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서 처음 카톡이 왔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녀에게서 좀 더 빈번하게 카톡이 오기 시작했고 그녀의 카톡체는 변함이 없었다.
그녀의 모든 카톡은 시다. 일상적으로 시를 보내는 그녀는, 멋진 모자를 쓰고 긴치마를 두르고 조수미풍의 눈 화장을 한 예술가다. 그녀는 너무나 독특하게 짧은 시어체로 나를 설레게 하는 카톡체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지난번 그림은 다 완성했을까?
안녕
오늘은
정말
날씨가
쾌청하고
상큼해.
내일은
내가
시간이 좀
날 것 같은데
같이
점심할까?
나는 카톡에서 웃을 때 기껏해야 ㅎㅎ, ㅋㅋ, ㅋㅋㅋㅋ, 한다.
그런데 그녀는
크하핫, 우하하핫, 꺄악!, 우헤헷, 호홋, 푸하핫
그녀의 웃음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언제 새로운 조합의 들어보지 못한 웃음소리를 보여줄지 모른다. 항상 새로움을 기대하게 만드는 그녀가 내 가슴을 뛰게 한다. 그녀 덕분에 내 굳은 심장에 탄력이 돌아온다.
그녀는 아직도 세계 여행을 꿈꾸고 있을까?
나는 영어든 한국어든 느낌표를 가려서 쓴다. 정말 강조를 하고 싶을 때만 쓴다. 주로 기분 나쁘지 않도록 좋은 일에 강조할 때만 주로 쓴다. Wow, awesome!!! 이런 식으로. 나쁜 말에 느낌표를 붙이거나 중성적인 표현에 붙이면 아주 소리 높여 고함치는 모양새라서 거의 쓰지 않는데 그녀는 나를 많이 헷갈리게 했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
그렇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나는 그녀와 오랜 인연을 유지하지 못했다. 너무 귀가 아파서였을까?..
그녀는 수술 후 그 에너지를 회복했을까?
젊은 20대의 청년이었는데 내가 불편했을까? 나를 편하게 해 주려는 그의 배려였을까? 항상 그의 문자에는 'ㅎ'가 한 번에서 네 번씩 한 줄에 두 번씩 들어갔다. 그의 카톡체에는 그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웃고 있는 걸까? 슬픔을 감추는 걸까? 감정이 없는 걸까? 언젠가부터 그의 웃음소리가 내게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는 이제 정규직을 구했을까?
아네ㅎㅎ 그러시군요ㅎㅎㅎㅎ
네ㅎ 그렇게 하셔도 됩니다ㅎㅎ
다음 주는ㅎ 불가능하시고요ㅎㅎㅎ
어떻게지내는지궁금해서연락해봐많이바쁜가봐중요한일은아니니너무신경쓰지는말고시간나면전화해줘
그녀는 왜 항상 띄어쓰기가 생기기 전 훈민정음체로 쓰는 걸까? 그녀의 오래된 핸드폰은 스페이스바가 고장 났을까? 다음번엔 '간격'을 누르면 어떻게 되는지 가르쳐 드려야 할까? 1초라도 빨리 내 소식을 듣고 싶은 당신의 속마음이겠지....
안녕하세요.
시원하게 비가 내리는 아침이네요.
어제는 제가 너무 바빠서 연락을 못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OOOOOO, OOOOOO.....
OOO OOOOOO OOOOO OOOOO OOOOO OOOOO OOOOOO OOOOOOOO....
OOOOOOOOOOOOO OOOOO OOOOO OOOOOO OOOOO OOOOO OOOOO...
다음번에는 제가 OOOOOO OOOOO OOOO OOOOO OOOOOO OOOOOOOOO
OOOOOOOO OOOO OOO OOOO OOOOOOO OOOOOO OOOOOO OOOOOOO
OOOO OOOO OOOO OOOOO OOOO OOOO OOOO OOOOOOO OOOOOOOO
즐거운 하루 되세요~
분명 카톡을 받았는데 이메일을 받은 것 같다. 그녀의 카톡은 항상 여는 말이 있고 본론이 있으며 맺음말이 있다. 그녀의 본론은 쉽게 10 문단을 넘기도 한다. 그녀는 이제 박사 논문을 다 마쳤을까?
간단한 카톡 하나로도 그 사람의 많은 걸 볼 수 있다. 참 다양하고 재밌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 중 나에게 가장 신선한 영향력을 미친 분이 계신데 내가 수화를 배우러 다녔을 때 만난 분이었다. 그분은 정말 에너지가 넘치고 티 나지 않게 남을 많이 도왔던 분이셨다. 그분은 카톡에 상대의 이름을 그냥 무미건조하게 저장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이미지를 오랫동안 떠올려보고 그것에 어울리는 자기만의 애칭으로 저장한다고 하셨다. 그러면 그 이름을 볼 때마다 그 사람이 더욱 잘 그려지고 의미 있어진다고.
그래서 나도 따라쟁이가 되었다.
Virtuoso (*음악의 거장이라는 뜻), 숲의 신, 닮은꼴, 책 읽어주는 곰 아저씨, 스누피, 멜사친가 (*멜번 사는 친절한 가족 줄인말), 민들레 홀씨, 들꽃, 깻잎, 여장부, 크하핫, 행복한 신동, 꼭 이뤄내라...
그녀는 알까. 그날 그 작은 카페에서 그녀의 스치던 그 한 마디가 나의 삶에 이토록 큰 울림을 주었음을.
감사합니다. 효숙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