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증을 읽다: 다르게 읽는 사람들의 세계>>
아이는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해외에서 체류했던 경험도 무척 많으니 영어에 빈번히 노출이 되었을 것이고, 외국인 선생님 수업도 많이 들었을 것이었다. 그런 아이에게 유치원생이 읽을 법한 쉬운 영어책을 줬는데... 아이는... 읽지 못했다! 내가 아이를 처음 봤을 때의 인상은.. 약간은 두려움이 깔려있었고 표정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말을 했을 때는 지능이 낮다거나, 사회성이 결여되었다거나 하는 인상은 전혀 받지 못했다.
"학교에서 매주 단어 시험을 보거든요. 쉬운 것도 있지만 정말 어려운 단어도 있는데 그걸 거의 백점을 받아와요. 그런데 백점 받은 그 단어들을 시험 본 후 제가 다시 물어보면 정말 하나도! 기억을 못 해요. 당연히 읽지도 못하고요. 그런데 어떻게 시험을 백점을 받는지 모르겠어요...선생님, 저는 제 아이가 공부 잘하기를 바라거나 하지 않거든요. 전혀요! 그냥 영어를 읽을 수만 있으면 좋겠어요..."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본 이 아이는 분명 난독증이 있었다. 짐작했던 대로 한글도 익히는데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오래 걸렸다고 했다.
난독증은 치료하는 것이 아니다. 난독증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는 있지만 원래 가지고 태어난 두뇌구조를 바꾸는 건 불가능하지 않은가? 엄청난 노력과 훈련으로 뇌의 부족한 영역을 (조금) 더 활성화시켜 줄 수만 있는 거다. 아니면 다른 회로를 통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훈련하는 것이거나. 한글 난독증, 영어 난독증, 이렇게 따로 있는 게 아니다. 한글을 배울 때 아주 힘들었다면 영어는 그것에 몇 곱절은 더 힘들다. 서양에서는 난독증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외국어 수업을 면제해 주는 학교들이 많다. 바로 그 이유도 외국어를 익히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그런 것이다.
이 아이는 평범한 아이가 아니다. 엄마가 이 아이를 평범하게 만들려고 하면 이 아이의 삶은 정말 불행해질 거다. 모든 사람에게는 장단점이 있는데 이 아이는 남들이 가지지 못한 엄청난 장점이 있고,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걸 못 가진 약점이 있다. 모두가 지옥으로 뛰어들어 아이의 약점을 없애는 데 올인할 것인가, 약점을 어느 정도만 보완하면서 장점을 더욱 강점으로 만드는데 도움을 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한다. 이 아이가 절대! 게으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만 기계적인 암기는 이 아이의 약점일 뿐이라는 것을.
그렇게 이 아이는 3월부터 나의 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한 달 만에 아이는 글을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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