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진짜 취미는?
한국에서 유교걸, 유교보이로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는 알게 모르게 유교의 관습들이 남아 있는 게 참 많다. 모르는 걸 드러내는 건 엄청난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몰라도 절대로 질문 하지 않고 무엇이든지 다 아는 척 해야만 한다. 남들과 다른 건 틀린 것으로 의식되기 때문에 항상 같은 색깔의 옷을 입고, 그 때마다 유행하는 아이템을 꼭 가지고 있어야 하고, 같은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을 해야한다. 다른 사람보다 튀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취미도 항상 그 때 유행하는 취미를 해야만 하도록 강요받은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밖에서 하는 활동들을 더욱 많이 하게된 요즘. 등린이, 캠린이라는 이름으로 등산과 캠핑에 많은 사람들이 공통된 취미를 갖게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가장 충격적인 건 아무래도 'What's your hobby? What do you like to do when you are free?' 라고 취미를 물어볼 때마다, 항상 같은 답변의 취미생활을 말하는 한국인들일 것이다. 교과서에서 배운 답변 그대로 우리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My hobby is listening to music. My hobby is watching movies.' 정말로 음악과 영화에 미쳐있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 취미를 물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배워왔던 데로 이렇게 대답한다. 그리고 외국인들은 어쩜 한국인들은 취미가 다 똑같냐면서 깜짝 놀라게 된다.
'네가 진짜로 좋아하는 게 뭐야?' 캐나다인 남편은 연애 초기에도, 그리고 결혼 초기에도 종종 나에게 물어보곤 했다. 사람들이 다 하니까 너도 해야만할 것 같아서 하게된 그런 것 말고, 네가 진짜로 너무 좋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게 된 것들이 뭐냐고. 외국인들에게는 취미의 유행이란 것이 없고, 무엇보다 '나'에 더욱 관심을 가지며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일들을 분명히 구분지어 하다보니 이런 결정을 하는 게 훨씬 더 쉬운 것 같다. 캐나다인 남편의 취미는 너무나도 명확하다. 아이스하키, 볼하키, Trivia퀴즈(깜짝 퀴즈, 상식퀴즈를 내고 맞히는 것), Debation (누군가의 논쟁에 반박하고 댓글달고 하는 것), 지도보기, 요리 이다. 이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정말 미쳐있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너무 열심히 하고, 너무 행복해하면서 모든 일들을 한다.
나의 취미는 무엇일까? 내가 너무 행복해하면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어찌보면 너무나도 간단한 질문일 수도 혹은 너무나도 어려운 질문일 수도 있는데, 나는 쉽게 답하지 못했다. 프리랜서로 살면서 원치 않지만 해야하는 일들을 많이 하다보니 더욱 내가 좋아하는 일들이 무엇인지 잊고 살게 된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하니까 나도 하게된 그런 일들 말고,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게 무엇일까?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조금 더 나를 돌아보고, 내가 하고싶은 걸 해도 괜찮다고 나를 격려해주고, 행복한 일들을 하는 취미 부자가 되고 싶다. 그리고 당신에게도 물어보고 싶다.
'What do you really like to do when you are f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