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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쟁이 Dec 13. 2022

우리 집 이등병 둘

     

 우리 집에는 이등병 둘이 있다. 그건 우리 딸과 아들 두 녀석이다. 내가 우리 아이들이 이 정도로 기본적인 집에서의 해야 할 일?이라고 해야 하나? 지켜야 할 서로 간의 매너?라고 해야 할까 하는 것들을 너무나 모른다는 것을 아내가 하늘의 별이 되어서 내가 엄빠가 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내가 왜 이등병으로 아이들을 비유했냐면 이등병들은 집에서 떠나와 수많은 시어머니들과 지내게 된다. 그때 배우는 것들 중 몇 가지를 나열하자면. 

1.쓴 물건은 제자리에 둔다. (다른 사람이 필요할 때 찾아다니지 않게 하기 위해) 

2.0자기 물건은 스스로 잘 챙겨야 한다. (군에서는 팬티, 양말도 훔쳐가기 때문이다. 가끔 속옷, 양말, 러닝 등이 분출받은 숫자만큼 가지고 있는지 검열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3.항상 청결을 유지한다. (손톱, 발톱, 귀지 상태 등을 실제로 검사한다.)

4.빨래는 모아 두지 않도록 한다. (실제로 군대에서 빨래를 몰아서 하려고 숨겨놓거나 하는 녀석들이 있다. 청결과 세균에 관련되어 있기에 금지시킨다.)

 위에서 언급한 것들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정도로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 하는 행동이 위에서 언급한 것을 해서이다. 

     

 내가 엄빠가 되고 나서 진짜 놀랐다. 이 녀석들이 스스로 해야 할 부분을 모두 아내가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양말은 침대 구석에 벗어서 숨겨놓기, 빨아야 할 만한 옷은 그대로 옷장에 넣어두기, 손톱 발톱은 자르라고 해야 자르고, 같이 사용하는 물건들은 항상 어디 있냐고 물어봐야 하며 같이 찾아야 그제야 나온다. 대박인 것은 자기 물건을 나한테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는 일이다.  

    

 전업 주부였던 아내는 항상 집에 있기에 나는 몰랐던 것이다. 아내가 아이들을 너무나 응석 받이로 키우고 있었다는 걸, 그래서 셋이서 살게 되면서부터 아이들은 이등병, 나는 병장이면서 분대장이 되어 스스로 해나가야 하는 것들을 가리키며 변화시켰다. 나는 아이들에게 엄하게 가리키면서 말했다.  “엄마가 해주던 일들을 우리 셋이 나누어 서로 채워가며 살아가야 한다.” 고 말이다. 아이들이 아직은 엄마의 손길이 많이 피료할 나이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내가 워낙 좀 엄한 아빠라서 아이들이 많이 울고 나도 혼내고 나면, 아이들도 많은 눈물을 흘려고 혼나는 모습에 너무 안쓰럽기도 했다. 그럴 때면 아이들 잘 때 혼자 술 마시며 울기도 많이 했다. ‘ 꼭 그렇게 화를 냈어야 했나? 내가 너무 심한 건가.?’ 하면서 자책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아이들은 엄마 손길이 얼마나 그리워하면서 힘들까 하는 생각에 더욱 가슴이 메어 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흘러 1년이 지나갔다. 그렇게 우리 셋은 아내의 빈자리를 차츰 채워 나아갔고, 이제는 우리 딸은 먹은 거 설거지도 곧잘 해내고 김치볶음밥도 해서 동생과 함께 저녁밥을 챙겨 먹는 일병쯤 되어간다. 아들 녀석도 하는 집안일을 많이 도와준다. 거실 청소기도 한번 돌리고 쓰레기도 치워주며, 고양이 화장실도 치워주는 기특한 일병이 되어 간다. 내가 퇴근하면 9시라 저녁을 내가 못 챙겨 주는 것이 마음이 아팠는데, 이제 자기들 스스로 잘 챙겨 먹으니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점차 집안일도 도와주는 것들이 많아지며, 서로 간에 집안일을 나누어하면서 성장해 가는 아이들을 보니 고맙고 기특하다.  


 어느 누군가는 나에게 말을 한다. “ 아이들은 아이답게 키워야지.” , “너무 엄하게 하는 거 아니야?”, “아이들도 힘들겠다.” 등등 그러면 나는 또 혼자 수많은 생각에 잠긴다. 

 그래도 내가 이기적인지 모르겠지만 사람마다, 아니, 그 집안 가정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있고 집안에서의 규칙 같은 것이 있다. 우리 셋은 서로 채워가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아빠라고 나 혼자 희생하면서 모든 집안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아이들 스스로 해야 하는 부분에서도. 나는 생각한다. 누가 머라고 해도 이런 방식으로 자라는 우리 아이들이라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서로 화합과 배려라는 부분 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의 책임감 같은 것들을 몸에 베이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은 여러 상황의 경험에서 배우는 것이 최고니까 말이다. 오늘도 우리 셋은 서로 채워가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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