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6. 육아일기
고요했던 한 밤의 평화를 깨는 해솔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한동안 아이가 통잠을 잔 덕분에 마음을 놓고 있던 아빠에게 방심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보내는 경고 메시지처럼… 오랜만에 듣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더더욱 크게 들렸다.
아이가 자면서 뒤척거릴 때 내는 소리일 수 있어 잠시 모르는 척 기다리면 다시 잠에 빠져들기도 한다는 아내의 조언이 떠올라 숨죽이며 아이의 울음이 멎길 기다렸지만 '앵~' 하던 울음소리는 어느새 날카롭고 서러운 오열로 바뀌었다. 부랴부랴 마음의 벽이 높은 범퍼 침대의 벽을 뛰어넘어 아이를 안고 토닥거려봤지만 왜 이제야 자기를 안아주냐며 투정을 하듯 아이의 울음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평소에도 건조했던 방, 가습기를 틀지 않아 더욱 건조한 탓에 목이 말라서 잠에서 깼나 싶어 거실에서 빨대컵에 물을 반쯤 채워 돌아와 아이 입에 물려주고 아이 곁에 누웠다. 비몽사몽 아직도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되어 눈을 뜨는 둥 마는 둥 하고 있던 찰나 입술에 낯선 느낌이 느껴졌다. 놀라 눈을 떠보니 아이가 내민 빨대컵이 보인다. 아직도 울음이 채 잦아들지 않아 훌쩍훌쩍하면서도 아빠에게 물을 나누어주려는 아이, 곁에 있던 분홍 토끼의 입에도 빨대를 한 입 물려주었다.
하루 종일 해솔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아이의 배려심 깊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인형들과 함께 놀다 아빠가 손에 '까까'를 쥐여 주면 맛있게 냠냠 먹다가 곁에 있는 강아지 인형이나 토끼 인형에게도 한 입 권하는 모습, 식사를 할 때 옆에서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아빠나 엄마에게 고사리 손으로 음식을 한 움큼 집어 건네는 모습, '멍멍' 짖는 강아지 장난감을 비롯해 자신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장난감들로 인해 눈물을 쏙 빼고 난 뒤에도 다가가 그들을 토닥토닥 토닥여 주는 모습 등 아이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순수한 모습들을 보며 과연 인간의 본성이란 선한 것인가, 악한 것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뿐만 아니라 해가 갈수록 각박해지는 나의 모습을 비추어 보며 반성을 하게 된다.
오랜 옛날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철학적인 논쟁의 단골 주제인 '성선설 vs 성악설'. 어떤 것이 진리인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가장 확실한 것은 한 인간의 성품은 타고난 것 못지않게 그가 살면서 경험한 모든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아이가 앞으로 자라면서 많은 환경들을 접하게 되고, 결국 나와 아내의 곁을 떠나 홀로서기를 하게 되겠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 세상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기준의 상당 부분을 부모인 나와 아내에게 둘 것임을 알기에 아이에게 좋은 삶의 모델이 되어 주어야 할 의무감이 마음속에서 솟아오른다.
아이가 보여준 맑고 순수한 모습, 주변 이들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예쁜 마음을 앞으로도 오래오래 간직하고 세상에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