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뭘 어떻게 더 열심히 살아야
우주가 감동하나

by 코리아코알라

젊을 때 한창 어울리던 친구들이 있었다. 다들 부잣집 아이들이었고 그들이 아무렇지 않게 여기저기 택시 타고 동해 번쩍 서해 번쩍 왔다 갔다 할 때, 나는 지하철에 버스를 갈아타고 그들을 만나러 다니거나 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그들과 나 사이에 슬픈 괴리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들의 세계에는 진입조차 할 수 없는 가난한 아이란 걸 알게 되었고, 내가 그걸 알게 되었을 즈음 그들도 똑같은 걸 확신하고 있었다, 저 아이는 지질히도 가난한 아이라고. 나는 그들이 얼마나 부자인지 몰랐으며 그들도 나처럼 돈이 없을 수도 있다는 걸 몰랐다고 할까.


나는 그렇게 황새들과 어울리며 다리가 찢어지도록 화려하려 했던 20대를 거쳐 어찌 운 좋게도 대기업 취직에 성공했다. 그리고 좋은 사람 만나 결혼도 했고 예쁜 아이도 둘이나 있다. 하지만 30대 후의 내 삶은 마치 비탈길에 세워진 자동차처럼 힘들게 지치도록 오래 서 있다. 액셀을 밟지 않으면 앞으로 절대 나아갈 수도 없고 쉬는 것도 편히 쉴 수 없으며 자칫 기어를 잘못 넣기라도 하면 가차 없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수도 있는 피곤한 삶이다. 나에게는 부양해야 할 두 부모가 계시고, 아픈 아이가 있고, 책임져야 할 나머지 가족들이 있다.


삶이 힘들어지면 나는 혼자 울기도 하고, 술이 떡이 되도록 마셔도 보고, 담배 연기로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려고도 하지만 내게 돌아오는 건 더 나빠진 건강과 피폐해진 정신뿐이다. 이제 나는 울지 않는다. 누구에게 도움 따위를 기대하거나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내 스스로가 강해져서 이 모든 걸 더욱 가뿐히 짊어지고 갈 수 있기를 염원한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몸이 으스러져라 모든 걸 갖다 바쳐도 내게 돌아오는 건 "정말 고맙다.", "정말 일 잘한다. 우리 부서에 와서 좀 부탁한다." 그리고 더 많이 지워지는 책임과 일.


노력을 하면 할수록 더욱 열심히 살면 살수록 내 머리 위의 유리 천장은 점점 더 높아져만 가는 것 같다. 벼룩이 유리 천장을 치워도 습관적으로 그 높이 이상은 뛰어오르지 않는다는데 나도 그런 걸까. 가끔 내 스스로가 나를 한계 짓고 있는 건 아닐까 다시 한번 힘을 내다가 주위의 태생이 황새인 자들의 삶을 보곤 고개를 들어 유리천장을 쳐다볼 기력마저 잃는다. 피곤하지만 자리 펴고 누울 수는 없고 다시 추스리고 앞을 향해 나아가야만 하는 내가 가끔 참 안됐다고 생각하지만 그 생각 또한 사치겠지... 하지만 정말이지, 가끔 내 이 삶이 너무 피곤하고 힘에 부쳐.


2018년의 끝자락에서 평범한 한국의 가장이 하는 말을 들으며 나는 참 무기력했다. 내 손에 힘없이 들린 책은 '마음만이 간절히 원해서는 안된다. 온 영혼과 온 우주가 감동할 정도로 간절히 원해야 한다'고 비꼬듯 내뱉고 있었다. 우리 피곤한 이 삶은 우주를 감동시키지 못하는 나약한 우리 정신 탓이란 말인가. 나는 책을 손에서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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