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해담이의 울음소리와 함께 아침을 맞이했다.
거실에 나왔더니 책장 앞에 놓인 식탁 의자에 켜켜이 쌓여 있는 이불이 눈에 들어왔다. 해솔이는 아빠가 나온 걸 아는지 모르는지 땅콩 책상에 앉아 뭔가를 부산하게 하고 있었다.
'밤사이 해솔이가 이불에 지도를 그릴 걸까?'
해담이가 태어난 후 아내의 입원, 그리고 조리원에서의 산후조리 기간인 3주 동안 엄마와 떨어져 있으면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이었는지…. 해솔이가 몇 차례 이불에 토를 하거나 실례를 한 적이 있었던 것이 문득 떠올랐다. 그런데 해솔이의 표정은 간밤에 지도를 그린 아이의 표정 치고는 너무 태연해 보였다. 아니, 태연 하다기보단 즐거워 보였다.
"아빠, 조금만 기다려. 내가 아침 준비해 줄게."
"오늘 해솔이가 아침 준비해 주는 거야?"
"응, 지금 캠핑이야. 텐트 안에 한 번 봐바. 아빠도 들어가고 싶지?"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아까는 이불더미로 보였던 해솔이의 텐트가 눈에 들어왔다. 살짝 열린 틈을 열고 들어가니 안에 무드등도 있고, 여러 가지 음식들도 차려져 있고, 함께 캠핑을 온 인형 친구들도 있었다. 나도 모르게 아빠미소가 지어졌다. 언제 일어나서 이걸 다 준비했는지….
"아빠가 자는 사이 해솔이가 혼자 텐트도 치고 맛있는 아침도 준비했네?"
"응, 저번에 아빠랑 엄마랑 '아빠의 캠핑장'에 갔던 게 생각났어."
"사자랑, 토끼랑, 돌고래랑 아침 먹고 같이 방방 타러 가기로 했는데… 아빠도 같이 갈까?"
"음, 아빠는 무거우니까 밖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해솔이랑 친구들이 안전하게 노는지 지켜볼게."
"알겠어."
해솔이의 캠핑 놀이는 진짜 아침을 먹기 전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아침을 먹는 내내 아침에 혼자 씩씩하게 캠핑 준비를 한 것도 자랑하고, 작년에 한창 나와 아내와 함께 캠핑을 다니면서 즐거웠던 일도 이야기했다. 가족과 함께 보낸 소소한 일상이 아이에게는 이토록 큰 추억거리이야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했다.
말이 캠핑이지 우리 집의 캠핑은 장비도 빈약하고, 캠핑과 관련된 지식도 부족해 단지 잠자리만 옮겨 고기를 구워 먹고 라면도 끓여 먹고 하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그래도 아빠, 엄마와 캠핑장에서 함께 올챙이와 다슬기도 잡고, 별구경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추억을 소중하게 기억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어설프긴 하지만 참 캠핑을 시작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날이 따뜻해지고, 해담이가 좀 커서 같이 외출이 가능할 때까지 해솔이의 거실 캠핑은 쭉 이어질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자연 속에서 웃음꽃을 피우는 캠핑을 손꼽아 기다리며 당분간은 해솔이의 캠핑장을 애용해야 할 것 같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