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iley B Mar 25. 2021

#7 내가 진짜 한국인같을 때

     한국에서 나고 자란 토종 한국인인 나. 30년 넘게 한국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다가, 캐나다인 남편을 만나 진짜 국제문화교류를 매일 하고 있다. 다른 문화권의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새로운 문화를 밀접하게 마주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는 내가 몰랐던 내가 자라온 문화권을 알게 된다는 것도 뜻한다. 한국에서 지내면서 너무나도 당연했던 모든 것들을 다른 문화권과 자꾸 비교하게 된다. 한국 캐나다 커플에서 이제는 한국 캐나다 국제결혼 커플로 지내오면서, 내가 너무나도 한국인 같아서 남편도 놀랐고, 나도 놀랐던 것들이 참 많았다.



1 매운 게 너무 땡겨!


     영어권 나라들의 외국인들은 술을 마신 후에 해장을 하기 위해 꼭 가는 곳이 있다. 바로 맥도날드! 술 마시고 힘든 속을 달래기 위해서 빅맥 햄버거는 물론, 많은 감자튀김과 콜라까지 엄청나게 먹는다. 술 마신 다음 날인데 저런 느끼한 게 들어간다고? 사실이다. 우리가 그들의 느끼함을 의아해하며 받아들이듯, 그들은 우리의 매운 게 땡기는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얼큰한 국물이 너무나 먹고 싶은 날이 있고, 맵고 자극적인 게 들어가야 할 타이밍이 있다는 걸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웬만한 아시안 음식을 먹을 때면 항상 김치를 찾는 나를 보고, 진짜 한국인이 맞다며 인정하는 남편. 김치 사랑과 매운 게 땡기는 입맛은 절대 바뀔 수 없는 것 같다. 




2 만나서 반가워!


     한국에서는 처음 만난 사람과는 절대 인사를 하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이기에 아는 척할 필요도 없고, 대화를 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영어권 나라에서 Small Talk를 해야 하는 건 나에게 너무나도 힘들었다. 처음 만나서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도 이상한데, 대화까지 어떻게든 이어나가야 한다니! 게다가 아무 의미 없이 묻고 답하는 How are you? 라니. 가짜 안부를 묻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모든 것들이 너무 어색한 내 모습을 볼 때마다, 한국에 없는 새로운 개념의 인사를 하며 힘들어하는 한국인의 모습을 진짜로 마주하게 된다. 



3 Sorry! 미안해!


     감정표현은 항상 그 특정한 상황에서만 하기에, 절대 의미 없는 말을 남발하지 않는 한국인들이다. '감사합니다', '실례합니다' 혹은 '죄송합니다'를 너무 자주 하다 보면 오히려 진심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지옥철에서 내 몸을 구겨 넣다가 다른 사람과 부딪치거나, 누군가 문을 잡아준다거나 등의 이런 모든 미안하고 감사한 순간을 그냥 당연히 넘어가는 경우가 참 많다. 무례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이런 상황이 절대 이상하지 않은 한국 사람들이다. 그래서인지 잠결에 몸이 살짝 부딪혀도 미안하다고 하고, 작은 말 한마디에도 너무 고맙다고 말하는 캐나다인 남편과 서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이런 어려움이 깊어지면 크게 말다툼으로 번지기도 했다. 그만큼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을 바로바로 표현하는 게 잘 안될 때, 다시 한번 한국 문화를 만나게 되었다.  



4 빨리빨리!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로 '빨리빨리' 문화를 절대 빼놓을 수 없다. 모든 일의 장단점이 있듯이, '빨리빨리' 덕분에 좋은 점도 많다. 모든 공적인 업무들이나, 일 처리가 너무나도 빠르고, 인터넷 속도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그래서 한국은 정말 빠른 시기에 엄청난 경제 성장을 해왔다. 병원이나 은행에서 일이 빨리 처리되고, 주문한 음식은 무조건 바로 나와야 하고, 공사가 시작되면 빠른 시기에 마무리가 된다. '빨리빨리'가 일상이 된 한국인으로서, 나는 참 빨리 걷고, 모든 일들을 빨리 처리하는 게 좋다. 경쟁 사회에서 남들보다 빠르게 이겨야 하는 게 너무나도 중요하다는 것을 한국 사회에서 강요받게 되었다. 한국인 전형의 빠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 나를 보면서 느긋하지 못하다고 하는 캐나다인 남편이다. 빠른 것도 물론 좋지만, 가끔은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집에서는 좀 쉬라고 한다. 내 몸에 한국인으로서 저절로 체득된 '빠른'문화가 과연 바뀔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