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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쟁이 Oct 17. 2023

엄빠의 겉바속촉 삼겹살 도전기.

엄마 역할 중 하나인 요리에 도전하는 엄빠의 이야기.

 엄빠가 된 이후로 혼자 벌어 키우면서 돈에 대한 압박감이 어마어마 해졌다. 집과 차를 한 번에 구매하면서 나가는 고정 지출을, 아내가 일을 하면서 감당해 줬기 때문에 그래도 좀 괜찮았었다. 그런데 지금 혼자서 모든 지출을 감당하려 하니 혼자 벌이로는 진짜 힘이 부친다. 내가 사업가도 아닌 철강 회사 제조업 생산직 회사원이기에 수입은 거의 고정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원룸에서부터 시작해서 지금의 30평대 아파트까지 오는데 11년이 걸렸다. 원룸 월세로 출발해서 투룸 전세를 거쳐 17평 아파트 전세, 23평 아파트 전세로 그리고 지금 내가 사는 집에는 30평대로 이사하면서 아내의 남다른 촉으로 1억 가까이 싸게 사면서 인테리어 전체 리모델링 하면서 이사를 왔다. 그리고 아내는 자신이 워낙 원했던 위치의 아파트여서 매우 만족하며 지냈다. 그러나 9개월뿐이 그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떠났다.           


 혼자서 이제는 아이 둘과 고양이 3마리를 책임져야 하는 엄빠가 되면서 나는 돈 관리에 엄청나게 압박감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다. 어느새 단벌신사가 되어버렸고, 지출을 함에 있어 항상 수없이 고민을 하며 인터넷 쇼핑 사이트의 장바구니 에는 60개가 담겨 있지만 결정하지 않고 있다. '정말 필요 한가 아닌가'라는 고민이 있다면 절대 구매하지 않는 습관을 만들었다.      


 냉장도고 많은 변화가 왔다. 음식 만드는 재료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어졌고 거의 밀키트와 어머니 집에서 공수해 온 반찬과 국, 홈쇼핑에서 구매한 음식들이 전부다. 전에 한 번인가 요리를 해서 먹이려고 장을 봤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다. 요리하고 남은 재료들을 처리하지 못해 냉장고에서 썩혀 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맛도 없어서 애들도 싫어하고, 나도 힘들고, 재료는 처리 못하기에 나는 요리를 포기했다. 그러면 어찌하겠는가? 바로 우리의 한국의 편의성 대표인 배달 음식으로 해결한다. 특히 주말의 저녁에는 필수로 아이들의 입을 호강시켜 주기 위해 아낌없이 “주문하기” 버튼을 누른다.    

       

 그런데 이것도 한두 번이지 나의 계획된 지출 금액에 가까이 오면 압박감이 다가온다. 아이들에게 맛 좋고, 영양가 있는 것도 먹이고 싶은데 말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인스타 그램에서 손쉽게 자취생들을 위한 요리 팁을 피드에 가득 채운 것을 보았다. 

‘이거다!!’ 

그중에서 고른 것이 바로 제목에 있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삼겹살.>이다. 냄비를 이용한 통 삼겹살을 수육처럼 요리하는 것인데 딱 보니 이건 아이들도 나도 둘 다 만족할 만한 음식이었다. 특별한 양념장을 만들어야 하는 것도 아닌 것이 나에게는 아주 좋았다. 왜 나는 레시피를 따라서 조미료들을 섞는데 맛은 그지 같은지 아직도 영문을 모르겠다. 아무튼 헬스장 오픈 하자마자 입장을 같이 하는 어머니 한분이 가끔 나에게 이런저런, 직접 키우는 야채를 주시는데 딱 맞게 상추를 두 봉지나 주셨다. 

‘오늘은 직접 해서 먹이라는 거구나.’

무슨 신의 계시를 받은 것 같았다. 바로 정육점에서 통 삼겹살을 사고 마트에서 음료와 나를 위한 술도 사서 머릿속에 요리 순서를 이미지 트레이닝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한참 삼겹살을 이리저리 냄비 뚜껑을 열어서 뒤집고 닫고를 반복하고 있는데 냄새를 맡고는 딸과 아들이 번갈아 가면서 한 마디씩 외쳤다. 

“고기다! 오~~ 냄새 ~~ 봐~~~~~.” 

냄비 속의 물체가 무엇인고? 하는 표정으로 들여다보면서 나를 미심쩍은 눈으로 쳐다본다. 아마도 이런 질문을 하는 것 같았다. 

‘먹을 수 있는 건가? 아버지?’

나는 손으로 훠이훠이 저으면서 한마디를 하며 주방에서 쫓아냈다.

“가서 기다려봐! 이거 TV에서도 나오는 맛난 거니까, 보장한다.” 


 드디어 완성! 냄비에서 꺼내어서 나무 도마를 위에 뜨거운 삼겹살을 얹어 놓고선 걱정을 하며 칼로 보쌈을 나름 이쁘게 썰기 시작했다.

‘속이 잘 익었어야 하는데..’ 

다행히 따뜻한 김이 올라오면서 그 속에 비친 색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기분 좋게 전부 난도질로 먹기 좋게 썰어서 푸익은 김치와 함께 쟁반에 담아서 거실의 TV앞 테이블에 가져다 놓으니 그럴듯했다. 아이들은 접시와 젓가락을 챙기고 나는 술과 음료 그리고 상추와 쌈장을 챙겨서 한상 가득 채웠다. 

“잘 먹겠습니다~!”

기대에 찬 음식에 대한 인사를 시작으로 셋이 먹기 시작했다. 나는 가만히 아이들의 반응을 살폈다. 아마 아내도 내 입에 음식이 들어갈 때마다 느꼈을 약간의 긴장감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오! 맛있어!”

아들의 입에서 탄성이 나왔고, 나는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맥주 한잔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신나게 먹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오늘 요리는 성공이 했다고 자신을 칭찬하고, 잘 먹는 아이들을 보면서 흐뭇해야 하는데.... 나란 놈은 고깃값과 만약 배달을 시켰다면? 어느 정도의 금액을 아낀 것인가? 하고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참.. 좀.. 이럴 때는 그냥 순간을 즐길 수 있게 좀 멍청이였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아무튼 돈도 아끼고, 처음으로 접한 신기한 요리도 하고, 아이들도 맛있어하고 하니, 좋았다, 가끔 쉬우면서 실패 없는 레시피를 발견하면 직접 요리로 지출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외벌이로 아이들을 키우는 사람이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분명 이혼율이 자꾸 급상승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더욱더 말이다. 나처럼 배달음식에 많이 의존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힘들어도 직접 꼭 요리를 해서 먹이려는 사람도 있을 테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이와 자신에게 식사를 대접할 텐데 궁금한 게 참으로 많다. 나와 같은 외벌이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할까? 하고는 말이다. 집안 사정은 그 집에서 살지 않는 이상 모르는 거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있다고 확신한다. 아이들을 음식으로 행복하게 하고 싶은 마음은 모든 부모의 공감되는 바람이 아닐까 한다. 나도 엄마의 역할을 해야 하게 되면서, 대한민국 아내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주방에서 한 가족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아내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음식으로 인정받고 싶고, 먹을 때는 모두가 행복해하며, 식사 시간이 즐거웠으면 하는 바람.              



  역시, 직접 겪어 보지 못하면 그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의 마음 가짐을 다 알 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또 어떤 엄마 역할을 해야 할지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서 기대하기도, 걱정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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