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it a minute, please.
잠시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를 의미하지요. 영어로는 “Wait a minute. /Wait a second./ Just a moment.” 정도가 되겠고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잠시만요.”를 다른 상황에서도 사용한다는 것을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에게 알려 줄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루에 한 번 이상, 매일 이 표현을 쓰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유용한 표현이거든요.
영어로 "Excuse me."
한국어로는 뭐라고 하나요?
“실례합니다.”라는 걸 한국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지요. 그렇지만 한번 생각해 보세요.
우리 한국 사람들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지나가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조금만 비켜 달라고 할 때 뭐라고 말하나요?
실례합니다.
이 상황에서 영어의 “Excuse me.”인 한국어의 “실례합니다.”라고 하는 사람 있나요?
열에 아홉은 “잠시만요.”라고 할 거예요. (+"지나갈게요."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요.^^)
이때는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의미가 아니라 조금만 비켜 달라는 의미이죠. 만약 한국어를 배우거나 한국에 사는 외국 사람들에게 "잠시만요."의 첫 번째 의미인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만을 가르쳐 준다면 지하철에서, 사람이 많은 곳에서 분명히 “실례합니다.”라고 말하고 말 거예요.
외국어 교사는 문법만 가르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이 영문학과에 입학해 영문법과 영문학을 배워 학점을 받는 것이 목표가 아닌 이상 영어 회화 수업을 수강 신청했다면 교사는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그 문화권에서 실제로 그리고 주로 사용하는 표현들을 가르칩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도 똑같지요.
한국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표현, 한국 사람들과 한국어로 이야기할 때 어색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표현들을 배우길 바랄 거예요. 비웃음거리가 될 만한 표현을 말하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어와 한국어 교수에 있어서 학습자들의 오류들을 직접 마주하며 오랜 고민을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한국어를 가르칠 경우에 흔히들 하게 되는 실수가 이거예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상식, 1:1 대응으로 가르치는 거지요.
한국 사람 100명 중에 몇 명이나 “당신은 밥 먹었어요?”라고 질문할까요? 한국 사람인 우리도 사용하지 않는 표현을 한국어를 필요로 하고 배우려는 그들에게 알려주는 것은 정말 잘못된 것입니다.
한국어에서
잠시만요.
는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라는 의미도 있지만 사람이 많은 곳에서 조금만 비켜 달라는 부탁을 할 때,
영어로 "Excuse me."라는 표현이 적절한 그때에 "실례합니다."가 아닌 "잠시만요."를 써야 한다는 것.
기억해 두었다가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에 놀러 왔을 때 지옥철이라 불리는 한국의 지하철에서 유용한 표현이라고 팁 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네요. ^^
한국어 선생님 이소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