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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Jul 10. 2022

흰동가리를 찾아서

숨바꼭질의 마침표를 찍은 날

  "해솔아, 헤엄치는 물고기들 어디 갔어?" 

 

  마지막으로 본 날이 언제였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제부터 문득 아이가 신나게 갖고 놀던 물고기 장난감들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이 떠올랐다. 얼마 전 아이와 함께 욕조에서 물놀이를 할 때 신나게 헤엄치던 물고기 두 마리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한동안 물고기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물고기 실종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아내를 떠올렸다. 신혼부터 지금까지 늘 정리 정돈이 잘 된 집을 유지하고 있는, 어린이 집이나 유아 놀이센터의 필수 동요 '모두 제자리'의 작사, 작곡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 기준에서는 깔끔의 대명사인 아내의 손을 거쳐 물고기들이 집안 어딘가 자리 잡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의심 가득한 눈빛과 목소리로 "혹시 욕실에 내가 말려두었던 물고기 치웠어?"라며 아내에게 여러 번 물고기의 행방을 물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 같이 '모른다'였다.


  다음 용의자는 딸내미 해솔이, "해솔아 아빠랑 같이 목욕 놀이할 때 같이 놀던 물고기들 어디 있어?"라는 아빠의 질문에 해맑은 눈으로 "해솔이 물고기랑 놀았어.", "흰동가리랑 놀았어.", "물놀이하러 가."라고 이야기하며 물고기를 찾는 아빠의 애간장을 더 태우는 딸내미의 모습을 보며 얘는 절대 아닐 거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렇다면 왜곡된 나의 기억 탓이 아닐까… 확실히 존재하는지 여부도 모르는 기억의 퍼즐 조각을 맞추느라 한참을 고군분투하며 아이의 장난감 진열장을 샅샅이 뒤지고, 장난감들이 담겨 있는 바구니들을 죄다 쏟았다 다시 담아도 허사였다. 수색이 난항을 거듭하자 이번에는 온갖 상상력이 발동했다. 요즘 기저귀 떼는 연습을 한다고 화장실 변기를 수시로 오가는 해솔이가 변기에서 어항 놀이를 하다 물고기들을 흘려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 어린이 집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어린이 집 가방에 몰래 넣어 갔다가 어린이 집에 놓고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 실수로 쓰레기통에 들어간 물고기를 미처 확인하지 못한 채 내다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상상 등… 물고기들의 행방을 떠올리며 나의 상상력이 이렇게 풍부했었나 하는 생각도 새삼 들었다. 


  이렇게 며칠 동안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물고기들은 뜻밖의 장소에서 발견되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찾아보고 못 찾으면 이제는 기억에서 떠나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뒤집어 쏟았던 블록 더미, 그 속에 있던 조립된 블록을 뜯어보았더니 물고기 두 마리와 판다가 사이좋게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해솔아, 물고기 여기 있다!" 


이틀 내내 온갖 소설을 쓰며 물고기를 찾았던 나도 기뻤지만 잠시 잊고 지냈던 물고기 장난감들과 재회한 아이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결국 범인은 딸내미였던 물고기 실종 사건은 좋은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어렵게 다시 만난 물고기들, 안 그래도 요즘 상어와 사람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해솔이와 신나게 물놀이를 하며 그간 못했던 이야기(?)를 주고받아야 할 것 같다.

만나서 반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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