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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씨 Apr 06. 2021

너에 대한 감상

우울증 공황장애 환자의 연애

너는 온몸이 따뜻하다. 어떻게 그렇게 사시사철 몸에 온기가 돌 수 있는지, 피가 더 이상은 흐르지 않는 것 같은 나와는 달라 신기했다. 그런데 그런 너도 아침이 되면 배가 차갑다고, 너보다 일찍 일어나 앉아있는 나에게 배를 만져달라고 한다. 배를 쓰다듬어 주면 앓는 소리를 내다가 이내 고롱고롱 잠이 드는 너를 보면 웃음이 난다. 


아침 햇살이 네 이마에 앉으면 나는 예쁜 네 이마를 본다. 솜씨 좋은 도공이 빚어놓은 듯 반듯하고 동그란 네 이마를 보면 항상 입을 맞추고 싶어 진다. 내 욕구를 이기지 못해 입을 내릴 때면 짧게 자란 머리카락이 콧잔등을 간지럽힌다. 간지러움을 못 이기고 나는 또 미소를 짓는다.


이 머리카락은 또 어떠한가. 잔디밭 같은 머리의 가슬 거리는 감촉이 좋아 보고 있노라면 꼭 쓰다듬고 싶어 진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머리를 쓰다듬는걸 너는 퍽 쑥스러워한다. 부끄러워하며 주변의 눈치를 살피는 네가 귀엽다.


너는 항상 나를 염려한다. 내가 좋아한다며 버스 터미널에서 꽃을 한아름씩 사 오기도 하고, 내 생일 때는 깜짝 파티를 해준다고 풍선을 불다가 지쳐 더 이상은 못하겠다며 나왔지. 내 생일이지만 같이 풍선을 불며 즐거웠다. 네 머릿속에 내가 한아름 있는 것 같아 뿌듯했다. 


도로에서 내 옆으로 자동차가 지나갈라치면, 너는 내가 놀라지 않게 어깨를 감싸 안쪽으로 한 발짝 오게 한다. 자동차는 날 치고 갈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해주는 너의 다정함이 좋다.


나는 항상 부족한 사람이다.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나는 너보다 한참 부족한 사람이다. 내가 느끼는 즐거움과 충만함의 반의 반이라도 네게 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내 속은 좁디좁은 데다 눈물이 많아 너에게 나눠줄 행복과 미소가 없는 거 같아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다. 


햇살이 내리쬐는 어느 오후, 한적한 커피집에 나란히 앉아 너는 내 머리카락을 쓸어내린다. 살랑 거리는 머리카락의 느낌이 좋아 머리를 기르기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런 도중에 너도 나와 같은 평안함과 만족감을 느끼는지 궁금해졌다. 지금처럼 네 생각을 하며 눈물을 흘리는 나처럼, 너도 내 생각을 하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내 머리카락을 쓸던 따뜻한 네 손을 잡으며 생각했다. 아무렴 어떠냐고, 내가 많이 좋아하는 사람인데 내가 줄 수 있는 최선을 이 사람에게 주면 되지 않겠냐고. 나는 네 손을 내 볼에 가져다 대고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남보다 조금 더 슬픈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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