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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아코알라 Aug 29. 2024

한 발로 플라밍고처럼 서 있기

아스퍼거의 특이한 자세

남편이 얼마 전에 높낮이가 조절되는 책상을 샀다. 

아들이 호주에서 쓰는 걸 보고 자기도 사고 싶다고 작년부터 말했었는데 이제야 샀다. 

남편은 서서 일하는 걸 좋아하는데 서있는 자세가 참으로 특이하다. 마치 플라밍고가 한쪽 다리를 들고 다른 쪽 다리에 올려놓은 것처럼 서있다. 예전에 쿵후를 했었던 사람이라 가끔 그렇게 서있는 경우가 있었어도 정말 별생각 없이 봤었다... 그런데 자폐커뮤니티의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런 자세로 서 있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헐~


남편은 밖에서는 두 다리를 땅에 대고 아무렇지 않게 서 있지만 집에서는 플라밍고처럼 서 있으면 아주 편안하다고 한다. 


걷거나 서 있는 모양에서도 자폐성향이 어느 정도 드러나는 것 같다.  


자폐의 특징인지 전혀 몰랐는데 나중에 기억을 되살려본 중에는 항상 발 뒤꿈치를 들고 다녔던 사람도 있었고, 항상 한쪽 신발이 다른 쪽 신발을 누르고 있거나, 양발로 서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한쪽 발은 살짝 들고 다른 쪽 발에 발 앞부분만 붙이고 서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자세를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 자폐성향이 옅게 혹은 짙게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나는 발 뒤꿈치를 들고 다니는 게 왜 편한지 알 수가 없어서 오늘 저녁 내내 그렇게 걸어 다녀봤다. 신기하게도 걸을 때 몸으로 전해지는 진동이 훨씬 덜 느껴져 그렇게 걷는 게 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즉, 감각이 예민한 사람들은 그렇게 걷는 것이 감각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더 쉽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고등학교 때 늘 발 뒤꿈치를 들고 다니던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러면 살이 빠진다고 우리한테도 그렇게 걸어보라고 하셨던 게 기억이 난다. 정말 그러면 살이 빠지기 때문에 그렇게 걸으셨던 걸까, 아니면 자신의 아스퍼거적 특징을 숨기기 위한 방법이었을까? 아니면, 혹시 자신이 아스퍼거라는 사실도 평생 모르고 사셨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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