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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도 코스 요리가 있었다

내 전통주 이야기 옮겨오기-90

조선에도 코스 요리가 있었다

<조선 왕실 연회에는 13번의 술과 음식이 나오기도>


'전통 한식' 하면 한 상 가득 음식이 차려져 있는 상차림을 연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또한 모든 반찬을 공동으로 나눠 먹는 모습도 연상이 된다. 최근까지 대가족의 식사 모습은 이러했다. 식탁 위에 모든 음식이 나와 있고 가족 모두가 모여 앉아 식사하는 모습.


하지만 최근 한식에서도 코스 형태로 술과 음식을 제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식 코스 요리가 외국의 식사 방식을 모방했다하여 한식 코스 요리를 안 좋게 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조선 왕실 연회에서 코스요리가 제공되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물론 조선시대 코스 요리가 흔한 광경은 아니다. 오히려 모든 남자들은 식사 때마다 독상을 받았다. 여러 사람이 모여도 각자 독상을 받고 같은 공간에서 식사하면서 이야기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다 같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모습은 광복 이후의 모습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다음 해인 1949년 8월 문교부에서는 '국민 의식생활개선'을 위한 실천 요강 몇 가지를 내놓았다. 이중에 "가족이 각상(各床, 따로 차린 음식상)에서 식사하는 폐를 없애서 공동식탁을 쓸 것"이라는 내용이 있을 정도로 그 당시 많은 가정에서 개다리 소반과 같은 1인용 식탁 사용이 많았다.

▲ 일반적인 한정식 한상 가득 차려진 한정식 음식들                ⓒ pixabay


이러한 코스 요리 문화가 잘 기록되어 있는 곳이 조선 왕실의 연회일 것이다. 특히 왕이나 왕비 혹은 대비의 생신 잔치인 진연(進宴,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궁중에서 베풀던 잔치)이나 진찬(進饌, 의식이 간단한 궁중의 잔치)에서 정해진 예법에 따라 술이나 차를 순차적인 요리(코스 요리) 형태로 받았다.


1744년(영조 20)에 완성된 '국조속오례의'에 정리되어 있는 내용을 보면 연회 순서를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1단계는 행사장에 막 도착한 손님들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된 헌주(獻酒)이다. 주인공과 가장 가까운 혈친들이 3번의 술을 올리고 3번의 음식과 탕, 과자가 마련되었다. 이렇게 마련되는 음식은 소반에 차려서 나갔다.


2단계에서는 본 행사로 참석자 중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사람이 주인공 앞으로 나와 축하의 말과 함께 술 또는 음료를 올린다. 이때도 9번의 술과 음식이 개인별로 제공된다. 물론 조선시대에 9번까지 진행된 연회는 많지 않고 유학의 검소함으로 3번, 5번이나 7번으로 진행되었다.


3단계로 잔치의 마무리로 차와 포, 다식 등이 차려졌고 왕은 참석자와 잔치를 준비하고 진행한 관리와 일꾼에게 음식을 하사하면서 잔치를 마무리 하였다.

▲ 통명전진찬도 1848년(헌종 14)에 순정 왕후 육순을 기념하여 베푼 진찬을 기록.  ⓒ 국립중앙박물관

또한, 최근 기록에 의하면 조선시대에도 서양 식사처럼 본식(本食·메인 요리)에 앞서 전식(前食, 애피타이저)이 나오는 식사 형태가 있었다는 기록도 발견되었다.


1880년대 최초의 조선 주재 미국 외교관을 지낸 조지 포크(1856~1893)의 문서에서 조선시대 말기 한식 상차림 자료를 찾았다. 조지 포크는 1884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등 조선의 3남 지방을 여행하며 당시 지방 관아 수령들로부터 접대 받은 음식의 종류, 상차림 이미지, 식사 상황 등을 자세히 기록해 문서로 남겼다.


당시 한식 상차림에서는 서양의 코스 요리처럼 예비 상차림(前食)과 본 상차림(本食)을 구별해, 시간차를 두고 음식을 제공했다. 예비 상차림에는 과일류, 계란, 떡, 면류 등 술과 함께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안주거리가 제공됐으며, 본 상차림에는 밥과 국, 김치류, 고기류, 생선류, 전, 탕 등이 제공됐다.


이러한 상차림은 조선왕실 연회의 축소판과 비슷하다. 이 기록은 서양의 코스 요리처럼 시차를 두고 음식이 나오는 식사 형태가 우리의 상차림에도 있었음을 알려주는 기록이다. 물론 이러한 코스 요리 형태가 일반 백성들 사이에 까지 널리 퍼져 있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 조지포크가 그린 한식 그림 전라감사제공 본상차림 그림                  ⓒ 버클리 밴크로프트 도서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술과 음식의 모습은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다. 우리의 식사 문화도 많은 음식을 차려놓고 먹는 한 상 문화에서 벗어나 코스 형태로 술과 음식을 제공하는 모습 또는 한 개의 메인 메뉴를 중심으로 반찬은 줄어드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


전통이라는 것도 새로운 시대에 맞춰 새롭게 변화는 모습이어야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한식의 코스 요리를 다른 나라에 있던 식문화가 아닌 우리의 식문화 모습으로 받아 들일다면 한식의 발전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 본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 동시 송고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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