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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reanerin Sep 30. 2015

어디세요?

네? 저는 지금 신촌역인데... 그건 왜요...?

전화 통화할 때만 쓰는 한국어가 있지요. 

1. 여보세요 

2. 어디세요 


한국어로 전화를 받을 때 뭐라고 하는지는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사람들도 대부분 알더라고요. 

"여보세요~~~~"


요즘은 전화를 걸면 번호가 뜨기 때문에 누구한테 전화가 왔는지 대부분 알지만 모르는 번호나 모르는 사람에게서 전화를 받았을 때는 "누구세요?"라고 직접적으로 묻기보다는


어디세요?

어디시죠?

실례지만 어디십니까?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나요? 


외국어를 배울 때 교사나 원어민의 아무런 설명 없이 또는 실생활에서 어떤 표현을 직접 듣고 그 표현에 함축된 의미를 파악하기 전에는 다른 의미가 있다는 걸 알기 어렵죠. 그래서 그 문장을 그대로 직역하기 마련이에요. 

전화 통화를 할 때 "어디세요?"라는 질문을 들으면 '뭐? where are you? 내가 어디에 있는지 왜 물어보는 거지?’라고 생각할 거예요. 


어디세요?
라는 말은 “어디에서 전화를 거시는 거예요?”라는 의미로 전화를 받는 사람은 전화를 건 사람이 실제로 지금 ‘어디’에서 전화를 거는지(location)를 묻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소속(where he/she belongs to)’이 어디냐고 묻는 거지요.


그러면 전화를 건 사람은 전화를 받는 사람이 알 만한 정보를 이야기해야 하지요. 어떤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OO 회사의 OO입니다.’ 또는  ‘지난주 OO파티에서 만난 OO입니다.’ 등 자신의 물리적인 위치가 아닌 자신의 소개나 자신에 관한 정보를 이야기해야 하는 거예요. 


한국에서는 너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조금은 돌려서 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몇 살이에요?”라고 직접적으로 묻지 않고 조금 돌려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라고 묻는 것처럼요. 


그런데 "누구세요?"라고 묻는 것은 너무 직접적이니까 "지금 전화 거시는 분은 어디에 소속돼서 전화 주신 거죠?"라고 돌려서 물어 보는 것이 좋은데 전화를 하는 상황에서 무엇을 묻는지 서로 아는데 너무 길게 말할 필요가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어디세요?’라고 간단하게 말하는 거예요. 


대화하는 사람들이 그 상황을 서로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간단하게 말하는 것. 

즉, 서로 알고 있는 정보는 과감할 정도로 생략하는 거지요. 


이게 한국어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고요.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할 때는 대화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상황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해 두시면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알려주실 때 설명이 한결 수월할 겁니다. 


한국어 선생님 이소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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