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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당한 코리안 Oct 24. 2022

영어를 기본으로 깔고 가는 원어민들이 부러워 하는건?

이중언어가 되는 아이로 키우고자 치열히 노력하는 부모들

사막 같이 더운 텍사스에서 여름을 보내는 우리 아이들에게 청량제 역할을 해 준 것은 교회에서 하는 중고등학생 캠프였다. 하루는 산마르코스에 수영 및 래프팅 하러 가기도 하고 리버 카약 River Kayak 도 가고 여자아이들은 따로 멋진 집에 가서 티파티 tea party 하면서 여자아이들의 멋도 한껏 내고...


캠프가 끝나는 아쉬운 시간이 다가오고 주최측에서는 종강 바베큐로 온 가족이 와서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하하였다. 그릴한 버거 패티와 소세지를 빵과 샐러드 등을 받아와 조합해서 먹는 아주 일반적인 미국식 바베큐.  

 

 야외 테이블에 빈 자리를 찾았다. 


- 안녕하세요, 여기 앉아도 될까요?

- 그럼요. 


자리에 앉자마자 손을 내밀며 자기 소개를 한다.

 

- 제 이름은 제니퍼에요.

- 아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한나에요.  

- 네~ 한국에서 여행 왔다고 했죠? 저번에 소개할 때 들었던 기억이 나요. 애들이 세명...?

- 아 전 애가 네명에요..첫째랑 둘째가 이 캠프 다녔는데 저~~기에  앉아있는 남자아이랑, 이름은 제이, 죠~~기에 앉아있는 아이들이 제 아이들이에요. 이름은 젠이에요.

- 여기 ( 바로 옆에 밥 먹고 있던 아들) 이 아들이 제 아들이에요. 이름은 조세프. 그리고 둘째는 저기 풀색.티셔츠 입고 있는 애.


그때 조세프가 말한다.

- 캠프 때 제이가 저 목숨을 구해준 거 아세요?

- 진짜?  어떻게?? 

- 우리가 리버 카야킹 갔을 때 폭포가 떨어지는 데에서 수영했는데 폭포수 밑에 깔려서 수면위로 못올라가고 있었거든요. 그때 제이가 건져줬어요.

- (나) 안 그래도 우리 제이가 거기 갔다와서 자기도 죽을 뻔했다고 말해줬는데. 거기 무슨 높은 댐이 있어서 거기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너무 세서  그 밑에 깔리는 바람에10초 이상 못나와서 죽는 줄 알았다고. 거기가 거긴가보다.

- 아... 거기가 아니라 다른 데긴 한데.. 하튼간. 제이 아녔으면 큰일 날빤했어요.

- (제니퍼) 근데 난 이 이야기 처음 듣네. 하튼 고맙다. 얘. 아들한테 고맙다고 해야겠어요.


우리 아들이 다른 남의 귀한 자식을 구해줬다고 하니, 무슨 영웅을 아들로 둔것 같아서 어깨가 으쓱하다. 


그 가족의 아빠도 같은 테이블에 합류했다. 키가 크고 아주 공손하게 내게 인사한다. 


그렇게 밥을 먹고 있는데, 아빠와 아들이 서로 얘기를 하는데, 오! 저거 스페인어를 하는건가? 


그랬다. 아빠는 페루 출신으로 아내를 미국에서 만나 결혼했다고 한다. 

집에서 아이들과는 스페인어 외에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내도 아이들이 두개 국어를 하며 자라는 것을 바랬기 때문에 집에서 아빠가 아이들에게 스페인어로 말하기를 원했다고 한다. 


얼마나 엄마와 아빠가 작당을 하고 철저히 스페인어를 했냐면, 첫째가 4살 때였단다. 저녁 먹는 시간이었다. 엄마와 아빠가 실수로 (?) 영어로 뭐라 대화를 했나보다. 아이가 갑자기 깜짝 놀라며 엄마한테 이렇게 말했단다.  

- 엄마!! 아빠가 영어 할줄 알아요!! 엄마는 아빠 영어 하는 줄 알았어요?


난 이들 부모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 나도 우리 애들이 한국어와 영어를 둘다 하면서 자라기를 간절히 원했다. 내가 우리 애들은 모두 미국에서 태어나 첫째가 여덟살 때 한국에 와서 살게 되었다. 


아이들을 미국에서 키울 때는 우리가 미국에서 계속 살 줄 알았다. 그때는 문제는 한국어였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한국아이들이 한국어를 못하는 것을 비일비재 봐왔다. 미국에서 애 키우면서 한국말도 하게 하는게 얼마나 힘든지 대충은 알았지만, '노력해서 되지 못할 것은 없다'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미국에서 살아도 한국사람이 한국어를 해야지" 라고 강하게 믿었다. 


어차피 어린이 집에 가거나 학교를 가면 영어 하는 건 당연했고, TV를 틀어도 다 영어, 그리고 책이며 아이들 교재 모든 것이 영어로 되어있기 때문에 영어는 떠놓은 당상. 그래서 집에서 한국어를 했다. 한국어를 고집했다는 편이 맞다. 아이들이 영어로 나한테 말을 걸면 나는 한국어로 바꿔서 아이가 다시 물어보도록 했고 대답도 한국어로 해줬다. 밖에 공공장소에 가서도 아이들한테 한국어로 말했다. (분명히 영어가 가능한데도 그렇게 했음을 확실히 해둔다.) 


첫째 아들이 참 말이 느렸다. 만 2돌 쯤 되어 어린이 집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만 3돌이 되도록 영어도 잘 못하고 한국말도 잘 못하는 것 같았다. 이 아이가 수다스럽긴 해서 뭐라뭐라 재잘재잘거리긴 했지만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못알아 듣는 경우가 많았다. 문장 하나가 온전하지 않았다. 


만 3살이 되는 생일잔치 케이크를 집에서 같이 만들고 있었다. 평상시와 같이 아이가 뭐라 뭐라 말하고 난 그걸 이해하려고 무자게 애쓰면서 한국어로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데, 한순간 아이가 너무 영어를 하고 싶어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 때 대화언어를 영어로 바꿔서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더욱 신이 나서 재잘재잘 거리던 우리 아이.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어린이집 선생님이 말해줬다. 우리 아이가 갑자기 언어 폭발이 일어났다고. 언어의 전성기를 맞이한 것 같다고 했다. 

 

그 이후 우리 첫째는 영어가 갈 수록 점점 잘하게 되었고 우세하게 되었고 한국어는 거의 쓰지 않게 되었다. 한국어 발음 자체에 자신이 없으니까 한국어를 별로 안쓰려고했다. 그래도 난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한국어도 가르쳤고 한국에 갈 때마다 책을 사서 읽어주고 집에서 받아쓰기도 시켰다. 


우리 둘째는 또 달랐다. 딸이라 그런지 언어를 쏙쏙 흡수하는 게 눈으로 보였고 말도 오빠보다 더 일찍 하기 시작했다. 우히려 한국어가 우세한 언어로 자리를 잡았다. 어린이집에 가서 영어로 다 의사소통하고 하지만, 우리 둘째는 영어보다 한국어가 더 편한거 같았다. 


첫째가 1학년 때, 둘째가 여섯 살 때, 그리고 셋째가 네 살, 그리고 막내가 막 태어났을 때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으로 돌아오니 이제 영어를 유지하고 배우는게 관건이 되어버렸다. 한국으로 오니, 영어만 주구장창 하는 첫째가 오히려 소망스러웠고, 둘째랑 셋째는 좀더 영어를 하다 올걸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둘째 셋째는 영어를 빛의 속도로 잊어버리는 게 보였다.  


영어와 한국어의 시소타기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다. 그걸 어느정도 맞춰주려면 집에서 영어를 해야 했다. 그래서 미국에서와는 반대로, 이제는 집에서 영어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근데 문제는 남편이었다. 애들이랑은 통하는 영어가 남편이랑 하면 막혔다.  남편과의 소통은 긴밀하고 빨라야 하는데, 그게 안되니 자꾸 한국말로 갈아타졌다. 애들이랑은 영어를 가르치는게 당연했는데, 남편에게는 가르칠 여유가 없었다. 


결국 난  영어 학원을 시작했고 거기서 집중적으로 아이들에게 영어 input 을 시켜주는 것을 목적으로 잡았다. 덕분에 첫째와 둘째는 영어로 책 무쟈게 읽었고 들었고 썼고 배웠다. 원어민까지 아니지만, 읽기와 쓰기 듣기 부문에서는 미국 또래 친구들 수준으로 하게 되었다. 셋째와 넷째도 영유 다니는 아이들 수준만큼은 만들어놓았다. 다만 원어민 적인 회화적 유창함은 많이 떨어졌다.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만들려면 그건 아무래도 이머젼 immersion 이 필요하다. 이번에 안식년은 우리에게 딱 필요한 이머전의 기회였다. 


우리 아이들은 그동안 두 번에 걸친 미국으로의 여름방학 여행과 홈스테이, 그리고 올해의 안식년 기간 동안, 영어를 성공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이렇게 나름 분투를 했었기에 집에서 스페인어로만 대화를 했다는 이 가족 이야기를 들었을 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우선 아이들을 감쪽 속일정도로 집에서는 오로지 스페인어로만 한다는 아빠의 결심, 그리고 스페인어를 열심히 배워준 엄마의 피나는 노력. 


그 결과로 아이들은 스페인어를 자유자재로 한다고 했다. 

물론 매년 여름마다 페루 외갓댁에 가서 한두달 지내다 온다고 하니, 이 아이들은 이중언어를 배우기 필수 요소--가정에서 부모님이 쓰는 언어 + 일년마다의 이머젼 경험-- 두가지가 모두 받쳐주는 것이다.   


이것 뿐 만이 아니다. 이 아이들은 중국어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중국어 이머젼을 위하여 중국에서 2년동안 살기도 했다고. 


이 대목에서 입이 뜨악 벌려졌다. 


 몇년 전 남편이 실직을 했을 때 아내인 자기는 직장을 통해 중국으로 가서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그 기회를 십분 활용해 아이들 제 2 외국어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중국에서 2년 살면서 일반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 것은 1년 전. 

지금도 중국어 튜터를 고용해 과외를 일주일에 두번 하고 있고, 교회의 중국 대학생들을 일주일에 한번 정기적으로 초대해서 집에서 놀게 한다고. 


- 확실히 중국어는 언어가 완전히 다르다보니까 애들이 회화는 좀 해도 글쓰기까지는 많이 부족한거 같아요. 

- 그럼요. 글쓰기는 본토 중국인들도 어려워 하는 건데요. 회화만 잘 해도 엄청 대단한거 같아요. 저도 우리애들 중국어 배우게 하고 싶어서 

- 좀 커서 계속 중국어를 할지는 본인들이 결정해야겠지만 적어도 그때까지는 지원해주고 싶어요.

- 와. 맞아요. 저도 언어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애들도 한국 돌아가면 중국어 학원 다시 보내려고요. 


이렇게 외국어를 배움에 있어서 한국 엄마들 희생과 노력을 뺨치는 가족을 미국에서 보기 어렵다. 한국엄마들이야 애들 영어 가르치려고 영유다, 학원이다, 해외 영어캠프다 뭐다 뭐다 하는 건 주위에 흔하지만... 이미 영어를 기본을 깔고 가는 미국인들은 뭐가 아쉬워서 다른 언어를 배우려고 한단 말인가. 흔히 자조섞인 농담으로, 


"이 세상에서 영어 밖에 못하는 사람은 우리 미국인 밖에 없어" 라고 하는 미국인들. 그러나 그 안에는 


미국인들, 영어 못하면 무시한다. 맞다. 그런데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하는 것을 또 굉장히 높게 사기도 한다. 인텔리이면 인텔리일 수록 그런 경향이 있다. 물론 언어에도 등급이 있다. 미국인은 유럽언어를 하는걸 더 높게 쳐준다. 유럽언어일 수록 고급적 이미지, 명성, 프리스티지 prestige 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스페인어는 미국에서 아주 인기많은 외국어 종목이다. 유럽언어일 뿐 아니라 라틴아메리카 전반적으로 사용되면서, 미국 내의 많은 히스패닉들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사용새가 많다. 또 요즘 각광받는 언어는 중국어 (만다린)이다. 중국어를 사용하는 인구의 절대수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 중국어랑 스페인어 영어를 하면 지구상에 이 친구들이 대화 못할 사람들이 없겠어요!

- 네 맞아요 그래서 한거에요. 

- 우리 첫째는 어려서부터 자긴 이 세상 모든 언어를 다 배우고 싶다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이 세상 사람 누구와도 대화하고 싶다고.  

- 와, 제이가 그런 말을 했었어요? 특별하네요. 

-  근데 사실 그럴 필요가 없이 딱 세 언어만 하면 되는거 같아요. 영어, 스페인어, 그리고 중국어. 

- 우선 이 세 언어를 다 하면 어느정도는 커버 되는 거 같아요. 

- 네. 정말 대단해요. 이 아이들이 나중에 어떻게 클지 정말 기대되네요. 꼭 연락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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