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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당한 코리안 Oct 22. 2022

게으름뱅이 바람둥이가 죽기 전에 사람되다

충격이다. 

우리가 한동안 다니고 있던 미국 교회의 짐 Jim이 죽었다. 

몇일 전만 해도 건강했던 사람이 갑자기 죽다니... 

새벽에 급격한 심장마비가 왔다고 한다. 


우리가 처음 그 교회에 갔을 때 한국사람이라고 우리를 반기던 짐. 배가 나온 마음씨 너그러워 보이는 할아버지이다. 여자목사가 목회하는 교회인데, 그 목사의 남편이다. 


군인으로 20대때 한국에서 지냈다고 하며서, 한국이 너무 좋았다고 두고두고 말했다. 한국 친구들한테 받았다며 한국어로 된 성경책과 그 당시 군대에서의 사진앨범을 우리한테 보여주려고 교회로 갖고 오기까지 했다. 한국음식이 너무 좋다고 두고두고 또 말하길래, 아무래도 집에 초대해서 한국음식을 접대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아주 깊이 친하지는 않았지만 만남이라는 것은 스쳐지나도 우연이 아닌 인연이라고 한다. 심지어 잠깐이라도 교제를 나누고 하물며 한국과 미국을 오고간 인생들이 우리의 미국 안식년 기간에 이렇게 엮여진 것은 큰 인연이다.  게다가 우리가 있는 이 일년 동안 부고소식을 접하니 슬픈 마음이 들면서 보통의 인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례식에 꼭 가서 마지막 인사를 해주고 싶었다. 


장례식 대신 Celebration of Life 생명의 기념식 이라고 명명한 이벤트에 초대받아서 갔다. 죽음이란 단어가 아닌 생명이란 단어를 쓰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살아온 삶, life 생명을 celebration 한다는 의미도 되겠고, 죽음은 영생 eternal life 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라는 기독교적 사상을 가진 의미일 수도 있겠다. 


고인의 생전 동료들과 교회사람들이 모였다. 약 120명 정도 되는 것 같았다. 

한사람씩 단상에 나와서 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그 인생을 추억하였다. 


조카 부부가 나와서 삼촌이 너무 보고싶다며 막 우는데, 많은 사람들의 눈이 촉촉해졌다. 자기네가 결혼해서 결혼문제가 많았을 때 이모네 (여자목사님네) 가서 상담해줬던 거 얘기를 하면서 자기네들은 그 것 때문에 결혼생활이 유지된거라고 했다. 


또 다른 조카가 나와서, 어릴 때 이모네 집에 놀러가면 항상 이모 몰래 이모부 (Jim)가 맛있는거 꺼내서 주고 그랬다며 이모부를 회상하였다. 


어떤 동료는 나와서 Jim 이 휴일에도 나와서 일을 하고, 얼마나 그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는지.. 항상 즐겁게 일했다고 나누기도 하고... 그의 유머 등의 성격에 대해 나눴다. 


약 45분 동안 그렇게 한사람씩 나와서 나누고 나서 여자 목사님이 나와서 사람들에게 와줘서 고맙다며, 남편이랑 지내온 수십년간의 인생은 선물이었다고, 그러며서 말한다. 


"항상 그렇지는 않았어요. 첫 수년간은 우리는 아주 심했어요. 집안에 칼을 두지 않기로 결단할 정도로 극단적일 때도 있었죠... " 


목사 부부가 결혼생활이 힘들었다고 고백하는 것 자체도 놀랍긴 하다. 사람들 모인 앞에서 그렇게 말하니 신선했다. 사실 여자 목사님이 자기 남편과 예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을 얘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예전에 소그룹모임에서도 그랬다. 짐은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첫 15년 동안 결혼생활이 끔찍했었다고.. 그런데 주님의 은혜로 사람이 변화되고 지금은 너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남편에게 "린다 목사님이 그러더라? 짐이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초창기 때 결혼생활 힘들었다고...15년 동안 그랬다는데? ... 다 그런가봐" 


그러니까 남편이 그런다. 


"포르노 중독이었다는데?  정상적인 결혼생활이 안됐다고 하네."


또 다른 조카가 따로 말해준걸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아주 게으른 사람이었다고. 직장생활을 제대로 못했다고 한다. 


결혼생활이 곪을 대로 곪았을 때 카운셀링도 받고 하면서 사람이 제대로 된 신앙을 갖기 시작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이 왔다고 한다. 오늘 여러명의 동료들이 짐이 얼마나 정직하고 부지런한 일군이었나를 추억하는 것 보면.. 게으른 자에서 성실한 일꾼으로 변했다는 것을 증언해준다.


 사람은 변할 수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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