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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쟁이 Oct 17. 2023

두 분 콩나물이세요?

아이들의 자라는 속도

 아침부터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등교하기 전부터 큰딸이 현관 앞의 대형 거울 앞에서 패션쇼를 시작한 것이다. 입었던 옷들은 무슨 뱀이 허물 벗어 놓듯이 널브러져 있었고, 그 옷을 보면 딸의 동선을 알려주는 듯했다. 

“아빠, 어때?”

이때 대답을 잘해야 한다. 대충 대답하면 끝이 나지 않는 길고 긴 싸움이 시작될 것이란 것을 나는 이미 아내를 통해 학습했다. 

“응~ 그 치마는 우리 딸만큼 활기차고 중학생 언니들 같이 보이는데?”

고학년 초등학교 여학생들은 빨리 중, 고등학생이 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는 그 점을 이용하기 위해 성숙해 보이는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흐흐. 이쯤이면 그만하겠지 라는 생각을 했다. 

“흠..... 아니야!” 

나지막이 소리를 지르고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는 딸을 바라보고, 나는 주먹으로 가서 뒤통수를 한 대 갈기고 싶은 욕망을 참았다.      


 “아빠, 옷이 짧아, 바지가 너무 가랑이에 껴서 못 입겠어.” 

방에서 청바지로 갈아입고 나온 딸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며 인상을 쓰고 있었다. 다른 바지들도 그런지 갈아입고 오라고 말을 했고, 딸은 짧아진 바지들을 들고 내 앞에 내밀었다. 

‘왜, 나는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못 느꼈던 것이지? 매일 붙어 있다 보니 못 느끼는 건가?’

라는 생각과 함께 밥을 먹고 있는 아들을 쳐다보았다. 아들의 옷을 보니 역시나였다. 사이즈가 작아졌고 옷의 색도 변색된 것이 맘에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딸의 옷이 안 맞는 것을 보니 아들 녀석의 옷차림도 맘에 들지 않아 더욱더 그렇게 바라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내놈이라 그런지 자신의 옷 차림새에 신경을 쓰지 않아서 나에게 투덜거리질 않았을 것이다.    

  

 딸에게 보너스 나오면 옷 사러 가자는 말로 식탁에 앉히는데 성공을 했다. 그리고 아침밥을 먹는데 그날따라 아이들을 유심하게 쳐다보게 되었다. 이 두 녀석들을 애기띠 하고 다니던 시절부터 유치원에 등교하면서 지 몸뚱이 만한 가방을 메고 걸어 다니던 모습. 그리고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자신들의 개성이 생기면서 나와 있었던 에피소드들. 유치원생이던 것이 엊그제 인 것 같은데 큰 딸은 이제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마치 제목처럼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는 것 같다. 그런 반면에 엄빠는 아직도 내 역할이 어렵고 적응 중인데 말이다. 

“두 분 콩나물이세요? 아빠가 너희들 자라는 걸 쫓아가기가 바쁜 것 같다~ 하하.”

웃으며 뜬금없이 말을 했고, 아이들은 서로 삿대질을 하면서 누가 더 빨리 자랐는지 또 싸우기 시작했다.           


 콩나물처럼 빨리 자라도 상관없다. 엄빠는 너희들에게 큰 비닐하우스처럼 있을 테니. 잘 자라도록 비, 바람도 막아주고 따뜻한 햇살을 전해주는 그런 존재. 엄빠는 그런 존재로 너희들의 기억 속에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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