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뭐가 달라졌을까?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내다가, 스산한 저녁 바람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작년 이 맘때쯤 퇴사했던 것 같은데" 사진첩과 캘린더를 뒤져보니 정확히 딱 1년 전. 2022년 10월 25일 날 퇴사처리를 하고 회사를 나왔다. (인간의 촉이란...) 1년이란 시간은 항상 여러모로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벌써 1년'이라는 노래처럼 빠른 시간을 나타낼 때도 있고, 재수를 했던 1년처럼 무언가를 간절히 바랐던 시간들도 있다. 그리고 인간의 1년이란 나이는 그만큼의 능력과 책임이 비례하기도 한다.
그렇게 내가 소속되어 있던 곳을 뛰쳐나와, 아무런 소속이 없어진 자연인으로서 1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그 인상 깊던 1년이란 시간을 되돌아볼까 한다. 숱한 고민들 속 긴장과 걱정 그리고 불안 속에서 보냈던 그 시간이 곰이 쑥과 마늘을 먹고 인간이 되기 위해 버텼던 시간과 감히 비교해 본다. 그만큼 짧지만 긴 나의 인생의 순간에서 결코 잊히지 않을 시기이자,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한 터닝포인트이기도 했다. 희미한 불빛 하나를 보고 깜깜한 터널을 지나쳐온 것 같은 시간을 반추해 보고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기록해보고자 한다.
(이걸 언젠가 또 1년 뒤에 보면 무슨 생각이 들까?)
가장 먼저 드는 생각. 어디도 기댈 곳이 없다. 누구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고, 간섭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나도 누군가에게 기댈 수도 없고 나의 책임을 부탁할 수 없다. 자유에 대한 처절한 대가라고 해야 할까? 온전히 시간은 나에게 주어지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아무도 뭐라 할 수 없다. 그렇기에 항상 외로웠던 것 같다. (지금도 외롭다...)
1년이란 시간 동안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서 모든 걸 혼자 했다. 어디서 일할 지를 선택하는 것도, 출퇴근 시간을 정하는 것도, 언제 쉬고 일할지도 또 어떤 의사 결정을 하고 심지어 보험료를 내는 것까지. 당연한 것이겠지만 뼈저리게 느낀다. "내가 기댈 곳이 없는 만큼 나 스스로가 단단해져야 하겠구나." 나란 사람이 무너지는 순간, 모든 내 일과 꿈, 목표등은 모래성처럼 우르르 무너질 것만 같았다.
사무치게 몰려오는 외로움, 그리고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불안감 동시에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욕심과 그렇지 못한 현실에서 오는 자괴감 등 일련의 부정적인 감정들과 나는 할 수 있다, 무조건 이뤄낼 것이고 동시에 내가 꿈꾸는 목표에 조금씩이라도 닿게끔 노력할 것이다라는 긍정적인 확언들. 1년이란 시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두 감정의 싸움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싸움 속에서 내 감정을 컨트롤해야만 했다.
아직도 잘 모르지만 그래도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던 것 같다. 참 이 감정이란 것은 나이가 들면서 무뎌지긴 하지만 우리가 일생의 어떤 선택을 할 때 감정적으로 하는 경우도 많다. 동시에 이 감정 하나 때문에 모든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있다. 적어도 나는 부족하고 미성숙한 사람이지만, 세상에 덩그러니 떨어져도 무릎을 탈탈 털고 일어나 어떻게 살면 될지 아는 사람이 된 것 같다. 1년 동안 그것만 했으니.
1년을 버틴 나 자신이 대견하다. 왜냐면 처음 퇴사할 때만 해도 매우 감정적이었고, 나가서 무엇을 할지 정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때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았고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기 위해선 퇴사를 하고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때의 의지와 마음이 이렇게 1년이란 시간을 보낼 만큼 간절했나 보다. 그리고 그 마음만 진심이라면 앞으로도 큰 문제가 없다면 계속 나의 길을 갈 것 같다.
자기 경영을 잘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성공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성공을 하는 모든 사람은 자기 경영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라고 생각한다. 이 말은 결국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처럼 내 삶의 중심을 잡고, 단단한 사람이 성공도 할 줄 아는 것이다. 되게 뻔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사실 직장인 때는 하루하루를 살아내느라 와닿지 않았다. 눈앞에 당장 산적한 업무들이 있었고, 기한 내에 빨리 쳐내는 것만으로도 너무 벅찼으니까.
지금은 모든 업무의 기한과 KPI를 내가 정하다 보니, 나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그리고 위에서도 말했듯이 내가 무너지면 안 된다는 것도 매우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다. 심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내가 무너지는 순간 대신 나의 일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렇기에 반강제적으로 나를 경영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이 1년이란 시간 동안 가장 자주 운동을 하고, 많은 책을 읽은 것 같다. 운동은 약간 '일'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메일을 확인하고, 어떤 일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것처럼 그냥 일. 업무 시간 혹은 그 하루 안에 해야 하는 디폴트라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조금 편안했다. 예전에 직장인일 시절에는 운동은 '일'이 모두 끝나고 할 수 있는 숙제나 과제처럼 느껴졌으니까.
그렇게 하루에 한 번, 오후 4-5시에 운동을 간다. 운동을 갔다가 퇴근을 하기도 하고, 싹 씻고 나서 미팅을 가기도 한다. 그러기에 시간이 애매하면 아침에 간다. 맨날 맨날 가는 것이 목표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3-4번씩은 갔던 것 같다. 대단한 운동을 하는 건 아니다. 20분 정도 유산소, 30분 정도 웨이트 그리고 10분 씻으면 딱 1시간이다.
그 1시간이 내게는 정말 필요했다. 정신이 맑으려면 내 체력이 좋아야 했고, 수많은 인풋들과 불안을 씻어낼 수 있는 방법이 운동이었으니까. 어떤 날은 운동이 너무 하기 싫다면, 그냥 멍하니 산책을 한다. 한 30분에서 1시간 정도. 그렇게 계속 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하고 비운다. 어쩌면 내가 유난 떠는 걸 수도 있다. 모든 사업가가 이렇게 살지 않을 것이고, 스스로에게도 묻는다."바빠 죽겠다면 과연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나는 운동은 앞으로 계속할 생각이다. 내가 좋은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가장 즉각적인 행위니까. 이런 맥락에서 책도 마찬가지다. 직장인일 때도 책은 꽤 읽는 편이었지만, 지금은 생존을 위해 읽는다. 한 책을 통해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는다면 그것이 온전히 내 업무에 바로바로 적용이 되니까. 나의 사수가 없다면 책이 나의 사수라고 생각하고 읽는다.
그렇게 1년이란 시간을 보내면서, 운동과 책을 통해 나를 계속 가꾸고 나란 사람이 더 단단해지게끔 멘털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노력했던 것 같다. 내가 무너지는 게 가장 무섭거든.
1년이란 시간은 나란 사람이 축구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자리를 잡는데 걸렸던 것 같다. (물론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비옥한 토양을 만들고 거기에 물을 뿌리는 시간이었다. 그렇기에 아직 찬란한 꽃을 피우지는 못 했고, 달고 맛있는 과일을 수확할 수도 없다. 하지만 뿌리가 깊을수록 오래가고 큰 나무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천천히 뿌리를 내리는 중이다.
이제 시작은 다음 년도부터다. 1년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도전의 시기다. 하지만 2년부턴 다르고, 3년은 90%가 포기한다. 그리고 5년 10년은 말해서 뭐 하리. 결국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 오래 버티고 싸우는 사람이 승자가 된다. 이건 너무 당연한 이치다.
이제 1년을 했으니, 2년에 접어들 것이다. 1년의 시간 동안 나를 성장시킨 많은 순간들이 존재했지만 너무 설레고 가슴 뛰는 것이 앞으로의 1년은 더 많은 순간들이 찾아올 것 같다. 축구 관계자도, 축구 선수도 아니지만 내가 하나씩 부딪혀가며 이뤄내던 것들이 언젠간 인정받는 순간이 올 것이고 그때가 되면 나의 영향력도 조금씩 커지고 있지 않을까?
이런 말을 하면서도 마음속에 깊이 새기는 것이 있다.
-겸손하고, 정중하되 치열하자.
나를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겸손하고 정중하게 대할 것이지만, 내 안에서 부글거리는 열정으로 모든 일을 치열하게 부딪힐 것이다. 그렇게 다짐하며 이제 2년 차에 돌입해보고자 한다. 지금 잘해왔으니, 앞으로 지금보다 딱 2배만 더 열심히 하자. 그러다 보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고, 그 세상을 겪다 보면 내 목표에 조금은 다가가리라.
"축구를 더 많은 사람이, 더 즐겁게"라는 믿음으로
축구와 관련한 사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코리안 야야뚜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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