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증과 IQ 지능
한국에는 난독증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분들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거의 유일무이한 한 정신과 전문의 분이 어떤 인터뷰에서 말씀하셨다. '난독증이 있으면 난산증, ADHD, 경계성지능'을 (거의) 항상 함께 가지고 있다'라고.
나는 이 분의 의견과는 약간 다르게 난독증은 난산증, ADHD, 운동협응장애, 자폐스펙트럼(아스퍼거)과 종종 일정 부분 겹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유는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두뇌의 다른 부분이 더 활성화 혹은 특정 부분이 활성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생기는 다양한 현상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 경계성 지능은 포함하고 싶지 않다.
이와 반대의 두뇌, 흔히 우리가 '정상'이라고 말하는 두뇌를 가진 사람들은 이러한 어려움은 없지만 이 '정상'이라는 사람들의 IQ지능도 (가드너의 9가지 다중 지능 중 여기서는 IQ지능만 말하는 것이다) 천차만별이지 않은가?
이러한 '정상'이라는 사람들의 반대쪽 스펙트럼상에 있는 사람들을 총칭하여 신경다양인이라고 한다. 당연히 신경다양인들의 지능도 천차만별이지 않을까? 그런데 '난독증, 난산증, ADHD, 경계성지능이 함께 있다'고 하면 난독증은 마치 지능이 높지 않아서, 머리가 나빠서 생긴 병?인 것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니 아무도 자신이 난독증이 있다고 편하게 말하지도, 자신의 아이가 난독증이 있다고 하면 하늘이 무너지듯 울기도 하는 것이지 않을까.
우리가 흔히 난독증이 있다고 알고 있는 서양의 많은 사람들은 주로 자폐나 ADHD 중 하나, 혹은 둘 다를 가지고 있고, 거기에 난독증이나 난산증, 운동협응장애 등을 추가로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대부분 지능이 높아서 자신의 약점을 다른 강점으로 보완하고 성공한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에도 아주 특이하고 독특한 개그맨, 가수, 웹툰 작가, 예능인, 일타강사, 유명한 교수... 등에서 자폐, ADHD, 난독증의 특징을 본다. 다만 내가 여기서 그들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는 이유는 한국의 이 단어들이 가지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고려해 볼 때 자신의 이미지를 손상했다고 소송을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서운 세상 아닙니까?^^)
나는 경계성지능이라 진단받은 난독증을 많이 본 적은 없지만 그들 중 한 명은 정말로 그 무엇을 해도 다 느렸다. 전체적인 이해가 느려서 모든 것에 더 많은 노력이 들어가야 했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학습적으로는 다 느렸지만 안무는 단 번에 보고 그 자리에서 잘 따라 했으며 사람을 1~2초만 보아도 어떤 옷을, 무슨 색깔을 입었는지 단박에 알아맞히고 기억했다. 사람이나 사물을 아주 시각적으로 정확히 포착해서 그 특징을 잘 기억하고 표현했다.
경계성 지능 판정을 받았지만 그들을 어떻게 교육하느냐, 그들이 얼만큼의 자존감으로 자신의 강점을 살려 일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각각의 삶은 참으로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삶이 앞으로 평균 이상의 IQ지능을 가졌으나 난독증이 없는 신경전형인의 삶보다 못할 것이라고 전혀 말할 수도 없다.
한국에서 난독증은 5%, 어떤 곳에는 10%, 혹은 15%라고 하는데 15%는 경계성지능으로 진단받는 아이들이 평균 그 정도 되니 '난독증 = 경계성지능'이라고 보아 같은 수치가 나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스펙트럼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어디서 어디까지를 선을 그어 정확히 몇 퍼센트에게 어떤 진단명을 내리기도 참 힘들고 애매할 것 같다.
자폐도 스펙트럼상에 있는 것이라 자신이 그런 성향이 있다고 말하지 않는 이상 진단을 내릴 수도 알 수도 없다. 조금 알고 둘러보면 우리 주위에 자폐스펙트럼은 정말 많다. 난독증도 내가 늘 얘기하듯이 99%는 읽는데 문제가 없으니 성인들 중 난독증이 있는지를 알아보기는 참으로 힘들다. 물론 나 같은 사람은 조그만 특징으로 알아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마저도 본인이 솔직하게 얘기를 하지 않으면 정확하게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다시 말하자면, 난독증을 포함한 다른 신경다양성적인 특징은 스펙트럼상에 존재하며 정확히 선을 그어 나누기가 어렵고, 그 범주에 IQ지능은 포함되지 말아야 한다. 신경다양인들의 IQ도 정말 다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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