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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쟁이 Jul 04. 2023

나는 아직도 잠결에 아내를 찾는다.

아내가 해주었던 응원의 말들을 생각하면서 또다시 기운 내 살아간다.

 오늘밤도 잠을 못 이루고 한참을 뒤척이다가 간신히 잠이 들었었다. 아무래도 주, 야 근무를 5년을 넘게 하다 보니 생긴 지병과도 같은 수면 장애라는 질병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아내가 떠난 후 나는 더욱더 잠을 설치게 되는 이유가 있다. 그건 바로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상을 치르게 되었을 때다. 그때 잠시 아버지와 교대를 하고 잠들었을 때 태어나 처음 눌렸었던 가위가 아내가 떠난 뒤, 수도 없이 찾아온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아내를 소리 내어 찾으면서 깨어나곤 한다. “여보~!!!”,“소라야...!!!” 하고는.. 그렇게 놀라서 잠에서 깨어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면 일어나 잠시 숨을 고르며 주위를 둘러볼 때면, 찾아오는 현실에 허탈하게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직도, 옆에 있다고 생각하는 멍청한, 나란 놈이 있나..’  생각한다. 아내가 하늘로 떠난 지 2년이 되어 가는데도 아직도 찾고 있다니, 현실을 받아들이고 우리 아이 둘과, 셋이서 잘 살아보자고 다짐하고 잘 지내고 있는데도, 나의 잠재의식 속에서는 아직도 아내가 곁에 남아있는 듯하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때도 아내가 좋아할 텐데 하는 생각, 아내가 좋아하던 배우가 나올 때면 나도 모르게 주방 쪽을 쳐다본다던가,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아내와 자주 가던 도로를 달리고 있을 때에도 빈 옆자리를 쳐다본다. 이렇게 무의식 중에 하는 행동과 언행, 생각들은 아직도 아내를 그리워하면서 무서운 밤바다 깊숙한 곳으로 자신을 끌고 들어가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날은 어김없이 술독에 빠져 아이들 몰래 눈물을 흘릴 때가 많다.      


 예고 없이 소나기를 만났것처럼 갑자기 아내는 떠나 버렸자 만, 한동안 냉철하게 잘 버티며 지냈는데... 1년 기일 이후, 갑자기 무너져 버렸다. 사람이 이렇게 무너져 버릴 수 있는지.. 아이들에게 신경을 쓰기는커녕 밥만 먹이는 것이 고작이었고, 나는 술로 배를 채우면서 버티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정말이지 내 육아 생활 중 최악의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며 한 달에 한번, 회사에서 월급이 들어온 날이었다. 우리 가족은 항상 아빠의 월급날이면 푸짐하게 배달 음식으로 배를 빵빵하게 만드는 날로 정했었다. 그래서 퇴근하면서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는 피자와 스파게티, 나는 참치회를 주문하고 마트에 들러 음료와 술을 사서 현관문을 열면서 들어섰다. ‘그래, 오늘도 날 잡았구나, 실컷 마시고 일찍 취해 잠들어버려야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현관문을 열었다.      


 그때 갑자기 아내가 현관 중문을 열고 뛰어와서 웃으며 안아주며 하는 말. “수고했어요. 고생했어..” 그리고 볼과 입술에 뽀뽀해 주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나도 모르게 울어 버렸다. 또 갑자기 무의식 중에 이렇게 찾아오면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속으로 이제는 미운 마음이 생겨버리기 시작하려고 했다.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있는데 자꾸 나타나는 아내의 잔상과 추억들이..  

   

 한상 가득 채워놓고 아이들의 수다와 함께 음식을 먹으면서 점점 취해가고 있을 때였다. 나도 모르게 혼자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나 잘하고 있지..? 나.. 잘 버티고 있는 거지?, 아이들 그래도 잘 키우는 거 마지..?” 하면서 이제는 없는 아내에게 물어보듯 나지막이 소파에 기대서 떠들고 있을 때... 또다시 찾아왔다. 항상 아내가 내가 힘들어하거나 지쳐 있을 때면 내 무릎에 올라와 폴더폰 포개지듯 안아 주면서 하던 말,, “다 잘될 거예요. 난 당신 믿어..”      


 머리에 천둥이 내리쳤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정신이 번쩍 들면서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세를 올바르게 하며 앉았다. 그리고 지금 내가 무너져서 어질러진 집안과 세탁기 앞에 빨래, 설거지 통의 그릇들.. 난장판인 아이들 방.. 고양이 화장실에서 나는 오줌 냄새.. 모든 것이 한 번에 눈에 들어오면서 ‘이런 미친놈을 보았나!!’ 하고는 거실 한쪽벽에 붙어있는 거울에서 나 자신을 바라보았다. 조니뎁 수염처럼 자란 인중의 털, 머리는 이발을 언제 했는지 모르는 더벅머리, 얼굴에는 인상을 하도 구기고 다녀서 그런지 보이는 잔주름과 죽기 직전 나타나는 듯한 얼굴의 어두운 피부색.    

  

 아내가 항상 해주던 믿는다는 말과 잘 될 거라는 말, 얼마나 힘이 되고 또는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새삼 느끼면서 이대로, 아니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나를 믿어주며, 긍정의 말로 없는 자존감도 올려주는 말을 해준단 말인가. 헤어짐은 분명 아주아주 큰 슬픔을 가져다주지만, 또는 이렇게 항상 들어서 몰랐었던, 이 고마운 응원의 말이 나를 또 살아가게 해 준다. 이렇게 이제는 아내 때문에 울고, 아내가 해주었던 응원의 말들을 생각하면서 또다시 기운 내며 살아가고 있다.  오늘따라 아내가 더 보고 싶은 날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 힘들고 괴롭고 슬픔 속에 빠져있어도, 분명 좋은 추억과 함께 나에게 주었던 그 사람의 사랑으로 또다시 살아가는 것이 바로 우리 사람이란 존재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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