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원 Aug 03. 2022

폭풍전야

딸내미 생애 첫 입원기 - 첫째 날

  한창 오후 낮잠에 빠져 있는 딸내미를 조심스럽게 안고 현관문을 나섰다. 엘리베이터가 우리 층에 도착하자 부스스 눈을 뜬 해솔이가 묻는다.


"우리 어디 가?"


"응, 해솔이 오늘 아빠, 엄마랑 병원 가는 거야." 


"철갑상어 보러 가?" 


"철갑상어는 병원 다녀와서 주말에 같이 보러 가자."


  해솔이는 아빠의 모습을 쏙 빼닮아 아가 때부터 현란한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을 선보였다. 자기 코 고는 소리에 잠을 깼다 쉽사리 잠들지 못하고 뒤척거리거나, 한참을 숨을 쉬지 않다가 갑자기 거친 숨을 몰아쉬는 모습이 너무 걱정스러웠던 우리는 지난달 해솔이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고심 끝에 아직 31개월밖에 되지 않은 해솔이에게 아데노이드 제거 수술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해솔이의 편안한 수면과 성장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지만, 수술 날짜를 기다리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빠 엄마의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다가 채 눈도 못 뜨고 좋아하는 상어 내복 차림으로 나들이에 나선 해솔이는 병원으로 향하는 내내 창밖 풍경을 보며 신나 했다. 창 밖에 날아가는 새들의 날갯짓을 흉내내기도 하고, 저녁에 먹고 싶은 간식을 이것저것 이야기하는 천진난만한 모습이란… 과연 2박 3일 힘든 일정을 잘 견뎌낼 수 있을까. 


  병원에 도착하여 입원 수속을 하고 병실에 짐을 풀었다. 해솔이가 워낙 잠자리에 예민하기도 하고, 코로나19 시국이 걱정되어 1인실이나 2인실에 머물길 희망했지만 병실이 여의치 않아 4인실에 머물게 된 점이 못내 아쉬웠다. 낯선 병실에 채 적응하지 못했는데 호출이 와서 곰돌이와 토끼가 그려진 어린이용 환자복으로 갈아입은 해솔이와 함께 이비인후과 의사 선생님을 찾아갔다. 의사 선생님께 내일 있을 수술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유의사항을 들으면서 수술 날짜가 내일로 다가왔다는 현실이 좀 더 실감이 났고, 걱정은 점점 커져만 갔다. 아데노이드 제거 수술이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고, 수술 후에도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이 비교적 낮다는 의사 선생님의 설명에도 마음이 안심되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만에 하나라도'라는 생각이 자꾸 떠올랐고, 수술 후의 통증 때문에, 수술 후 6시간 동안의 금식 때문에 힘들어하는 해솔이의 모습이 자꾸 생각나 의사 선생님의 말씀은 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과의 상담을 마치고, 주스를 먹고 싶다는 해솔이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편의점을 찾았다. 평소에는 관대하지만 편의점에서는, 특히 먹고 싶다는 간식들 앞에서는 한없이 엄격해지는 나와 아내도 오늘은 해솔이의 희망을 적극적으로 들어주었다. 좋아하는 포도 주스와 킨더 초콜릿, 상어 가족 젤리를 사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은 해솔이의 모습을 보니 걱정으로 가득했던 나의 마음도 잠시나마 누그러졌다. 


  마음은 엄마 아빠가 함께 해솔이 곁을 지키고 싶다만, 둘이 함께 자기엔 열악한 환경 때문에 하루씩 번갈아 가며 해솔이 곁을 지키기로 했고, 오늘은 아내가 해솔이 곁에 남았다. 집에 혼자 돌아와 낮에는 웃음소리 가득했던 적막한 거실과 집안 곳곳에 있는 장난꾸러기 해솔이의 흔적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참 안쓰럽다. 설상가상으로 병실은 슬슬 자는 분위기인데 해솔이는 잠을 잘 생각을 하지 않고 애꿎은 엄마에게 짜증을 내고 있다는 소식을 아내에게 실시간으로 들으니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진다. 요즘 들어 늘 아빠와 자겠다고 투정을 부리는 아이, 오늘은 낯선 환경에서 아빠도 없는데 잠을 잘 잘 수 있을까…, 내일 좋은 컨디션으로 수술을 받아야 회복이 빠를 텐데 제대로 못 자면 힘들지 않을까… 걱정이 밀려든다. 


  내일 날이 밝기가 무섭게 해솔이가 좋아하는 간식들, 바삐 나가느라 미처 챙기지 못한 인형 친구들, 고생한 아내를 위한 커피 한 잔을 들고 임무 교대를 해야겠다.  

애타는 부모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병원 나들이에 잠시 신난 딸내미


작가의 이전글 눈치게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