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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쟁이 Oct 17. 2023

아들과의 목욕탕 나들이.

아이들도 만들고 싶어하는 추억이 있다.

 일주일 전부터 아들 녀석이 자꾸 목욕탕을 가자고 이야기를 했다. 7살쯤인가 아빠라면 모두가 한 번쯤 아들과 해보고 싶어 하는 목욕탕. 그곳을 함께 갔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너무 어릴 때 데려가서 인지 빨리 나가고 싶다고 징징 거렸던 기억에 다시는 아들과 목욕탕을 함께 가지 않았다.      

 

그런 아들이 자기 달력에다가 표시까지 하면서 이날은 꼭 약속 지켜줘야 한다면서 글씨로 표시를 했다.

-아빠랑 목욕탕 가기.-

나는 무엇 때문에 저리도 가고 싶어 하는지 의아했지만, 아들은 특별하게 나에게 억지로 때를 쓰면서 요구하는 아이가 아니기에 더욱 의아했다.      


 목욕탕을 가기로 한 날 아침. 비몽 사몽인 아들을 꺠우니 벌떡 일어나서 잠도 덜 깬 상태로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가을이 다가온 날씨지만 아직 차가운 날씨는 아니기에 아들은 창문을 내리고는 흥얼거리면서 달리는 차 안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물어보면서 주위 감상에 빠졌다. 내가 봐도 이상하게 왜 이리 기대 가득한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이곳 우리가 지내는 곳은 아산이라는 지역으로 이전에는 온양온천으로 불렸던 곳이다. 그만큼 온천으로 유명한 대형 목욕탕이 몇 곳 있는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너무 오랜만에 와서 인지 못 알아보고 아들 녀석이 감탄사를 연발했다. 

“아빠! 벌써 차가 가득해~! 우리가 늦었나 봐~”

“휴일에는 아침에 목욕하러 오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거야.”

“그래? 우리 기다려야 하나?”

“그럴 일 없어.”

라고 대답을 하면서 놀이공원에 가면 줄 서서 기다렸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 같아서 아들의 표현이 웃겨서 대답을 하면서 웃어 버렸다.    

  

 드디어 주차를 마치고 계산도 하고 키를 받아서, 드디어 우리 둘은 홀딱 벗은 채 욕탕문을 열고 들어섰다. 

“우와~ 넓다~!”

왔던 곳인데 어려서 기억에 없었나 보다. 아산의 이름 좀 있다고 하는 목욕탕은 여러 탕이 있기도 하고, 노천탕처럼 야외에 만들어 진곳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규모에 놀라서 신난 얼굴로 이곳저곳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들 이리 와서~ 치카부터!”

아들을 데리고 치카부터 하고 가벼운 샤워를 하면서 들어가고 싶어 하는 탕을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굳이 말하자면 몸을 담갔다가 꺼냈다는 표현이 맞는 듯할 것이다. 아이들은 오래 버티질 못하니, 그러다 야외에 있는 노천탕으로 가니 그나마 조금 버티는 듯했다. 상체는 가을바람에 시원하고 햇살은 따땃하니, 담근 몸은 뜨끈뜨끈하니 아들 입에서도 감탄사가 나왔다.

“아빠, 기분이 좋아........”

“아빠도 좋다...” 

그렇게 노천탕에서는 조금 온천을 조금 즐겼다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몸을 담그고 나왔다.      

“아빠 이제 때를 밀어야지..?”

“응. 때 미는 게 하고 싶어? 아플 텐데?”

“아냐, 샤워할 때 비벼 손으로 막 쌔게 미니까 나와.”

“그래? 일루 와봐.”

나는 10살의 작은 아들을 목제를 대패로 다듬듯이 온몸을 때수건으로 밀어주었다. 나오는 때를 보면서 나도 놀라고 아들도 놀랬다. 

“지우개 가루다.”

“그래, 인마. 잘 좀 씻어라.”

그리고 나도 내 몸의 때를 밀기 시작했는데 무언가 아들이 조급하듯이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한참을 밀고 있는데 아들의 한마디에 왜 아들이 목욕을 같이 하자고 했는지 알게 되었다.  

    

“아빠! 등은 내가 밀어주는 거지!!??”     


 목욕탕에서 아들에게 등을 보여주며 때를 밀어주길 바랐던 건 아빠들의 로망만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우리 아들도 만화에서 보았을 것이다. 아빠등을 밀어주면서 같이 목욕하는 부자의 모습을 그리고 그것을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제대로 못 밀어서 끙끙거리는 아들의 손을 잠시 느끼고 있었다. 아들이 만족할 때까지...     


 그렇게 목욕을 마치고 나오니 역시나 기분이 좋았다. 

‘이 맛에 목욕을 하는 것인지.’

라고 생각하는데 우리 아들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온몸이 보들보들 해진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아.”

한글날의 아들과 목욕으로 시작한 하루는 우리 둘 다 매우 만족스러웠고, 시작한 하루가 매우 기분 좋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들도 분명 부모와 진정 추억을 만들고 싶어 한다는 것을. 나는 부모가 만들어 줘야 한다고.. 

 착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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