 앉아있는 내 앞에 서서 시위하듯 쳐다보고 있었다. 

“아빠가 일하다가 아파서 잠시 병원에 급하게 다녀와서 일찍 퇴근한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 

아들은 대답 없이 나를 안아주면서 아프지 말라는 말을 했다. 아마도 엄마가 병원에 가서 떠난 것을 알기에 내가 병원 다녀온 것이 많이 겁이 나서 그런 것 같았다. 눈 가에는 눈물이 가득해서 걱정하며 쳐다보는 아들을 한 번 더 끌어안아주면서 괜찮다고, 아빠 튼튼하게 운동 열심히 하는 거 잘 알고 있지 않느냐고 달래주었다.      

 그날 이후부터였다. 아들의 보고 전화는, 돌려서 물어보는 나에 대한 안부를 물어보는 전화. 초등학교 3학년이면 자신의 웃으며 즐겁게 노는 것에 집중할 나이에 엄마와 이별하고 아빠까지 혹여 그럴까 걱정을 하는 아들이 너무 안쓰럽기도 하고, 전화 자주 하는 행동이 대견하기도 했다. 너무 빠른 나이에 큰 아픔을 경험했는데, 나까지 걱정을 하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내가 스트레스부터 해결하는 방법을 하나하나 찾아봐야겠다. 내가 살아야, 우리 아이들과 함께 웃으며 살아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전화가 귀찮을 정도로 느껴질 만큼 누군가에게 연락을 받고 있다면, 그만큼 그 사람에게 소중한 사람이란 것이다. 나를 소중히 생각하는 만큼 나 자신도 나를 사랑하고, 상대방도 사랑해 주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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