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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reanerin Sep 30. 2015

아니요? 아니에요?

"한국어 잘하시네요. 발음도 좋고요."라는 칭찬을 들은 조쉬 씨. 


그 순간 조쉬의 머리 속에 떠오른 것 !

한국에서는 칭찬을 들었을 때 겸손의 의미로 아니라고 해야 된다고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조심스레 대답했다.


아니요.

그 말을 듣고 칭찬을 한 사람의 표정이 살짝 찡그려진다. 

'헉. 왜 그러지? 내가 무슨 실수를 했나?' 조쉬는 영문을 몰라 걱정이 된다. 


'아니요'와 '아니에요' 


'어? 뭐가 다르지?' 라는 생각이 드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 같네요. 하지만 이 둘은 비슷한 것 같지만 다릅니다. 그래서 잘못 사용하면 매우 어색한 대답이 될뿐만 아니라 상대방과의 의사소통에 오해를 일으킬 수도 있고 심하면 말하는 사람의 기분까지 상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이 꼭 알아둬야 할 표현입니다. 


'아니요'는 앞에 말한 내용의 전체를 부정하거나 '네', '아니요'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에요.
정현: 소연 씨, 밥 먹었어요?
소연: 아니요, 아직요. 

밥을 먹었냐는 질문에  '네', '아니요'로 대답할 수 있지요? 

소연은 아직 먹지 않았기 때문에 '아니요'로 대답하는 게 맞고요. 그럼 다음 예문은 어떤가요? 

소연: 와, 조쉬 씨 한국어 정말 잘하시네요. 발음도 좋고요. 
조쉬: 아니요. (아직 서툴러요.)

이와 같은 상황에서 조쉬가 '자신이 한국어를 잘한다'는 칭찬에 겸손하게 대답하기 위해서는 전체가 아니라 부분을 부정해야 됩니다. 두 번째 예문과 같이 '아니에요'가 아닌 '아니요'로 대답하면 칭찬을 한 사람은 자신의 칭찬 자체가 거절되었다는 생각에 매우 무안함을 느끼고 기분이 상할 수도 있게 됩니다. (물론 상대가 외국인임을 염두에 둔다면 크게 기분이 상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요.^^) 게다가 괄호 안의 말이 없었다면 정말 단호한 거절로 들릴 테고요. 


같은 상황에서는 아래와 같이 대답하는 게 훨씬 자연스럽지요.

소연: 와, 조쉬 씨 한국어 정말 잘하시네요. 발음도 좋고요. 
조쉬: 아니에요. (아직 서툴러요.)

그건 바로 조쉬가 '아니에요.'로 대답했기 때문이에요. 자신이 한국어를 '잘한다'는 부분만 부정하는 거지요. 겸손의 의미로요. 거기에 "아직 서툴러요."라는 말까지 덧붙인다면 정말 서투르지 않고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조쉬가 되었네요.^^


'아니에요.'는 '명사+이/가 아니에요.'의 형태로 명사 부분을 부정할 때 사용합니다.

위의 예문에서는 명사는 아니지만 '한국어를 잘한다'라는 소연의 칭찬 중에서 '잘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부분을 부정하는 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아니요.'로 소연의 말 전체를 부정하는 게 아닌 부분을 부정하는 '아니에요.'로 대답해야 자연스러운 거고요. 


그럼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을 때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요?

소연: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정현: _________________

소연이 말한 것 전체(감사함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고마워 하지 않아도 된다, 고마운 일이 아니다.'라고 부분을 부정하며 대답해야 하기 때문에 

아니에요.


라고 대답해야 겠지요? 


이제 차이를 좀 아시려나요?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척척 사용하고 있는 표현인데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은 이걸 상황 속에서 이해해야 하는 것이지요. 한국 사람인 여러분께 이 차이를 설명하는 데에도 이렇게 많은 상황의 예를 보여 드려야 하는데 상황과 맥락을 모르는 외국인들에게는 얼마나 더 많은 명료한 설명과 적절한 예가 필요할까요?


이런 실수를 하는 외국인 친구가 주변에 있다면 '아니요'와 '아니에요'의 차이를 알려주세요.^^


한국어 선생님 이소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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