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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욥 Jun 27. 2024


대한민국 No.1 무당의 죽음

신은 무슨 놈의 신이야??

2016년 5월, 내가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는 사이 세상의 2명뿐이 없는 우리 가족에게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엄마의 형제인 둘째 외삼촌이 간암 말기라는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엄마도 그렇지만 외가의 엄마 형제들은 왜 하나 같이 가정사가 그리도 복잡한지 모르겠다. 둘째 외삼촌은 숙모와 아들 2명이 있었는데, 숙모와 아들 2명은 개신교 모태신앙이었다. 오로지 삼촌만 개신교인이 아니었고, 그 가족들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가족끼리 종교로 싸우기만 하던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급기야 몇 년 전부터 삼촌네 가족들은 숙모와 아들 2명, 그리고 삼촌 이렇게 헤어져서 살게 되었다.


 그래서 둘째 외삼촌이 간암 말기라는 사형선고를 받고 나서도 그를 돌봐주는 사람은 단 1명도 없었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삼촌도 교회에 미쳐있는 숙모와 아들들이 싫었고, 숙모와 아들들도 예수님을 믿지 않는 자기 남편과 아버지가 끔찍이도 싫었나 보다.


 삼촌의 그런 안 좋은 소식이 들리고 나서 엄마의 그 오지랖은 또 발동이 되었다. 그렇게 병든 오빠를 중화동으로 모셔온 것이다. 내가 엄마의 그런 행동을 오지랖이라고 표현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무당은 무당이 되어서 가장 슬픈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자신의 부모가 죽어도 장례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안타까운 불문율이 있다. 무당은 그 역할이 안 좋은 잡귀를 쫓아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무당이다. 그런데 무당이 자신의 부모가 돌아가셨다고 하여 장례에 참여하게 되면, 자기 부모를 데리러 온 저승사자가 장례식장 안에 열두 신령을 모시고 있는 무당이 무서워서 부모의 혼백을 데리고 가지 못하게 되고, 결국 부모의 혼백은 저승은커녕 구천을 떠돌게 된다는 소리가 있어서다.


 그래서 엄마가 곧 돌아가실 오빠를 우리 집으로 모셔 왔다는 자체가 오지랖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결국엔 엄마는 엄마의 뜻대로 삼촌을 중화동 2층으로 모셔오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때부터 엄마의 손님으로 넘쳐나던 신당에는 개미새끼 한 마리 조차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그런데도 엄마는 그걸 감수하고 자기 오빠를 모셔오고, 1층 신당에서 엄마의 바로 윗 언니인 이모에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 얘! 숙아. 이래도 되는 거니? 오빠가 여기서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네가 잘못되는 거 아냐? ”

“ 괜찮아. 무당이 돼 가지고 그런 것 하나 처리 못할까 봐? 그런데 그게 문제가 아니네...”


 엄마는 심각한 표정으로 이모에게 말했다.

“ 자꾸 할머니가 너희 줄초상 난다. 줄초상 나! 이러시네. ”

“ 줄초상?? ”

" 어... 남원에 엄마 산소가 뭔가 잘못 된 것 같어..."

" 산소?? 글쎄...뭐가 잘못 되었을까? "


 엄마의 말로는 엄마가 모시고 있는 신이 엄마에게 엄마의 가문이 줄초상 난다고 그랬다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는 곧장 장남인 큰 외삼촌과 셋째 외삼촌, 그리고 막내 외삼촌인 혁이 삼촌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경고를 했다. 그러나 엄마의 그 형제들은 엄마가 무당이라고 해서 엄마의 말을 믿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저 자기 동생이 돈을 많이 버니까 옆에서 비위 좀 맞춰주면 엄마가 먹다 떨어뜨린 콩고물이나 주워 먹으려는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돈이 많은 혁이 삼촌 또한 자기 누나가 무당인데도 무당으로서의 누나는 믿지 않는 상태였다.


 그러다가 결국 한 달이 채 못되어서 둘째 외삼촌은 곧 돌아가실 정도로 병세가 심각해졌고, 그동안 엄마가 삼촌의 가족들을 끊임없이 설득한 끝에 임종은 우리 집에서가 아닌 아들네 집으로 모셔가서 맞기로 하였고, 중화동을 떠난 지 3일 만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내가 이 대안학교에 온 지도 몇 개월이 흘렀다. 교장 선생님은 페어런츠데이에 학부모들을 상대로 설교를 하다 말고 이 대안학교의 이상한 계획들을 발표했다. 교장 선생님은 스크린에 어떠한 조감도와 설계도를 띄워놓고 말했다.


" 이게 바로 우리 학교에서 계획하고 있는 공주 크리스천 마을입니다. 여기는 바로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한 시초가 될 곳입니다. 하나님을 믿는 우리들이 여기에 살면서 우리나라를 하나님의 나라로 선포를 하고….”


 이곳 이 학교가 사이비 종교단체가 아닌가? 하고 의심했다. 교장 선생님은 그 크리스천 마을을 만든답시고 학부모들에게 투자를 할 것을 강력하게 말했다.


" 우리 학교는 미국,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와 자매결연을 맺은 학교입니다. 그들이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을 맞이해서 우리나라로 들어오고 또 이곳 공주 크리스천 마을에서 지내게 될 것입니다. 아이들은 그 아이들과 같이 지내면서 신앙은 물론이고 영어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될 것입니다. ”


 나는 이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우리나라에 있는 어떤 종교가 이단이고 어떤 종교가 사이비인 지 배웠다. 우리 학교는 분명 대한예수교장로회에 정식 등록된 기독교 단체다. 그런데 저 교장이 하는 행동이나 말을 들어보고 있으면 이단들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는 것이다.


 나만 이 상황을 이상하게 보는 것인가? 하고 생각을 하고 주위 선생님들의 눈치를 보니까 그다지 나만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도 나처럼 교장에게 말 한마디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이후로부터 교장은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영어 공부를 더욱더 강조했고, 또 교육면에 있어서도 영어 교육을 더욱 강화했다. 이미 처음부터 이 학교는 영어 교육에 대해서 강조를 해왔지만, 공주 크리스천 마을 계획을 발표하고 나서는 더욱 강화되었다.


 외부 유명한 모 영어 학원과 협약을 맺고 전교생을 강당으로 모아서 영어 교육을 진행했다. 교장이 얼마나 발이 넓은 지 그 정도 섭외하는 것은 교장에게 일도 아니었다. 


 만약 정상적인 교육비용이 1인당 1백만 원이라면, 같은 크리스천이라는 점을 내세워서 하나님의 사업에 봉사하라는 것을 강조해서 금액을 절반 이하로 깎아버리는 능력도 발휘했다. 


 그렇게 교장이 이렇게 주변에서 투자받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하나님을 들먹거리면 그들은 전부 할 수 없다는 듯이 오케이를 해버리니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정규 수업 시간을 빼면서까지 전교생은 물론이고 전 교직원도 그 영어 수업을 들어야 했다. 물론 교사들은 무료로 청강하는 수준이었지만, 학생들은 유료로 그 영어 수업을 들어야 했다. 이 역시 교장이 학부모에게 '하나님'을 팔면 수월하게 돈이 입금되는 실정이었다.


 나는 도저히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날이면 날마다 국회의원을 크리스천인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목이 터지라고 강조를 했고, 공주 크리스천 마을에 투자받기 위해서 교장은 늘 바쁘게 다녔다.


 그뿐인가? 시간이 없는 와중에 빠짐없이 꼭 참여하는 일이 있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참여하는 수준이 아니라 교장이 리더였으니까 말이다. 그것은 바로 하루가 멀다 않고 하는 동성애 반대 집회였다. 교장은 집회에도 모자라 매일 예배 시간마다 동성애에 대해서 신랄한 비판을 이어갔다. 


 한 번은 동성애에 관해 전문가라는 사람이 와서 페어런츠데이 때 강연을 했는데, 중고등학생은 물론이고 초등학생, 심지어 미취학 어린이까지 있는 자리에서 동성 성교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말했다.


" 이들은요. 그냥 줄줄 흐르는 거예요. 괄약근에 힘이 없어서….”


 도저히 미성년자가 들을만한 내용이 아니었음에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그 덕분인지 우리 반의 한 여학생이 자기네들끼리 대화를 하는 데 옆에서 그 여학생이 하는 말을 듣고 너무나도 충격을 받았다.


 그 여학생은 성씨가 바로 유명 게이 연예인의 성씨와 똑같은 성씨였는데 그 사람과 똑같은 성씨인 게 싫다면서 짜증을 내며 말했다.


" 아!! 난 내 성씨가 그딴 인간이랑 똑같은 것이 혐오스러워!! 정말 싫어!! 왜 하필 그 사람이랑 똑같은 거야!!! 진짜 짜증 나!! ”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예수님이 말씀하신 '사랑'따위는 없었다. 이미 이 학교에서 혐오를 배웠다. 아니 배웠다기보다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세뇌당했다. 나는 그 여학생의 말을 듣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교직원 회의 때 말했다.


" 그 학생이 자기 성씨랑 그 연예인이랑 똑같다면서 엄청 짜증을 내고 혐오한다고까지 그러더라고요.”


 나는 솔직히 내가 이렇게 말을 하면 선생님들만큼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학생들에게 사람을 혐오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쳐야 한다고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한 말을 듣고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선생님은 단 한 명도 없었고, 다들 그 여학생의 생각과 반응이 웃긴다는 듯이 서로 웃고 떠들었다.


“ 심각한 문제 아닌가요? 그 연예인이 예수님의 품으로 들어오게끔 기도를 해야지. 사람을 혐오하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


 그렇게 반응을 하는 선생님들에게 내가 대놓고 이렇게 말을 해봤지만 다들 그건 심각한 문제가 아니고 그냥 재미있는 상황으로 치부했다. 


 나의 말은 소용이 없었다. 어쩌면 이들은 공주 크리스천 마을을 발표했을 때도 교장과 똑같이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는 것 같았다. 선생님들도 나처럼 그 상황이 이상한 상황이라고 생각할 것으로 생각했던 내가 완전히 틀린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 이후 나는 결심을 했다. 이곳에서 빠져나가야겠구나, 개신교는 내가 잠시라도 있을 곳이 못 되는 종교이구나 하고 생각이 굳혀졌다.


 그 이후로 같은 크리스천인 여자친구와도 어떻게 헤어져야 하나를 고민을 했다. 분명 그 여자친구와 결혼까지 골인한다면 하루하루를 종교 때문에 싸우게 될 것이 뻔했다.


" 저... 개인 사정이 있어서 그만두려고요. 교장 선생님...”


 나는 곧 교장 선생님께 퇴사 의사를 밝혔고, 내가 담임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교장 선생님은 날 극구 말렸지만 날 말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차기 선생님을 위해서 인수인계를 철저히 해줄 것을 약속한 뒤에 퇴사를 허락받을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며칠 동안 아이들의 생활기록부 정리와 인수인계 준비를 했다. 단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며칠이 걸릴 것 같았다. 그렇게 퇴사 의사를 밝히고 2주 만에 중화동으로 가는 날이 돌아왔다.  

    

  내일이면 중화동에 가는 날이다. 그날은 드디어 내가 퇴사를 한다는 것을 하늘도 알았는지 하늘이 너무나도 맑았다. 12월의 추운 겨울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맑은 하늘이 너무 좋았고, 내 뺨에 스치는 차가운 바람조차도 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었을 정도였다.


 나는 오피스텔로 돌아와서 핸드폰을 켰다. 그런데 핸드폰 속 CCTV 어플 속으로 보이는 엄마는 여전히 소파에서 주무시고 계셨다. 학교에서 오후 5시쯤 엄마가 소파에 눕는 것을 봤는데, 지금 꽤 늦은 시간인데도 엄마가 그대로 주무시고 계셨다. 


 엄마는 몇 년 전부터 꼭 수면유도제를 드셔야 잠을 이루실 수 있는 불면증을 앓고 있었는데, 그 정도가 심해서 낮에 잠깐 낮잠을 주무시더라도 꼭 약을 먹고 주무셔야 했다. 그래서 나는 약기운이 아직 떨어지지 않아서 밤늦게까지 주무시나 보다 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여전히 날씨는 너무 좋았고 기분 좋게 중화동으로 향했다. 그날따라 중화동으로 가는 서울 외곽순환 고속도로에 차도 별로 없어서 달리는 맛이 아주 좋기도 했었다. 


 그렇게 중화동에 도착해서 대문에 들어섰더니 1층 창문이 열려 있었다. 그래서 나는 창문을 좀 더 열어서 소파에 누워 주무시는 엄마를 향해 말했다.


" 엄마! 아들 왔네~ ”


 그런데 엄마는 깊이 주무시고 계시는지 내가 아무리 불러도 잠에서 깨지 않으셨다. 창문 밖에서 아무리 불러도 엄마는 작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나는 너무 이상해서 창문에서 나와 집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마음이 급해서 그런지 집으로 들어가는 비밀번호를 까먹은 것이다. 그래서 급한 마음에 엄마의 바로 윗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언니는 몇 년 전부터 우리 집을 다니면서 엄마에게 월급을 받으면서 살림을 살아주며 일했는데, 그 이모밖에 생각이 안 난 것이다.


" 이모. 중화동 1층 신당 비밀번호가 뭐지? ”

- 에그!! 까먹었구나! 9696이잖아. 

" 아.. 맞다. 잠깐만. ”


 나는 급하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신당으로 들어가서 엄마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내가 통화를 하면서 가는 그 소리에도 엄마는 깨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엄마가 누워 있는 곳까지 갔더니 엄마의 입과 코에서는 이물질이 나와 굳어져 있었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그게 무엇인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 이물질을 향해 손을 뻗어 닦아주려고 만졌는데 엄마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너무 놀라서 다시 엄마의 어깨를 툭 하고 치면서 만졌다. 그런데 역시나 엄마의 몸 자체가 완전 딱딱한 나무토막 같이 느껴졌다.


 나는 너무나 깜짝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동안에 전화기 안에서는 이모가 무슨 일이냐며 난리가 났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이모에게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하려고 했다. 


 그런데 내가 그냥 무턱대고 엄마가 죽은 것 같다고 말을 하면 이모가 쓰러질 것 같았다. 나는 그 와중에도 나 스스로가 아닌 남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 이모. 지금 서 있어? 앉아 있어? ”

- 왜! 지금 서 있어. 

" 그럼. 앉아봐. ”

- 왜. 무슨 일인데?? 

" 아 글쎄! 앉아봐. ”

- 앉았다. 무슨 일이야?


 나는 이모가 앉았다는 소리를 듣고 나서도 한참을 내 입을 떼지 못했다.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 이모... 어... 엄마가... 죽었나 봐. ”

- 뭐!!?? 뭐!!?? 뭐라고???!!! 


 전화기 너머로 이모는 까무러치듯 소리를 질러댔다. 나는 앞에 있는 굳어버린 엄마의 시신을 보고 넋이 나가서 그저 털썩 앉아서 엄마의 죽음을 이모에게 말을 했다. 순간적으로 눈물도 나지 않았다. 너무나 어이가 없었고, 이 상황이 정말인지 꿈인지조차도 구분할 수 없었다.


 나는 이모와 전화통화를 끊고 곧바로 119에 신고를 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한 달 반 전에 엄마와 나와 화해했던 혁이 삼촌에게 전화를 했다.


- 어~ 무슨 일? 

" 삼촌. 지금 차 몰고 있어요? ”

- 어.. 아니? 왜? 


 나는 그때도 역시 남 걱정을 먼저 했다. 멘털이 강한 것인지 반대로 정신 나간 놈인지 나 스스로조차도 나를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지금 남을 걱정할 때인가? 남이 날 걱정해 줄 때인데, 지금 이 상황이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도 못 하는 정신 얼빠진 이 어리석은 녀석은 그러고 있는 것이다.


- 뭐???? 알았어. 금방 갈게. 

" 흥분해서 사고 치지 말고 차 조심하세요. ”

뚝. 


 곧 119 대원들이 도착했고, 소파에 누워 있는 엄마의 상태를 자세히 살펴보더니 한 구급대원이 내게 와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 죄송합니다. 사망하셨습니다. 저희로서는 이제 할 것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희 쪽에서 경찰을 불렀습니다. ”

" 네?? ”


 그 구급대원의 사망선고를 듣고 나서야 내 눈에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서럽게 서럽게 울었다. 또 한편으로 내 머릿속에는 무언가의 욕으로 가득 차버렸다.


 그놈의 하나님 타령만 안 했어도, 그 교회에 미치지만 않았어도, 내가 그 망할 기독교 대안학교인지 뭐시긴지에만 다니지 않았어도 엄마가 죽지 않았을 텐데 나의 원망의 화살은 교회의 십자가로 향했다. 


 또 있었다. 나는 엄마가 무당이 되고 나서부터, 그리고 엄마가 무당으로서 최고가 되고 나서부터, 엄마보다 더 엄마의 신령님께 최선을 다했고, 열정을 다해 섬겼다. 


 엄마가 기도를 가거나 일하러 가고 들어오지 않는 날이면, 새벽부터 일어나서 씻고 몸 단정을 한 다음 늘 옥수(*신당에 올리는 맑은 물)를 갈았다. 그렇게 최선을 다한 나와 엄마에게 이런 불행 하나를 막아주지 못하는 그 신령들이 원망스러웠다. 


 자기들을 섬기는 애동제자(*무당을 신에게 빗대어 낮추어 이르는 말) 하나를 지켜주지 못하는 무능력한 신령들이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둘째 외삼촌이 돌아가신지 정확히 6개월만인 2016년 12월 추운 겨울. 대한민국 최고 No.1 무당 엄마는 그렇게 고생만 하다가 눈을 감았다.


古왕룡암 선생의 살아 생전 굿거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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