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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아코알라 Nov 21. 2024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나: 꼭 밖에서 걸어 다닐 때도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끼고 다녀야 해?

그: 응

나: 차 소리도 들어야 하고, 누가 뭐라고 할 수도 있고, 뭐 비상시에 소리를 들어야 할 경우도 있고 한데 그걸 끼면 아무 소리도 안 들리잖아?

그: 아무 소리도 안 들어도 돼. 

나: 뒤에서 갑자기 차가 나타날 수도 있고, 누가 도와달라고 할 수도 있고, 자전거가 지나갈 수도 있고...

그:......

나: 꼭 껴야 해? 

그: 응...


얼마 전 나는 그와 이런 대화를 한 두어 번 하다가 말았다. 내가 뭐라고 해도 그는 나 몰래라도 그걸 낄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은 수년 전 애플 무선 이어폰으로 시작한 것 같다. 한 번도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밖에서 껴보지 않았는데 언젠가 그걸 껴보고는 너무 좋아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길을 걸을 때도, 운동을 할 때도 늘 무선 이어폰을 꼈다. 그런데 자신의 귀가 이상하게 생긴 건지 자꾸 한쪽 귀에서 빠진다고 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잃어버릴까 봐 편히 못 끼는 장소도 생겼다. 


그걸 본 아들이 조깅하는 사람들이 잘 낀다는 골전도 이어폰을 추천했다. 그건 귀 위로 걸치는 것인데 잃어버릴 염려도 없었고, 바깥소리도 들리고 음악소리도 동시에 들려서 나도 좋았다. 그렇게 그건 그의 필수품이 되었다. 그런데 뼈로 진동을 통해 소리를 전달하는 방식이라 움직이는 교통수단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조금의 아쉬움이 간간이 있었다. 그러다 문제는 집에서 생겼다. 


남편과 나는 집에서 함께 있는 경우가 참 많은데, 나는 글을 쓰거나 읽을 때 적막이 필요한 반면, 남편은 그런 환경에선 오히려 불안함을 느꼈다. 그러다 우연히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얘기가 나왔고, 얼마 후 집으로 검정색 헤드폰이 하나 도착했다. 


남편은 너무나 신기하게 바깥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며 좋아했다. 그래도 여전히 그건 집에서만 쓰고 밖에서는 골전도 헤드폰을 썼다. 그런데 어느 날 출근하는데 새로운 헤드폰을 가방에 챙기는 게 아닌가? 


남편은 버스에서 기사님이 라디오를 크게 틀어서 너무 신경이 쓰인다면서, (자신의 골전도 헤드폰은 외부 소리를 차단하지는 않음으로) 버스에서 헤드폰을 쓰겠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남편의 '밖에서 어쩌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쓰기'는 이제는 아예 항상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쓰기로 바뀌었다. 


나: 왜 자꾸 밖에서도 노이즈 캔슬링을 쓰는 거야? 

그: 이건 정말 신세계야!!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 마음이 얼마나 평온한지 몰라! 너무 좋아! 


남편은 노이즈 캔슬링 이후로 불안함이 훨씬 더 줄었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나는 더 이상 뭐라고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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