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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ley B Jun 11. 2020

한캐 국제커플, 일상 ep.01 우리 이야기

한국-캐나다 커플의 일상 에세이를 시작하며

'국제문화교류가'라는 이름답게, 문화교류모임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고, 그에 관한 글을 쓰다 보니, 곧 출간을 앞두고 있는 작가가 되기도 했다. 지금도 그 나라의 특징과 생활양식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외국인 친구들을 볼 때면 신기하고 재밌기도 하지만, 이해가 가지 않을 때도 많다. 그러면서 나도 더욱 새로운 문화에 대해서 알게 되고, 보다 넓은 이해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외국인들이 나오는 TV프로그램에서 말하는 뻔하고 극대화된 반응이 아니라, 진짜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 겪어보면서 글을 쓰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직접 경험하고 있는 것들을 더욱 자세히, 전문적으로 다루면 재밌겠다! 유튜브 영상으로 남겨도 좋겠지만, 영상'미'를 이뤄야 하는 유튜브 보다는,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글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글감들을 모아두고선, 그를 토대로 매일 기록을 해보려고 한다. 진짜 내가 겪었던, 그리고 지금도 겪고있는 한국-캐나다 커플의 일상 에세이들! 


- Hailey와 Greg의 첫 만남.

Korean Hailey 로 활동하는 나는, 닉네임을 이소연Hailey라고 쓰기도 하는데, 이는 말그대로 진짜 내 이름이다. 미국에서 일할 때 만들어졌던 이름 Hailey를 붙여서 만든 이름. 그리고 내 편의 이름은 Greg 그렉. 알고보면 나보다 세 살 많은 오빠. 외국에서는 별자리 궁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우리는 생일이 비슷해서 심지어 같은 양자리이다! 캐나다 가족들이 신기해하는 부분, 그리고 외국인 친구들도 놀라는 부분이다. 그래서 우리는 매년 생일파티를 같이하고 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건 2015년 10월 할로윈이 있기 일주일 전 목요일. 못만날 뻔하다가 겨우 만났던 첫 만남은 밤 10시반. (이 얘기는 언제가 쓸 수 있기를) 서로의 집에서 중간 거리였던 홍대에서, 밤이라 갈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인지라, 포차 스타일의 식당에서 함께 야식을 먹으며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별 기대 없이 나갔던 내가 처음 느꼈던 건, '나랑 키가 비슷하네' 정도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과 처음 밥을 먹으며 지금도 두근거리는 감정이 생겼다. '이 사람과 얘기하는 게 진짜 편하고 재밌다. 나중에 또 만나고 싶다!' 그 때는 영어를 지금보다 더 못했을 때인데도,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우리의 대화를 잘 이끌어주고 공감해주고, 모든게 자연스러웠던 그 첫 만남이 참 강렬했다. '누군가와 통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앱을 통해서 만났던 외국인인지라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 특히 외국스타일이라며 불쾌한 스킨십을 하지는 않는지가 제일 중요했는데, 그런 게 전혀없던 젠틀함도 좋았다. 집에 도착해서는 다른 외국인들과 다르게, 집에는 잘 들어갔는지, 오늘 너무 즐거웠다며 또 보고 싶다고 말하는 그가 좋았다. 


신기했던 건, 첫 번째 만남에서는 나의 잘못으로 못 만날뻔했다가 밤에 극적으로 만났고, 두 번째 만남에서는 Greg이 핸드폰을 잊어버려서 내가 첫 만남에서 페이스북을 물어보지 않았더라면 영영 못 만날뻔 하기도 했다. 인연은 어떻게든 만나게 된다는 게 맞다는 걸 증명했던 우리의 만남. 


첫 만남 이후로 우리는 매주 만나게 되었다. 그 때는 Greg도 10시에 일이 끝나고, 나도 일을 할 때라 10시에 겨우 끝나고 늦은 밤에 꼭 데이트를 했다. 우리 둘의 중간거리인 합정에서 한 주도 안빠지고 만난지 두 달정도. 지금에 와서 함께 이야기하면서 알게 된 건데, 내가 절대 먼저 좋다고 안 해서 Greg은 내가 관심이 없는 줄 알았다고 한다. (나는 나름대로 신호도 보냈는데 그런 것도 몰랐냐고 네 잘못이라고 했다.) 크리스마스가 큰 휴일인 캐나다에 2주동안 돌아간다고 했다. 서로 가까워지고 있는 그 때, 그가 캐나다로 돌아가고 없으니 소중함을 더 깨달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나는 인천공항에서 그를 배웅했고, 우리는 그렇게 커플이 되었다. 한캐 국제커플, 한국-캐나다 커플. 


Tinder 앱을 통해 만났다는 것. 

처음 만남에 내가 바람맞히고 못 만날 뻔 했다는 것.

두 번째 만남에 Greg이 핸드폰을 잊어버려서, 페북 친구를 첫 만남에 맺지 않았더면 영영 못 볼 수 있었다는 것.

서로에 대한 오해로 진짜 속마음을 몰랐다는 것.


이 모든 장애물을 뛰어 넘고선, 우리는 2015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쭉 만나고 있다. 그리고 올해 9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부부가 되었다. 




- 우리는 너무 달라!

Greg은 전형적인 백인이다. 파란눈에 갈색 곱슬머리. 성인들을 가르치는 영어강사 9년차. 나의 한국 친구들은 외국인 중에 어떻게 저런 '소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냐면서, 젠틀하면서 귀엽고, 재밌고 똑똑하다고 말하곤 한다. 인생에 큰 굴곡 따위 하나 없는, 행복한 가족들에게 사랑 받으며 자란 캐나다 Saskatoon 사람이다. 인생 스포츠로 하키를 즐기고, 지금도 Ball Hockey와 Ice Hockey를 하고 있다. 매일 하키 경기를 보고 확인할 정도로 엄청난 하키 팬이다. 퀴즈 풀고 맞히기를 좋아하는데, 한 번 보고 머리에 입력하면 절대 안 까먹는 엄청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어서이다. Trivia night이라고 이태원 펍에서 매주 '퀴즈의 밤'같은 행사를 하는데, 매번 상위권으로 상금을 얻거나 공짜 맥주를 상품으로 받아오곤 한다. 요리하는 걸 너무 좋아해서, 매번 새로운 요리를 도전하는데 진짜 맛있기도 하다. Greg이 해주는 요리들을 올리면, 내 친구들은 다른 레스토랑에서 먹은 건 아닌지 매번 장소태그 확인을 해본다고 한다. K-pop을 좋아해서 나에게 처음 BTS에 대해서 알려준 사람이기도 하고, 트와이스 사나의 짱팬이다. (원래는 모모였다가 열애설이 터진 후 바뀌게 되었다고...) 요즘은 헬스장에서 운동하면서 근육키우기에 한창이다. 아재 개그 만들기를 좋아하고, 본인만의 특기로는 세계의 모든 나라와 수도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번에 구글 검색 후에 직접 테스트를 해봤는데 진짜였다!) 노래방에서는 양다일의 미안해와 고백 그리고 아이유의 밤편지를 서툰 한국어로 부르기를 좋아하는 사람. MBTI 결과로 기업가 ESTP.


나는 토종 한국인이다. 쌍커풀 없는 눈이라 동양적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지만, 요즘엔 스타일 때문인지 교포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미국 Sandiego에서 어학연수를 했고, 미국 Allentown에서 여름 인턴십을 했고, 스페인 Malaga에서 여름학기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다 합쳐봤자 1년이 안되는 외국에서의 경험이지만) 세계 다양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 친구들과 직접 교류할 수 있는 일들이 참 많았고, 전 세계의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 남자친구들에 빠져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특기로는 특유의 꼼꼼함을 가지고 있다는 점, 무언갈 계획하고 진짜 해보기를 좋아한다는 점.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어, 어떤 음이든 그대로 따라 칠 수 있다는 것.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다 보니, 지금도 영어강사로 일을 하고 있지만, 진짜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는 사람이다. MBTI 결과로 활동가 ENFP.




-우리는 비슷한게 참 많아!

우리가 지금도 좋아하는 데이트는 바로 랜덤데이트! 집에 가는 길도 항상 다른 길로, 다양한 길로 가보기를 좋아하는 나처럼, Greg도 새로운 걸 해보는 걸 참 좋아하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지도를 켜놓고 안 가본 지역을 무작위로 정해보고 그 곳에 가보는 것.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풍경을 맞이하게 되고, 그 곳에서의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고, 그에 대한 토론을 하는 것. 이게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데이트다. 항상 같은 걸 반복하는 걸 너무나도 싫어하는 우리는 새로운 액티비티 활동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래서 취미도 같아졌고, 함께 무언갈 하는 걸 좋아하게 되었다. 우리 동네에서의 골목 여행,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는 걷기 여행, 한국에서 새로운 곳을 다니는 국내여행, 전 세계를 함께 다니는 여행. 여행을 함께다니면서 더욱 비슷한 성향의 우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그래서인지 사소한 문화차이에서 온 몇 번의 말다툼은 있었지만 한 번도 크게 싸우거나 헤어져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요즘엔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다르지만 또 비슷한 우리 이야기. 그리고 우리의 소개. 

2020년 여름. 4년 반동안 만났고, 올 해 9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우리 한캐 국제커플. 

우리가 함께한 시간동안의 이야기들을 앞으로 작가에 입장에서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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