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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쟁이 Oct 17. 2023

아들의 혼자 치과 다녀오기.

아이들은 어쩌면 어른들보다 강하다.

 우리 아들은 10살의 초등학생3학년, 아직 어리다면 어린 아이다. 그런데 이 녀석은 나이에 비해 속도 깊고, 담대함이 웬만한 애어른 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나에게 어린아이가 어른보다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일이 있었다. 9살 때 이야기다. 이제 유치가 빠지고 새 이빨이 자라날 때가 된 아들 녀석이 나에게 와서 이빨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했다.

“아빠 이빨을 빼야 할 것 같아요.” 

피가 흐르며, 흔들리는 송곳니가 나와야 할 곳의 유치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손가락으로 살살 흔들어 보니 아직 빠질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이 녀석이 자꾸 손으로 만져서 피가 흐르는 게 불편하고 신경 쓰이는 것 같다.      

 엄빠로서 이럴 땐 참 애매하다. 일을 하다가 외출로 다녀오기도 왔다 갔다 하면 3시간일 것이고, 조퇴를 하자니 시간제 임금자로서 잔업까지 버려지는 시간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야기했다. 

“내일 그럼 혼자 저번에 다녀왔던 치과 가서 빼달라고 해. 할 수 있지?” 

“네, 알았어요. 돈은 어떻게 해요?”

“아빠 번호로 계좌 번호랑 금액 보내라고 하면 돼.”

“아하! 알았어요.”

아이들은 종종 자신들의 용돈이 없으면 계좌이체라는 신비스러운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통화 한번, 문자 혹은 사진으로 계좌 번호를 나에게 보내면 다 해결이 되니까.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아들은 자신 있게 대답을 했다. 

           

 솔직히 9살인 아들을 혼자 치과 보내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마 우리 어른들도 어렸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 보자. 여기저기서 울어 대는 친구들의 울음소리들과 그걸 달래는 부모들. 그리고 간호사 선생님의 목소리, 제일 무서웠던 그 특유의 “윙~!” 거리면서 이빨을 갈아 버리는 그 기구와 송곳 같은 기구. 생각만 해도 공포의 치과가 아니었던가. 혹여나 치과 안에서 울어버려서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을 곤란하게 하지 않을지 걱정이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나의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것을 다음날 알게 되었다.  


 다음날 일하는 중 아들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아빠 치과 왔어요. 바꿔드릴게요.” 

전화를 건네는 소리가 들렸고, 아마 접수안내 하시는 선생님인듯한 분이 받으셨다. 그리곤 말씀하셨다. 

“아드님이 설명을 너무 잘해줘서, 이빨 잘 뽑고 문자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입가에 미소가 번지면서 아들의 씩씩함이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조금 후 자신의 빠진 이빨 사진과 빠진 이빨 자리를 자랑하듯 잇몸 만개한 자신의 셀카와 함께.           


 혼자 씩씩하게 이빨도 빼고 온 아들 녀석을 생각하니,  우리 어른들이 더 겁쟁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인가 새로운 걸 시작하려 할 때 이것, 저것 준비할 것도 많고, 해야 할 이유와 의미도 부여해서 대단하게 시작하려 한다. 그냥 시작하면 되는 것인데 말이다. 그리고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 고통에 대한 두려움,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는 두려움, 같은 많은 이유로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를 하기도 한다.    



 아이처럼 순수한 목적과 목표만 생각하고 단순하게 시작하는 것이 어쩌면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 그리고 어쩌면 수많은 변명으로 겁부터 내는 어른보다도 어린아이가 더 강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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