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을 치르고 나니 어른들 말씀처럼 ‘살아계실 때 잘 모셔야 된다.’라는 말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사람의 죽음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 일을 겪어도 조금은 담담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오만한 생각이었다. 아버님에 대한 감정과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듯하다. 이제 모든 걸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 믿을 수밖에 없는 듯하다.
삼우제때부터 아버님 제사에 쓰는 술로 위스키인 로얄살루트 21년을 사용했다. 아버님이 위스키를 좋아해서 올린 것은 아니다. 아버님은 소주를 즐겨 드셨다. 제사상에 사용된 로얄살루트 21년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결혼 승낙을 받으러 간 게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이다. 처음 인사를 가기 위해 준비를 하면서 아내가 알려준 정보가 있다. 아버님이 술을 좋아하시니 좋은 술(로얄살루트 21년)을 준비해 가라고. 그 당시 위스키에 관심이 없다 보니 시키는 대로 로얄살루트 21년을 구입해갔다. 후에 알았지만 아내도 좋은 술을 사 가면 될 듯해서 주변에 물어본 것이지 아버님이 드시던 술은 아니라고 했다.
긴장을 해서인지 아버님과의 첫 만남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선물로 드린 위스키는 당연히 집에서 드셨을 거라 생각하고 기억 저편에서 잊고 있었다. 결혼을 하고 얼마 안 되어 아버님 건강이 안 좋아지시면서 아버님과 술 마실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후 18년의 세월이 흘렀다.
상(喪)을 치르고 집에 와서 거실장을 정리하면서 구석에 있는 로얄살루트 병을 발견하였다. 보자마자 그 병이 무언지 알 수 있었다. 인사 와서 드렸던 바로 그 술이었다. 처음에는 빈병인 줄 알았지만 자세히 보니 뜯지 않은 새병이었다. 아버님은 그 술을 드시지 않고 보관을 하신 것이었다.
왜 그 술이 새것으로 있는지 알 수 없다. 마시고 싶으셨지만 사위가 준 선물을 보관하고 싶으셨을 수도 있고 아니면 위스키를 좋아하는 게 아니기에 그냥 보관하셨을 수도 있다. 로얄살루트 21년, 아니 지금은 21년에 보관된 18년을 포함해 39년산 위스키가 되었다(위스키 년도와는 관계가 없는 개인적인 표현).
39년산 위스키를 보면서 아버님 제사에 따라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억이 있는 이 술, 같이 마시지 못한 이 술을 제사에 라도 올리고 싶었다. 삼우제와 49제를 끝내고 사용된 위스키를 마지막으로 음복을 했다. 평소에 알고 마시던 그 위스키의 맛보다 더 쓴듯했지만 반면 더 깊고 풍부한 향미도 느껴졌다. 아버님도 그렇게 느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사위가 따라드리는 마지막 위스키로 그동안 못 드렸던 술을 대신하려 한다.
아버님과의 추억을 가진 로얄살루트 21년, 개인적으로 평생 기억에 남는 위스키가 된 것 같다.
모든 음식에 아버님과의 추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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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글을 쓰지 않지만 아버님과의 기억과 감정을 오랫동안 남기기 위해 조심스럽게 글을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