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꿈나라에 가기 전, 사실 특정한 때 없이 시도 때도 없이 동화책을 들이밀며 아빠 오디오북을 요구하는 딸내미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며 문득 생각이 들었다.
'동화책은 아이들을 위한 책인가?'
어린 시절부터 책을 통해서, 만화 영화나 영화 등을 통해서 늘 봐서 스토리 정도는 줄줄 꿰고 있을 것 같은 동화책을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다는 것은 뭔가 색다른 느낌이 있다. 어렸을 때는 보이지 않던 숨겨진 보물 같은 것들이 보인다고나 할까.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은 아이들의 정서나 언어 능력 발달을 고려한 것이 최우선이겠지만, 동화책이 주는 교훈을 통해 나의 삶을 성찰해 보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그 의미를 갖는다. 아이들이 읽으라고 쓴 동화책이지만, 사실 아이들의 짧은 세상 경험을 통해 얻은 시선으로는 동화책에 담긴 작가의 심오한 메시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동화책은 아이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하는 소재들, 그리고 아이들의 눈높이를 고려한 표현들로 채워져 있지만 동화책이 담고 있는 교훈은 작가가 변화무쌍한 삶을 경험하며 얻은 교훈을 함축적으로 녹여낸 것이다. 미리 삶을 경험한 어른으로서 아이들이 인생을 보다 가치롭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결정체이다. 따라서 아이들이 동화책 속에 담긴 의미와 교훈을 온전히 이해하고 이를 삶에 바로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실 어른에게도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동화책은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그저 건네줄 만한 책이 아니다. 아이와 함께 읽어야 하는 책이다. 그리고 함축된 이야기 속에 담긴 교훈이 무엇인지, 작가가 머리를 쥐어짜 만들어 낸 이야기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아이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물론 아이와 뜻깊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어른도 함께 읽어야 한다.
가장 쉬운 책이라고 생각되는 동화책에 담겨 있는 의미도 이리 심오한데, 인생은 짧고 읽어야 할 책들은 참 많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른이 되기 전에 꼭 들려주고 싶은 아빠로서의 경험, 책 속에서 얻은 보물도 참으로 많다. 부모는 배워야 할 점들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 그리고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사명감 속에서 하루라도 게을리 살 틈이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