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의 엉뚱한 소원 목록
동화 속 이야기처럼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요술 램프를 얻게 된다면. 딸내미가 램프의 요정에게 빌 세 가지 소원은 다음과 같다.
소원 1: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를 갖고 싶어요
딸내미의 날개 타령이 한창이다. 국사봉을 오가며, 함께 마트에 갈 때 푸드덕 날아가는 새들을 보면 늘 부러운 표정으로 "나도 날개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한다.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이 부럽다나. 소원도 꽤 구체적이다. 큰 날개가 몸에 계속 달려 있으면 이상하니까 크기 조절이 되는 날개가 있었으면 좋겠단다. 평소에는 작아져서 눈에 보이지 않고, 날아야 될 순간에는 커져서 멋지게 하늘을 날 수 있는. 왜 갑자기 날개가 갖고 싶은지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만, 추측하기로는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 속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 이야기가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소원 2: 주몽처럼 활을 잘 쏘고 싶어요
뜬금없는 활타령이 시작되었다. 그냥 서서 활을 잘 쏘는 것은 물론 역사책 속 고구려 궁사들처럼 말을 타면서 자유자재로 활을 쏘고 싶다고 한다. 하도 활타령을 하는 바람에 집에 있는 재활용품을 활용하여 활과 화살을 뚝딱 만들어 줬더니 활 쏘는 연습을 하는 데 여념이 없다. 문득 지난가을 제주 여행에서 엄마와 함께 말을 탄 일을 떠올리며, 다음에 제주에 가게 되면 꼭 두 손을 놓고 말을 타겠다는 딸내미.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 되지 않도록 활 쏘기를 고구려 궁사들만큼이나 잘했다던 칭기즈 칸의 몽골군 이야기는 당분간 들려주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소원 3: 아웃백에 가고 싶어요
잊을만하면 아웃백 타령이다. 스테이크를 먹으러 가자는 게 아니다. 진정한 야생의 땅 호주 아웃백이다. 작년에 넷플릭스에서 만화 영화 '가자 아웃백으로'를 재미있게 본 후 아웃백에 직접 가서 야생동물들을 만나보는 것은 딸아이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되었다. 황량한 야생의 땅, 그리고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 동물들이 얼마나 무서운 줄 모르는 딸내미에게 아웃백은 그저 신비롭고 귀여운 동물들이 가득한 아름다운 땅이다.
딸내미의 엉뚱하도고 귀여운 소원을 듣고 있노라면 자꾸 웃음이 나오면서도 문득 현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지금의 순수한 마음, 한계 없이 뻗어 나가는 상상력이 과연 언제까지 지속이 될지. 어깨를 짓누르는 입시의 부담, 각박한 경쟁을 거쳐 어른이 되어서도 지금처럼 한없이 순진한 모습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지.
걱정을 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지만, 일단은 엉뚱하고 귀여운 모습만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나 아깝고 소중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