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냠냠 선생님의 요리 대결
우리 네 가족이 함께 보내는 하루 시간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저녁 식사 시간이었다. 저녁 메뉴는 훌륭했다. 우리 동네 특산물인 간장 닭갈비와 시금치 무침, 우리 집 셰프의 비장의 무기인 매콤한 두부조림, 거기에 로컬 브루어리에서 만든 애플 사이다까지. 배고픈 아이 둘에 추가로 배고픈 남편까지 요리 집중을 방해하는 칭얼거림 3 총사의 공세를 잘 이겨낸 아내의 걸작이었다.
그릇을 오가는 젓가락 소리, 뜨끈하고 매콤 짭조름한 두부조림이 입 안에 들어갈 때 조건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감탄사, 애플 사이다의 경쾌한 목 넘김 소리만 울려 퍼지던 단란한 식탁을 한순간 적막하게 만든 말 한마디가 첫째 입에서 튀어나왔다.
"고기 맛이 없어, 우리 어린이집 고기는 맛있는데."
"우리 같은 고기 먹고 있는 거 맞지? 아빠는 맛있게 먹고 있는데."
"아냐, 어린이집 냠냠(영양) 선생님이 한 고기가 더 맛있어요."
엄마가 만든 간장 닭갈비보다 어린이집 급식으로 나왔던 돼지고기 버섯볶음이 더 맛있었다는 딸내미의 말. 소크라테스의 변론이 아닌, 아내의 변론이 이어졌다. 어린이집에서는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고 활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어떤 음식을 먹어도 맛있을 거라고. 집에서 먹는 저녁은 이미 저녁을 먹기 전에 간식도 많이 먹었고, 저녁 먹기 전까지 활동을 많이 하지 않기 때문에 맛이 없게 느껴지는 거라고. 나는 옆에서 열심히 추임새를 넣으며 아내의 변론을 지지했다. 하지만 딸내미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 눈치였다. 흑백요리사 번외 편 엄마와 냠냠(영양) 선생님의 요리 대결이 있다면 냠냠 선생님께 한 표를 선사할 것처럼.
식사 내내 엄마의 요리와 냠냠 선생님의 요리를 품평하던 딸내미. 투덜투덜 대더니 식판은 깨끗하게 비웠다. 맛있게 잘 먹었으면서 괜히 우리 집 대표 요리사님 심기를 불편하게 했는지.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딸내미와 아내 사이의 줄다리기에서 애써 중립을 유지했지만, 내가 심사위원이라면 내 한 표는 아내의 표이다. 딸내미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리고 냠냠 선생님의 요리를 맛보지도 않고 일방적인 평가를 내려 죄송스럽지만 우리 아내의 요리는 정말 맛있다. 우리 아내의 요리 실력은 결혼 이후부터 매년마다 다이어트를 새해 계획의 첫 번째로 꼽아왔지만, 해가 바뀔 때마다 최고를 경신하는 내 몸무게가 증명한다.
그나저나 딸내미가 어린이집에서 만족스러운 점심을 먹고 있다니 마음이 놓인다. 비록 아내에게는 의문의 1패를 안겨 주셨지만, 늘 딸내미에게 맛난 점심을 준비해 주시는 냠냠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